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순례
금왕 사도 성 요한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무극의 사랑, 금빛 복음이 되다」
충북 음성 땅 끝자락을 지나갈 때면,
오랫동안 한 곳을 지켜 온 믿음의 공동체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금왕 사도 성 요한 성당입니다.
오늘의 이름은 ‘금왕(金王)’이지만,
이 지역의 오래된 이름은 ‘무극(無極)’입니다.
‘끝이 없음.’
‘다함이 없음.’
옛사람들은 이 땅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끝이 없는 것은 무엇일까.
흐르는 시간도 끝이 있고,
사람의 생명도 유한합니다.
그러나 끝이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우리가 넘어질 때도,
실패할 때도,
때로는 신앙 안에서 흔들릴 때조차도
하느님의 사랑은 멈추지 않습니다.
‘무극’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끝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닮아있습니다.
무극에서 금왕으로
1957년 무극 본당이 설립,
1958년 12월 26일에 성당과 사제관을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금왕(金王).
1980년 5월 5일 금왕 성당을 새로이 봉헌했습니다.
지역에는 예부터 금광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사람들은 황금을 찾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을 파고 또 파며
귀한 것을 얻기 위해 수고했습니다.
황금은 사람들에게 부와 희망을 의미했습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했고,
미래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지역에 ‘금(金)’이라는 이름을 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황금은 과연 무엇일까.
금은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오랜 세월 빛을 잃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음입니다.
황금보다 귀한 것을 전해 준 사람
금왕 성당의 주보성인은 사도 성 요한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
십자가 아래 끝까지 남아
스승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을 기록으로 남겨 준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
짧은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신앙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요한 사도는 단순히 글을 쓴 사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후손들에게 전해 준 증언자입니다.
요한이 기록하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요한은 신앙의 보화를 남겼습니다.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을 남겼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것.
끝없이 이어지는 하느님의 사랑.
그것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인지도 모릅니다.
‘무극’이 말하는 끝없는 사랑.
‘금왕’이 품고 있는 황금의 이미지.
황금보다 더 귀한 복음을 남겨 준 사도 요한.
금왕 성당은 그 의미들을 한곳에 품고 있는 공동체처럼 다가옵니다.
「금보다 귀한 것을 찾는 사람들」
사람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금맥을 찾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삶의 보화를 찾고 있을까요.
더 많이 가지는 것.
더 높아지는 것.
더 편안해지는 것.
그것이 정말 삶의 황금일까요.
사도 요한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 줍니다.
사랑하는 것.
기다려 주는 것.
용서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하느님 곁에 머무는 것.
그것이 황금보다 더 귀한 삶이라고 말입니다.
무극의 끝없는 사랑과,
금왕의 황금 같은 희망 사이에서
금왕 성당은
오늘도
조용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