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업체끼리 협업으로 특성 극대화, 대한항공 여객기에 스타크래프트 광고… BMW에 예술작품 결합한 아트카
제품 기획·출시·홍보 등 전 과정 적용… 새로운 소비층·시장 창출하는 수단으로
기업들의 공동작업(콜래보레이션)이 진화하고 있다. 주로 유명 디자이너와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협업해 한정판을 내놓고는 반짝 매출을 올리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기획단계에서 제품 출시, 매장 디자인, 전시회 개최 등 전(全) 과정에서 협업하는 토털 콜래보레이션으로 발전했다. 항공기나 자동차, 대형 건물 등을 하나의 광고판으로 변화시켜 전시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1+1=3'. 각각 제품의 특성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소비를 창출
대한항공은 지난해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2' 광고로 래핑한 여객기를 선보였다. 래핑이란 기존의 광고판이 아니라 빌딩 외벽이나 항공기 등에 랩을 씌우듯 광고물을 덧씌워 광고하는 기법이다. 지금까지 항공기 래핑은 월드컵 홍보를 위한 '슛돌이 래핑' 등 공익적인 목적이 주를 이뤘는데, 대한항공은 '스타프래프트2' 제작사인 블리자드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에 벌인 것이다. 상업용 제품을 항공기 래핑 소재로 이용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 ▲ 대한항공과 블리자드가 손잡고 내놓은‘스타크래프트2’래핑 항공기. 이 항공기 광고는 문화 마케팅과 신제품 홍보라는 두 회사의 마케팅 욕구가 맞물려 제작됐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냈다. /대한항공 제공
자동차 회사인 BMW의 '아트카 프로젝트'는 '도로 위의 예술작품'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미술계에서 먼저 인정받은 콜래보레이션으로 꼽힌다. 그동안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등 세계적인 현대 미술작가들과 손잡고 예술 작품 같은 광고를 선보였다. BMW를 타는 사람이 단지 스피드만 즐기는 것이 아닌, 예술적인 감성도 풍부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 ▲ BMW가 세계적인 예술가인 제프 쿤스와 함께 만든 BMW 제프 쿤스 아트카. /BMW 코리아 제공
패션 브랜드는 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업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패션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이탈리아 가구 회사 세루티 발레리와 작업해 다양한 가구 제품을 선보였고, 발리 역시 명품 의자 허먼 밀러와 손잡고 의자를 내놓았다. 코오롱스포츠는 최근 서재와 펜 시리즈로 유명한 홍경택 작가와 협업한 등산용 지팡이 아트스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 박승화 팀장은 "다양한 작가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패션브랜드 오즈세컨은 이번 가을 시즌에 국내 유명 팝 아티스트인 이동기 작가와 손잡고 아토마우스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매장 디스플레이를 모두 이동기 작가의 작품으로 바꿔놓았다. 이동기 작가는 일본의 아톰과 미국의 미키마우스가 결합한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로 유명세를 날리는 작가로 아시아현대미술작가전, 리움미술관 전시회 등 굵직한 전시회에 이름을 알렸다. 중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는 오즈세컨은 단지 콜래보레이션 제품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동기 작가 작품을 매장에 함께 전시하면서 중국 현지 미술업계에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즈세컨 관계자는 "올해 반응이 워낙 뜨거워 내년에는 이동기 작가 외에 다른 국내외 작가들과도 협업해 더 다양한 제품과 작품 전시회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컨설팅 업체 에이다임 김해련 대표는 "콜래보레이션 마케팅은 유명 작가·디자이너와 손잡고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거나 반짝 매출을 올리기 위해 기획돼 왔지만 지금은 신규 소비층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수단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사전적으로 공동작업, 협력, 합작이라는 뜻. 마케팅에서는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시장이나 소비자를 공략하는 기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