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는 용인, 남양주 못지않게 난개발로 악명이 높은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수원 소속이었다가 수원의 외곽 농촌 지역이 분리되면서 화성이라는 지명이 탄생했기에,
중심지 없이 성장한 배경은 난개발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더군다나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은 난개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기 신도시 발표 이후 수도권이 급격한 개발 붐을 맞으면서 화성까지 바람이 불었고,
그 덕에 2000년까지만 해도 군이었던 지역이 불과 십수 년 만에 70만 명을 넘었다.
그러나 너무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난 데다 각 지역마다 따로 개발이 되면서,
지금의 난잡한 화성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난개발로 인해 교통체증과 갈등과 같은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면서,
최근의 화성시는 향남을 중심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성시의 중앙이라는 것만 빼면 개발에 유리한 입지가 전혀 아님에도,
향남신도시, 화성종합경기장, 버스터미널 등등 주요 시설을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향남터미널은 이러한 화성시 중심지 만들기의 일환으로 건설된 시설물 중 하나다.
입지가 좋지 않은 탓에 건설이 미뤄지다가 2015년에서야 개장을 했으나,
우려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처럼 할 이야기가 많은 화성의 새로운 얼굴, 향남터미널을 지금 만나보려 한다.
2000년대 말에 지어진 향남1지구 중심가의 광경이다.
읍사무소와 소방서와 할인마트 등등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이 밀집해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그리 많이 보이진 않지만,
주위 시설들을 보면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딱 이런 위치에 버스터미널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병점, 동탄, 봉담 등등 여기보다 더 일찍 개발되고 사람이 많은 곳들에도 없는 터미널이,
이곳에는 '향남환승터미널'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읍사무소, 할인마트, 소방서, 터미널이 밀집한 이 동네 이름은 행정리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화성시가 중심으로 키우려는 지역 이름이 행정리이다.
성공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일대 개발로 아주 중요한 변화가 하나 생겼다.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이 일대를 부르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향남면 중심지였던 발안리를 향남면을 대표해서 불러왔다.
마치 지금의 조리읍(봉일천), 와부읍(덕소), 화도읍(마석), 하남읍(수산)처럼 말이다.
심지어 개중 일부는 외서면 → 청평면, 실촌읍 → 곤지암읍처럼 상위 지명을 바꾼 곳도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향남'보다 '발안'의 인지도가 월등해서 지명은 발안읍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향남1지구를 개발하면서 각종 시설에 대거 향남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지금은 향남이라는 이름의 인지도가 발안 못지않게 상승한 상황이다.
버스터미널에 기존에 사용해왔던 발안 대신 향남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름부터 위치까지 향남터미널은 철저한 화성시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
치밀하고 섬세한 계산 끝에 나온 결과이므로 구조도 그에 맞게 지어졌다.
버스정류장-택시정류장-출입구 순으로 도로 배치가 된 것도 그렇고,
두 개의 출입문을 만들어 그 사이에 알림판으로 안내 및 지역 홍보를 하는 것도 치밀한 흔적의 결과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화성시의 중심 터미널치고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다.
터미널 안에는 그 흔한 매점은 커녕 식당 하나 없이 오직 카페 하나가 전부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대략 이런 모습인데,
밑의 사진과 연결하면 이 모습이 터미널 내부의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화성시가 중심지로 밀어줄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나,
수원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짜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쓸데없이 크게 만들기보다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었다.
다행히도 개장 이후 빠른 속도로 승객이 유입되면서 어느 정도의 수요를 만들고 있다.
시간표를 보면 단거리 위주로 노선이 마련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곳이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간다는 점을 제외하면 완벽한 변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산, 수원 등에서 버스를 끌어오기가 힘든 입지이다.
대부분이 단거리 위주 노선이라, 장거리를 가려면 여전히 수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터미널을 짓기 이전부터 다니던 수원-조암 · 안중행 시외버스는,
버스터미널에 들어오지 않고 기존 경로를 그대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시외버스에서 광역버스로 전환된 8155번(사당-조암)은 터미널을 경유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이들 시외버스만은 여전히 발안리 경유를 고집하고 있어 이용이 불편하다.
대기실과 승차장 사이에도 출입구처럼 두 개의 문이 이중 구조로 되어있고,
그 사이에 안내판과 함께 몇몇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찍어보았다.
저녁 10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터미널 이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터미널 전체 막차가 오후 9시 40분이어서 10시에 문을 닫아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이 사실은 향남터미널에 들어오는 차가 아직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은 노선 수와 차량에 비해서는 제법 승객이 많이 눈에 띈다.
심지어 부천, 안산행이 모두 떠나고 남은 차량은 인천-부천행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서울 가는 수요조차 8155번 광역버스에 맡기는 핸디캡을 안고도,
수도권 서부 대도시 수요만으로도 꽤 안정적인 추이를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추운 날 이른 아침에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개통 직후부터 빠르게 자리를 잡아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승터미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금정역으로 가는 340-1번 버스의 종점이다.
그러나 터미널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시내버스는 아직 이 노선 하나뿐이다.
향남을 종점으로 삼는 노선이 몇몇 있지만 돌아서 회차하는 방식으로 나갈 뿐,
아직은 환승터미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시외버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터미널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넓은 땅을 차지한 거대한 경기장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거대한 경기장의 정체는 바로 화성종합경기타운이다.
여자배구 팀이 연고지로 삼고 있으며 월드컵경기장 후보지로 선정될 만큼 규모가 크다.
10년 전만 해도 삽도 뜨지 않았던 시설이 벌써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니,
화성시가 향남 개발로 의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의도대로 화성의 새로운 얼굴이 되어 더욱 활기를 띠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버스에 처음 입문때 시작 했던곳인데, 개인적으로 추억의 지역이네요 ㅎㅎ
추억이 많은 곳은 항상 볼때마다 반갑죠~! 어느덧 2019년 새해가 밝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신기하게도 부천행이 인천을 경유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올 한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Maximum 부천소풍터미널에서 출발해서 인천터미널을 경유해서 가는겁니다... 어떻게보면 양평발 하남경유 인천터미널행이나 마찬가지일겁니다.,..
10여년전보다 많이 발전한 모습입니다. 버스노선만 더 확충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맥시멈님, 201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파이팅하시길요!
항상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중원고속님도 2019년 한해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맥시멈님 여행기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30일에 일이 있어서 인천에서 심야버스로 포항으로 내려가는데 여행지에서 언급하신 인천 안산 수원 오산터미널을 경유하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야간버스를 오랜만에 탑승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니 이동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승무사원님 덕분에 5시간만에 포항에 무사히 도착 했습니다. 운수업계 종사자분들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안전운행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항상 고생하시는 운수업계 종사자 분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험한 일도 많이 당하고 항상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고, 피로를 달고 사는 모습을 옆에서 항상 보고 있거든요.
새해에도 아무 탈 없이 무사하게 운행들 해주셨으면 좋겠고, 장유버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랄게요 :)
발안하고 향남이 서로 다른 곳인 줄 알았는데 향남읍 발안리였군요. 발안이라는 지명으로 많이 접해왔던 터라 이 곳이 향남에 속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소규모이지만 지역 터미널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그래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향남, 발안 지역도 경진여객이 주요 시내버스 노선을 운영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운수사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시내버스가 터미널 승차장까지 진입하지 않는 한가지 원인이 아닐까 싶네요. 추운 날씨에 터미널 기행을 다니는게 쉬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늘 건강 챙기시기를 부탁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운수사가 달라서 기싸움을 하는 영향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왕십리님도 추운 날씨에 몸조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저는 지금 화성 동탄,병점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있습니다.
화성이 워낙 넓다보니 향남.발안 .남양등의
지역은 지리도 잘 모르고 영업도 잘
못하고 있지요.
제 고향 당진에서 수원,인천을
가려면 39번국도 타고 발안을 경유해야만
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도 발안IC라고 하지
향남이라고 안하듯이요.
향남은 제약단지가 있어 조금 알정도였지
저도 택시하기전까지는 발안읍이라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환승터미널이있는 향남1지구에서
2~3키로 거리에 향남2지구가 들어서고 있고
오히려 그쪽이 지하차도 건설,도로확충이라든지 접근성은
더 좋습니다.
논외로 사진에 보이는 종합경기장은
전 전 시장때 무리하게 일을 벌려놓은거라
아까운
세금만 축내고 있지요.
화성FC는 3부리그 팀이라 주경기장에서는
몇게임 안하고 보조경기장에서 주로
게임을 하고 몇년에 한번 국가대표 친선경기나 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울뿐입니다.
맥시멈님께서 언급하셨듯 더 큰 규모인
동탄,병점쪽보다 터미널이 먼저 들어선것도
의미가 있구요
지역거점 터미널로써 나날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사실 화성에 그렇게 큰 경기장을 지을 이유가 있는가 싶었는데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는 못하는 모양이군요. 날쌘돌이님께서 택시기사신줄 처음 알았습니다. 우연이라도 화성에서 만난다면 참 반가울 것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