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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둔해 보이는 몸매와 북슬북슬한 털로 뒤덮인 겉모습은 언뜻 장난감 같기도 하고
한데 개놓은 담요 뭉치 같기도 해서 아주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순한 느낌으로 다가 온 곰의 존재감이 새롭게 느껴졌던 건
어린 시절 이솝 우화의 ‘두 나그네와 곰 이야기’를 읽었을 때였습니다.
<1818년 발간된 토마스 베윅(Thomas Bewick)의 이솝우화 중
‘두 나그네와 곰 이야기’편의 삽화>
'두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곰을 만났는데 몸이 빠른 친구가 혼자 살겠다고 나무 위로 도망쳐 버렸다. 남겨진 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곰이 시체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억나 곧 죽은 척을 해버렸다. 곰이 죽은 척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코와 귓가, 심장을 킁킁댔는데 숨조차 쉬지 않자 곧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곰이 사라지자 나무에서 내려 온 친구가 곰이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귓가에서 킁킁대던 모습이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뭐 대단한 비밀은 아니야… 그냥…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저 혼자 살겠다고 달아나는 인간과 어떻게 친구로 지내느냐… 앞으로 조심해라, 뭐 그러더군…”'
어린 마음에도 이 이야기가 인간 관계의 교훈을 주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지만
이야기를 통해 저는 곰이란 존재에 새로운 의문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나그네들은 왜 겁을 먹고 도망치려 했던 것일까?
그 온순하고 귀여워 보이는 곰들도 사람을 잡아 먹나?’
못마땅한 생각이 아예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내 그 큰 덩치,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떠올리고는 새삼 곰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구나… 곰이란게 무서운 동물이구나…’
그 뒤로도 텔레비전의 <동물의 왕국> 등을 통해 본 곰이란 동물은
그리 천진난만한 털뭉치만은 아니었습니다.
1988년 쟝 쟈크 아노 감독의 영화 <베어>에서도 곰은 상당히 무섭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곰이 미련한 동물이 아니란 것을 새삼 깨달은 것도 그 때였습니다.
<쟝 쟈크 아노 감독의 영화 ‘베어(Bear/L’Ours)’의 장면>
지상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를 가진 식육과의 동물이며, 온순한 성격이긴 하지만
인간을 습격하기도 하고, 화가 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사납고 무자비하다는 곰.
그러면서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떼의 길목을 노려 전략적으로 사냥을 하는,
노련하고 민첩한 사냥꾼.
그런 곰을 두고 ‘미련 곰탱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그 외형만을 보고 판단한 대단히 잘못된 표현인 것입니다.
그것은 동서양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외형적 판단을 바탕으로 ‘스타’가 된 곰이 하나 있으니
바로 ‘아기 곰 푸우’라 부르는 ‘위니 더 푸우(Winnie the Pooh)’입니다.
<‘위니 더 푸우’의 초고 원고. 작가 알렉산더 밀른이 이 원고를 잃어버렸다가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있는 것을 되찾았다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위니 더 푸우는 우리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영국의 한 동화작가가 그의 아들을 위해 탄생시킨 동화 주인공입니다.
<‘위니 더 푸우’의 작가 A.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
<알렉산더 밀른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Christopher Robin Milne)과
그의 테디베어 푸우(Pooh)>
푸우의 탄생은 1914년 런던 동물원에 한 마리의 아메리카 흑곰이 기증되면서 시작됩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영국에 주둔하던 캐나다 육군 소속의
해리 콜번(Harry Colebourn) 중위는 부대 내에서 기르던 곰을 동물원에 기증하게 되는데
자신의 부대 이름 위니페그(Winnipeg)를 따 ‘위니(Winnie)라고 지어 줍니다.
위니는 단숨에 런던 동물원의 스타로 떠오르게 되는데,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과 동물원을 자주 찾던
동화 작가 A.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은 자신의 아들이
유독 위니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동화를 구상하게 됩니다.
<런던 동물원에서 흑곰 위니를 직접 만나는 크리스토퍼 로빈.
위니는 어렸을 때부터 애완용으로 길러져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한다.
위니를 좋아하던 크리스토퍼 로빈을 위해 동물원이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찍은 사진>
<런던 동물원에 있는 위니의 기념 동상>
<1981년, 런던 동물원 위니 기념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로빈>
<런던동물원이 소장하고 있는 흑곰 위니에 관한 기록>
처음에는 아들의 잠자리 동화로 시작되었지만
일러스트 작가 E.H.쉐퍼(E.H.Shaffer)의 그림을 삽입해
펴낸 책 <위니 더 푸우(Winnie the Pooh)>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동화책 위니 더 푸우(Winnie the Pooh)>
모두 4권의 책이 나온 ‘위니 더 푸우’는 1926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약 2,500만부가 팔렸습니다.
그 사이 푸우는 월트 디즈니에 의해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졌으며
이 세상 그 어떤 곰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위니 더 푸우>
‘푸우’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여러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작가 알렉산더 밀른이 ‘파리가 날아 와, 코 끝에 앉으면 푸~하고 입으로 불어
날려보내야만 하기 때문에’라고 했다고도 하고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좋아하던 테디베어의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이름의 연유야 어찌되었건 ‘위니 더 푸우’ 그 귀여움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이제는 팔십이 넘어 구십을 바라보는 푸우.
그렇지만 ‘귀엽고 사랑스럽다’라는 표현 외에
그 어떤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 우리의 ‘곰돌이 푸우’.
곰이 제 아무리 사납고 흉폭하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곰의 이미지가 제 아무리 그 외모로 인한 편견의 결과라 해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것을, 이렇게 하염없이 귀여운 것을 어쩌란 말입니까?
아무리 세상 빡빡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해도
이 귀여운 푸우 앞에 어떻게 곰의 맹수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실제 크리스토퍼 로빈이 직접 가지고 있었던 푸우와 친구들의 장난감>
<'위니 더 푸우와 100에이커 숲 속 친구들', 마담 알렉산더/미국>
<위니 더 푸우, 슈타이프/독일>
<위니 더 푸우의 잠잘 시간, 죤 라이트/미국>
<위니 더 푸우 모음>
그 사랑스러운 푸우들을 오늘도 장난감으로, 인형으로 다시 만나며
저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행복한 꿈을 되살려 봅니다.
첫댓글 내사랑 푸-우
푸~ 넘좋아~ 디즈니 캐릭터들 다좋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우사랑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메리 포핀스, 초원의 집과 더불어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초원의 집과 메리 포핀스는 얼마전에 전집으로 다시 샀다규...가슴 벌렁벌렁
와..아들을 엄청 사랑했나보네요... 그래서 그림이 따뜻했구나...
>ㅇ < 꺄아아아악 푸다 >ㅇ< 살앙훼 >,ㅡ
스크랩 풀어주심 안될까요?울먹울먹
가슴따뜻한글잘읽었어요. 스크랩허용해주시면안될까요
어머!! 전 크리스토퍼 로빈 좋아하는데 (대저택 사시는 이해력많은 도련님) 그 크리스토퍼 로빈이 자신 아들 이름에서 따왓나 보네요?
저도 크리스토퍼로빈.. ^^ 이름이 너무 예뻐서 어렸을적 한참 소설쓰기 좋아할때 남주 이름은 무조건 크리스토퍼로빈이었는데...
변태 푸우.. 바지 맨날 안 입어...짜씩
영화 '베어' 어릴적에 보고 무지 울었다구 ㅠ
스 크 랩 풀 었 다 긔 ~
고마워열
아~ 아~~ 우와
도대체 피글렛은 종이 뭐요?
돼지잖아요~
8년째 나랑 동침을 하고 있는 내사랑 푸우~♡
푸여자죠??
내사랑 위니 더 푸~ 푸, 피글렛, 이요르, 티거,캉가,루,아울,고퍼,래빗... 아 너무 좋아요♡
푸우 모음 다 짝퉁같아.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