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시한 해외에서 만든 지도가 있습니다. 이를 본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떤 이는 “다케시마가 아니라 독도”라는 광고를 크게 내기도 하고, 기업이 만든 서비스에는 일본해를 동해로 바꿔 달라며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해외에서 다르게 나온 지명에도 이렇게 공을 들이는데, 국내에서 만든 서비스가 일본 지명으로 표기돼 있다면 어떨까요. 요즘같이 인터넷에서 구글이 만든 지도 링크를 적용해 쉽게 지도를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에는 이 같은 문제가 더 자주 불거집니다. 아직도 적잖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현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적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지도를 크게 확대해야 ‘동해’가 병기됩니다.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 ‘일본해’ 기본으로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는 가장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알려주는 기능이 붙어 있습니다. 구글 지도를 활용하는 서비스입니다. 문제는 동해 기본 표기를 일본해로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해라는 두 글자는 지도를 크게 확대해야 비로소 괄호 안에 병기되는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이 문제는 국내에서도 지난 2012년 한차례 수면 위로 떠올랐었습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서비스 중인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와 함께 표기돼 있어 논란을 샀던 적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공식 블로그 ‘삼성투모로우’에서 당시 ‘삼성전자 홈페이지 ‘매장/서비스센터 찾기’ 지도 서비스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게시물을 올려 해명에 나서기도 했죠.
당시 삼성투모로우는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이트에는 일본해와 동해가 병행 표기돼 있다”라며 “때문에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구글 지도도 동해와 일본해가 병행 표기돼 있었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모든 국내 홈페이지의 ‘매장/서비스센터 찾기’ 서비스에 동해만을 쓰도록 지도 링크를 바꿔 적용한 바 있습니다.
국내 상황 신경 쓰느라 해외에서 운영 중인 지도 서비스에는 미쳐 눈길을 주지 못한 것일까요. 2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삼성전자의 해외 홈페이지는 일본해를 동해보다 먼저 봐야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지금은 수정됐지만, 삼성전자의 해외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10월2일까지만해도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구글 지도를 쓰고 있었습니다. 수정 이후에는 무엇으로 바뀌었을까요. 독도? 아닙니다. ‘리앙쿠르트 암초’입니다. 다케시마 대신 리앙쿠르트 암초로 바뀐 것만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는지는 의문입니다.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서 ‘일본해’와 ‘리앙쿠르트 암초’를 기본 표기로 쓰는 국내 업체가 적잖습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동해’와 ‘독도’를 기본으로 표기한 구글 지도를 활용해 미국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국내 기업도 많습니다.
지도 링크 활용에 섬세함 더해야
사실, 이 문제를 모두 삼성전자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가 가져다 쓴 구글 지도가 하필이면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고 있는 탓이죠. 구글 지도를 기업이 가져다 쓰는 과정에서 지명 표기 방식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다고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은 나라마다 상이한 지명 상황에 맞춰 몇 가지 버전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동해와 독도 표기 문제에 관해서 구글은 2가지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하나는 ‘동해’를 기본으로, 독도를 ‘독도’로 표기한 버전(maps.google.co.kr)입니다. 국내 업체가 국내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본해(동해)’와 ‘리앙쿠르트 암초’로 명기한 버전(maps.google.com)입니다. 접속한 지역과는 관계 없이 기업이 구글에서 어떤 지도를 가져왔느냐에 따라 표기가 달라집니다. 달리말하면, 단순히 다른 링크를 쓰는 것 만으로도 표기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참 쉽죠?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몇 가지 달리 표기하는 것이 있는데 하나는 독도와 동해라고 표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해를 기본으로 리앙쿠트르 암초와 독도, 다케시마를 병기한 버전”이라며 “각기 다른 지도 링크는 해외나 국내 웹사이트에 관계 없이 어떤 것이든 써도 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미국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구글 지도를 적용할 때 동해와 독도 대신 일본해(동해)와 리앙쿠르트 암초를 선택했다는 뜻이 됩니다.
삼성전자 뿐 아닙니다.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미국 홈페이지도 일본해와 리앙쿠르트 암초를 기본 표기로 하는 구글 지도를 쓰고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IT 업체 ㄱ은 해외에서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도 ‘독도(Dokdo)’와 ‘동해(East Sea)’라고 바로 표기한 구글 지도를 쓰고 있습니다. 같은 구글 지도를 쓰면서도 좀 더 세심하게 신경쓴 덕분입니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독도와 동해 대신 리앙쿠르트 암초와 일본해를 써야 하는 까닭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지도가 친절히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웹에서 지도 서비스를 운영할 때 국내 기업이 좀 더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