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37·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통산 123승을 따내 노모 히데오(42· 일본 ·2008년 은퇴)와 함께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투수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다.
이날 행운은 박찬호의 편이었다. 0―1로 뒤진 8회 말 중간계투로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처리하자 9회 초 팀 타선이 터져 3대1로 역전승하며 승리투수의 영광이 박찬호에게 돌아간 것이다.
박찬호와 노모는 비슷한 점이 많다. 삼진을 많이 잡았고 한국 과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초석(礎石)을 마련한 선구자 역할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노모였다.
공을 던질 때 몸을 틀어 던지는 역동적인 투구 폼으로 '토네이도(tornado·회오리)'란 별명을 얻은 그는 일본 퍼시픽리그 긴테쓰 버펄로스에서 뛰다 미국으로 건너간 1995년 13승을 따내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박찬호는 노모보다 1년 앞선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으로 건너갔지만 데뷔 무대에서 난타당하고 나서 마이너리그에서 2년간 조련을 거쳤다.
박찬호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다저스 마운드의 주축이 된 반면, 노모는 1998년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났다. 이후 더블A, 트리플A를 오가는 수모 속에서도 빅리그 도전을 이어갔다.
박찬호는 당시 노모를 보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스타로 대접받던 선수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감수하면서까지 야구를 계속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노모는 이후 1999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13승을 올렸고 다저스로 돌아온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16승씩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5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시즌 5승을 따내고 나서 2년 공백을 가진 그는 2008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다시 재기를 노렸으나 1승도 못 건진 채 12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고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05년 시즌 도중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고 이후 뉴욕 메츠(2007년), LA 다저스(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2009년) 등 해마다 팀을 옮겼다.
지난해 120승을 기록해 노모에 3승 뒤져 있던 박찬호는 올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한때 마음으로 느끼지 못했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우승에 대한 갈망이 그를 마운드에 계속 서게 한 것이다.
양키스에서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방출돼 은퇴 갈림길에 섰던 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해 시즌 3승째를 올렸고, 1승만 추가하면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신기록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