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을 보았습니다. 스포를 조심하긴 했지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1. 연상호라는 이름만으로 기대작이었습니다.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이기에 그와 좀비의 결합은 기대할만 했습니다.
칸에서의 호평은 이런 기대에 부응해주었고, 미디어를 타고 대중들의 기대도 높아졌습니다.
2. 유료시사라는 이름의 변칙 개봉은 실망감을 끼얹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질타하며 이기적인 개봉을 하다.’라는 평에 동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칸에서의 호평으로 배급사가 자신감이 넘쳤나봅니다. 그동안의 부진도 만회하고 싶었겠죠.
연출과 배급은 다른 영역이지만 독립영화계 대표선수인 연상호 감독의 이름과의 이질감에 아쉬움은 더욱 컸습니다.
영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구요.
3. 일반 상영관과 스크린 X관에서 두 번 보았습니다.
스크린 X관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2천원을 추가할 가치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뭐 새로운 경험 정도?
4. 좀비물은 한국 영화계에서 영화적인 요구는 있지만, 대중적인 요구는 미미한 장르입니다.
영화인들은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한국영화팬들에게 아직 낯선 존재죠. 그런 점에서 헐리웃 좀비물의 진화는 고마운 일이죠.
현대의 헐리웃 좀비물에서 강조되는 역동적인 좀비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좀비 덩어리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큰 만족감을 줍니다.
좀비물 매니아들에겐 싱거워보일지라도, 대중적으로 보면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5. 준수하게 만들어 낸 여름 블록버스터입니다.
헐리웃의 여름 블록버스터가 아직 달궈지지 않은 느낌인데, <부산행>이 여름의 열기에 어울리는 스타트를 끊어주었습니다.
관객이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하는 왠만한 쾌감은 만족시킨다고 봅니다.
막판까지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죠.
관객수치가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서 악평도 쏟아지지만 사람들이 괜히 10,000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건 아니죠.
6. 그럼에도 아쉬움이 큰 영화입니다.
많은 영화 팬들은 연상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과감하고 깊이있는 묘사와 이야기를 기대했을 겁니다.
그리고 기존 한국영화들과는 다른 영화이길 기대했겠죠. 결과적으로 그 기대들을 완전히 충족하진 못합니다.
저도 당혹감마저 들 정도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실사영화의 신인감독이 막대한 금액의 남의 돈으로 자기 스타일대로만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겁니다.
<부산행>의 흥행으로 차기작에서는 좀 더 자기 색깔을 낼 수 있겠죠.
7. 가장 논란이 되는 감동(또는 신파) 코드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저도 그 감동 코드에 넘어갔습니다.
처음 볼 때는 눈물이 살짝 맺히는 정도였는데, 두 번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금방 떨어져 내릴 것 같았습니다.
다 알고 보는데도 왜 그런건지 참 민망하고 희한하더군요.
보통은 이런 감성코드가 작위적으로 느껴지며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인물 구성에서부터 이미 예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를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단, 그 플래쉬백은 정말 불편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건 제작진이 너무 나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글거리는 신파영화로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이 플래쉬백 탓이 클 겁니다.
8. 한국영화에서 감동코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흥행요소입니다.
자본과 시장의 한계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많은 관객동원을 목표로 하는 영화에서는 더욱 그렇죠.
관객들은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을 기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영화 관객에게 한 방울의 눈물은 화룡점정으로 기능합니다. 영화적인 경험이 적은 관객에겐 더욱 그러합니다.
그들에겐 오래도록 남는 영화적 경험이 되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관용적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플래쉬백처럼 영화를 해치는 수준만 아니라면요.
관객의 성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의 스타일도 차차 변하겠죠.
9. 재난영화에 으례 등장하는 정부 관료나 정치인을 주요 인물에서 배제했습니다.
정부 관료나 정치인이 등장하면 그들의 무능과 탐욕을 사태의 원흉으로 퉁치기 마련인데 그렇게 단순화하지 않았습니다.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려고 발버둥치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사태와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석우(공유)와 악행을 벌이고 다니는 용석(김의석)은 펀드매니저와 기업 간부로서 이 사회의 자본의 중심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이 보이는 이기심은 이 자본의 세상에서 생존하는 과정에서 터득된 것이고, 그 이기심은 좀비로부터의 생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김대리는 자본의 테두리에서 버텨가기 위해 이기심을 터득해가는 사람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영화 속 그들처럼 자본의 틀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존욕구를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임을 누구 하나에게로 돌리기 힘듭니다.
김대리는 이 사태에 책임이 있을까, 없을까? 누구의 책임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사회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10. ‘다들 겁나니까 그런거야.’
이 대사는 자기 부부를 좀비의 위험에 방치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 성경(정유미)의 캐릭터를 분명하게 합니다.
동시에 등장인물들을 단순히 선악으로 이분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애초에 악역으로 알려진 용석(김의성)의 행동 조차 영화 중반이 넘어가기 전까지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 이후로 폭주하지만요.
주인공 일행을 경계하는 15호 칸 생존자들의 태도도 겁에 질린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구요.
다만, 위악적으로 주인공 일행을 쫓아내고 자기들끼리 이기심이 폭발하는 모습은 그들의 심리를 너무 단순화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죄책감도 복합적으로 다뤘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들이 좀비에게 희생당하는 것은 뭔가 단죄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11.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인 편이죠. 많은 재난영화들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 와중에 상현(마동석)-성경(정유미) 부부는 캐릭터가 잘 설계되었습니다.
좀비도 때려잡을 위압감의 마동석과 그런 그를 거칠게 조련하는 여리여리한 외모의 임산부 정유미는 개성과 의외성으로 뭉쳐진 재미있는 조합입니다.
정유미는 이런 당찬 역할에서 그 똘똘한 눈빛이 빛을 발합니다.
용감하고 개념까지 충만해서 너무 완벽한 캐릭터 아닌가 싶지만 마동석과의 조화가 워낙 좋습니다.
그냥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마동석 얘기는 워낙 많이들 하니 그냥 패스. 단지 부러울따름...;;
12. 반면, 석우(공유)의 캐릭터는 아쉽습니다.
공유의 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진이 오히려 캐릭터에 너무 힘을 준 게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공부안하면 저런 사람처럼 된다고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가르치는 아내 캐릭터가
‘양보같은 건 안해도 돼’라고 가르치는 공유를 계속 상대 해줬다면 캐릭터가 더욱 살았을텐데요.
그랬으면 마동석 부부의 캐릭터를 죽여야 했겠지만요.
13. 야구선수인 고등학생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영국(최우식)이 좀비로 변한 친구들을 맞닥뜨리고 차마 공격하지 못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하죠.
지 목숨 부지하려고 아이를 밀쳐내는 어른과 그렇게 희생당한 친구에게 희생당하는 것을 자처하는 아이의 모습도 그렇구요.
이 장면들을 세월호와 관련해서 해석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죠.
감독은 ‘세월호를 염두에 뒀다면 더욱 직접적으로 묘사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 많은 재난에서 희생당한 아이들 또는 일상에서 고통받고 희생당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보입니다.
14.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애니메이션 연출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종반부에 그림자로 표현된 장면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의 가슴아픈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노래로써 인간과 좀비를 구분해내는 설정도 인상적이었구요(근데 그래 갖고는 생존자 식별 못하고 다 사살할 듯;;),
석우(공유)가 어머니와 통화하는 장면은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15. 아역인 김수안 양은 일단 얼굴이 좋구요, 연기를 잘하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대사가 없을 때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어떤 타이밍과 리듬으로 대사를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소희 양은 외모와 감성은 괜찮은데 본격 배우로 나설려면 좀 더 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16. 여러 여자들이 제 마음을 들락날락했지만, 역시 정유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마동석 보고 울 때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날 보고 우는 줄...;;
실물을 꼭 한번 봐야할텐데...
첫댓글 정유미는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눈부시죠^^
저도 봤는데 눈물 날뻔했습니다.
나이들었나봐요. 눈물제어가 잘 안되네요;;
자기돈이 남아돌아서 영화만들지 않는이상 신파를 버릴수는 없었겠죠.
신파가 나쁘진 않았지만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공포물 애정애정하는 사람중 한명인데 재미나게 봤어요.
그런면에서 서울역이 기대됩니다.
신파 뭐 괜찮았는데 공유 마지막은 좀 심했어요. 연기도 이상하고
동의합니다.
할머니 신파는 괜찮았는데 공유 쪽 신파는 되려 살짝만 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게요.
거의 공감되네요
저도 준수한 블럭버스터란 말에 크게 공감됩니다. 물론 연상호감독 이름값(?)에 기대치를 크게 거신분들이 많지만 첫 실사 장편영화에 이정도면 엄청 훌륭한거죠
그리고 아마 감독이 원하는 방향보다는 왠지 영화사 입김이 쎗다는느낌이 듭니다
공유라든지 신파라든지 소희등등 아쉬움부분이 몇몇 있었지만 헐리우드식 전개방식과 매끈한 진행은칭찬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의 다음영화가 기대되는걸보면 전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영화사 입김도 당연히 있겠지만 큰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의 감독들이 스스로도 의식하는 것 같더라구요. 신진급이면 더더욱. 연상호 감독도 그런건지는 모르지만요. 한두푼도 아니니 말이죠.
마지막 회상씬은 진짜 뜬금포 같은데요. 신파하고 소희의 어색한 발음때문에 안타까웠지만 돈이 아깝다 정도는 아니였네요. 해운대에 비하면 진짜 잘 만들었죠.
해운대랑 비교하는 반응도 많더라구요. 동의하긴 힘들더군요.
국제시장보단 덜했어요. 국제시장은 보다가 와 진짜 너무하네.. 싶었는데 부산행은 눈물이 조금 맺혔네요.. 사실 그렇게까지 안해도되는데 아쉽긴하네요
플래쉬백에서는 눈물이 들어가버리더군요;;
서울역 예고편을 보니 완전 진하게 연상호 향이 나더군요 담달 18일 개봉이라는데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셀까봐 걱정이라는ㅎ
저도 리뷰를 쓰기는 했는데 괴물과 해운대의 중간쯤에 위치한 영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자본의 영향을 받는 실사영화 데뷔작 감독의 한계를 생각하면 좋은 영화라고 봅니다. 자기 생각을 좀 더 표현할수 있는 다음 작품이 더더욱 기대 되기는 합니다.
부산행의 흥행이 발판이 되겠죠. 이번에 작가적인 갈증도 느꼈을테구요.
마지막 분유 광고같은 신이 에러였지 전체적으로 눈물 짜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김의성이 좀비 되기 전 주소 말하는 것도 좀 이상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결말도 에필로그식이 나오지 않고 끝낸 것도 괜찮았고요
그 분유광고(ㅎㅎ) 씬이 좀 결정타였습니다.
신파 흐름도 나쁘지 않았는데 마지막 공유가 문열고 뛰쳐나가면서 우는 장면은..전 진짜 관대한 마음으로 보는데도 (전 소희도 괜찮았습니다)너무 어색해서 놀랐습니다. 딱 그 거 하나 빼곤 좀비물을 워낙 좋아해서 엄청 신나게 봤네요
저도 당혹스러웠습니다;;
한국영화에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저는 아무불편없이 봤네요. 오히려 한국형 좀비영화의 성공같아서 좋더라구요. 처음 기차탄 여자감염자역할은 심은경이라고 하더라구요. 부산행 바로전이야기로 이어지는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도 곧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역의 극장판을 제안했다가 부산행을 만들었다더군요. 서울역에는 심은경이 목소리 출연한다니 그소녀가 아닌가 합니다.
이 영화는 좀비를 소재로한 재난영화로 보여지더군요. 재난 영화라고 생각하면 당영한 정도의 신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감독의 이름값에 기대했다가 실망을 했지만서도...
좀비를 잘 활용한 재난영화이고 액션영화이죠. 대중영화로 적당한 영화입니다.
제가 영화나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없었어요. 이상하게도...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두번봤는데 한번더보고싶다 할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알고봐도 놀라고 짠하고 그렇더라고요. 서울역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