문득 문득 세월이 너무 빨라서 놀란 가슴이 될 때가 있다.
지난 겨울 아들이 긴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정상 제주에 있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
아들은 인천서 김포로, 김포서 제주 공항으로 와서 우리 품에 안겼다.
제주에서의 일정이 있어서 도저히 집으로 올라올 수도 없었던 탓에
차라리 아이가 우리에게 오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집을 두고 객지인 제주에서 만난 것이다.
두꺼운 겉옷을 입은 아이는 커다란 두개의 짐가방을 끌고 달려 와 남편 품에서 울었다.
긴 방황과 오랜 외로움이 닻을 내리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부터 우리들의 제주일정은 더욱 더 많은 의미를 갖는 것만 같았다.
눈이 많이 왔었다.
그래서 눈 속에 묻혀 지내다시피 한 시간들로 우리는 겨울을 보냈다.
그 일이 그저께 같은데 돌아보니 벌써 반 년이 지나간 것이다.
산다는 게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한순간에 한해가 가고 두해가 가버리겠구나 싶어진다.
자꾸 여기 저기가 아프다.
다리도 무거운 듯 하고 무릎도 자주 아프다.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겹고 때로는 울적하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표시도 나지 않지만 나의 세월은 점점 더 빛깔이 빠져간다.
뚜렷한 컬러들이 점점 더 옅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점점 더 수묵화 같은 내 모습으로 채색되어 간다.
제주생각을 요며칠 많이 했다.
딸 아이가 사위와 함께 다음 주 일요일 새벽에 내게로 온다.
일년에 운이 좋으면 두 번 정도 볼 수 있지만 까딱 하다보면 그냥 내 자식도 내 맘대로 못보고 살 것만 같다.
제주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리라 생각하며 티케팅을 하고 예약을 하면서 마음이 많이 들떴다.
이번에 여태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제주에서의 경험을 해 보고 싶다.
가능하면 승마를 좀 더 많이 해 봐도 좋을 것 같고
숲속 열차를 타고 싱그러운 여름 숲속을 지나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늘 제주에 갈 때 마다 우리가 묵는 블랙스톤의 여름풍경이 벌써 그립다.
한여름과 제주의 추억은 오래전의 일처럼 희미하다.
아마도 겨울에 훨씬 더 많이, 자주 찾았었나 보다.
우리가 함께 할 그 시간들을 떠 올리면 내 가슴은 벌써 뛴다.
세월을 거스를 수가 없어 나도 그 흐름에 묻혀 흘러간다.
오늘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김태원이 작사 작곡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라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울컥했다.
김태원,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그가 만든 이 노래는 멜로디도 정말 좋았지만
가사가 더 가슴에 뜨겁게 와 닿았다.
그래.... 삶이란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삶이란 지평선은
끝이 없어 보이는 듯 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이 없이 이어지고
저 바람에 실려가듯
또 세월이 흘러가고
눈 사람이 녹은 자리
코스모스가 피었네.
그리움이란
그리움이라는 이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서로를 간직하며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기에
바람에 실려가듯
또 계절이 흘러가고
눈사람이 녹은 자리
코스모스가 피었네.
또 다시 가려무나 가려무나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무나
아름답게 다가오라
지나온 시간처럼
가려무나 가려무나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므나
아름답게 다가오라
지나 온 시간처럼...
긴 한숨으로 내 쉬며 들은 이 노래가 나를 눈물이 흐르게 했다.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므나.... 아름답게 다가오나... 지나 온 시간처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나온 시간처럼 아름답게 나의 날이 내게 다가왔으면....
그리움이란 정말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서로 영원히 간직하는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아름답다는 것이 소리로 표현되어지고
그것에 감동 받을 수 있음이 축복임을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아.. 찡~ 해요. ^^
완전 찡해요. ㅎㅎ
감동 이에요
마음에 도전이 온는데 나중에 살짝 귓 속말루 해 드릴께요
귀를 빌려 드려요? ㅎㅎ
몇년 전 홈스쿨을 할 때 창밖에 벗나무를 보고 사람도 저 나무처럼 나이가 들고 늙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인생의 계절을 더 하면서 성숙해지고 더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그 바램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영혼이 성숙해지는.. 우리 인간의 본질을 믿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