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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연(납), 은, 인듐에 이어 전략광물 안티모니까지 ‘세계일류상품’ 및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인증받았다. 기존의 아연을 포함하면 총 5개 품목이다. 한 기업이 기초금속부터 귀금속, 전략광물까지 세계일류 라인업을 구축한 사례는 드물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기업의 실적을 넘어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의 기술력과 자원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건이다.
세계일류상품 인증은 까다롭다.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점유율 5% 이상 ▲시장 규모 5,000만 달러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은 향후 7년 내 세계 5위권 진입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을 동시에 만족한 고려아연의 제품이 5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한국 소재산업의 저력을 보여준다. 특히 온산제련소의 아연·연 생산량 세계 1위 기록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공정 안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다.
이번 인증의 핵심은 전략광물 경쟁력 확보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중 갈등 속에서 인듐과 안티모니는 반도체·AI·배터리·방위산업 등 국가 핵심 전략산업의 필수 소재로 주목받는다. 고려아연은 세계 인듐 생산의 약 9%를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1위 기업이다. 수요가 폭증하는 인공지능·양자컴퓨터·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점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안티모니 역시 방산용 합금·난연소재·차세대 배터리 핵심 원료로, 세계적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다. 고려아연은 회수 기술을 고도화해 세계 공급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으며, 올해 미국 수출까지 성공했다. 전략광물의 자립적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은 국내에서 고려아연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정세와 무역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자원 주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고려아연의 제조 방식이다. 회사가 생산하는 은은 모두 야금 부산물에서 회수한 ‘100% 친환경 재생 은’이다. 이는 ESG 시대의 지속가능한 소재 산업 모델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요소다.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 재활용이 필수 조건이 된 산업 환경에서, 고려아연의 공정 기술과 자원 순환 체계는 국가적으로도 고도화해야 할 미래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최초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돌파하고 ‘103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세계일류상품 지정은 단순한 실적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 소재·전략광물 분야에서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뒷받침이다. 전략광물 확보는 산업부·국방부·외교부가 함께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 자원·정제·재활용 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고려아연의 이번 성과를 국가 전략산업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비철금속은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이며, 전략광물은 미래 기술을 결정짓는 자원이다. 고려아연의 5개 세계일류상품 지정은 한국 제조업이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이자,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 성과가 국가 산업의 체질 개선과 공급망 주권 확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