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풍요로운 가을, 수확의 기쁨
2023년 10월 9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스무닷샛날
위대한 세종대왕님께서 창제하신 한글의
우수성이 전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한글날 아침, 가장
먼저 태극기 다는 것부터 시작한 오늘이다.
기온은 영상 4.5도에 머물고 있다.
갈수록 점점 날씨가 차가워지는 가을이다.
비록 짧은 계절이 가을이긴 하지만 그래도
농부에게는 이 계절 가을이 보람과 더불어
뿌듯함과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서
좋다. 바로 풍요로운 계절에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 바로 가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농사는 더더구나
힘든 시작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업종과 다르게
내 의지, 내 생각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이 바로 농사이기에 수확을 할 때까지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늘이 보살펴
주어야 하고 땅이 도와야 하는 것이 농사다.
몇 종류의 작물은 실패를 봤지만 대체적으로
올해 산골 부부 농사는 너무 고맙게 만족을
넘어 大만족의 풍작이다.
올해 처음 심어 길러본 고구마 수확을 마쳤다.
파는 농사, 전문적인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의
농사이기에 소규모로 다양한 종류의 농작물을
조금씩 기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고구마이다.
고구마 뿌리보다 고구마순을 따먹을 목적으로
심었지만 어디 농부 마음이 그뿐이었겠는가?
속담에 "꿩 먹고 알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라는 말이라든가, 일상에서 흔히들 자주 쓰는
고사성어에서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
(一擧兩得)이라는 말처럼 촌부도 농부이기에
내심 두 가지를 다 욕심을 냈다. 뿌리도 잘 들고
순도 튼실하게 잘 자라기를 바랬었다.
그 바람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고구마순을
꽤 많이 따 먹었다. 오죽하면 둘째네는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자주, 많이, 맛있게 고구마순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수시로
하곤 한다. 전날 촌부가 외출을 한 사이 아내가
고구마순 따다가 고구마가 들었는지 말았는지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한 이랑을 파
보았더니 올망졸망 고구마가 나오더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아침나절 고구마 수확을 시작했다.
우선 고구마순을 수확할 수 있도록 덩굴을 걷어
내고 멀칭비닐을 다 벗겨냈다. 호미를 든 아내,
도라지삽을 든 촌부가 환상의 복식조를 이뤘다.
촌부가 도라지삽으로 먼저 이랑의 흙을 살짜기
뒤집어 놓으면 아내가 호미질을 하여 고구마를
캐냈다. 고구마 농사가 처음이지만 고구마 캐는
재미가 너무 좋다며 싱글벙글이었다.
우리가 고구마를 캐는 동안에 처제는 걷어놓은
고구마 덩굴을 들고 고구마순을 따느라 바빴다.
카페를 봐야하는 이서방이 잠시 올라와 돕기도
했고 아내가 함께 따주기도 했지만 엄청난 양을
거의 다 처제가 따놓았다. 우스운 이야기 한마디,
사실 처제는 지렁이가 무서워 고구마 캐는 일을
못했다. 도시 티를 못벗었고 산골 아낙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 싶다. 고구마순에 꽂혀서 순을 따고
갈무리 하는 일을 정말로 열심히 했다. 저녁까지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겠다고 했다. 아마 오늘도
껍질을 벗기는 일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그 외 많은 일을 했다. 고구마를 캔 다음 덩굴을
손수레에 싣고 두 번씩이나 퇴비장으로 날랐다.
마지막으로 애호박도, 잘 익은 늙은호박도 모두
땄다. 이제 서리가 내려 잎, 덩굴이 냉해를 입은
것 처럼 보여 서둘러 딴 것이다. 올해 가장 풍작
이룬 작물이 호박이다. 우리 두 집이 먹은 것도
엄청나지만 나눔한 것이 아마 2~300개는 되지
않을까 싶다. 크기가 다양한 늙은호박도 11개를
땄다. 이또한 나눔을 할까 싶다. 촌부가 호박을
따는 사이에 아내와 처제는 고추밭에서 한번 더
끝물 고추를 땄다. 처제는 풋고추를, 아내는 익은
붉은고추를 꽤 많이 땄다. 그리고는 자매가 함께
대파를 모조리 뽑았다. 올해 실패한 작물이 바로
대파인데 쪽파도 현재 상태로 봐선 영 시원찮다.
대파를 뽑아낸 밭이랑도 지지대와 묶었던 끈을
모두 정리한 다음 작은밭가에 풋고추 따먹으려고
심었던 청양, 아삭이, 꽈리, 롱그린 고추대를 모두
뽑아내 퇴비장으로 보내고 멀칭비닐과 부직포를
걷어내는 밭설거지까지 마무리를 했다.
여하튼 간에 풍요로운 가을, 풍성한 수확을 하여
산골 부부 마음은 커다란 애드벌룬 부풀 듯하고
보람찬 마음, 만족스런 기쁨에 너무나 뿌듯하고
흐뭇하다. 아마도 지금 말리고 있는 붉은고추를
방앗간에 가서 고춧가루를 빻아오면 또한번 더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찌감치
고추밭 밭설거지도 오늘 중에 마무리를 해볼까
싶은데 예정대로 잘 되려는지 모르겠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자연의 선물 같은
열매들이 아직도 주렁 주렁~
저도 가지랑 호박은 아직도 수확하고 있답니다
오늘도 원하시는 일들 마무리 잘 하시며 행복으로 걸으세요
맞습니다.
농사는 자연의 선물이죠.
서울과는 달리 가을이 짧고
추위가 빨리 몰려오는 산골이라
지금은 수확과 더불어
농사를 정리하는 시기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풍성 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