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등항해사의 독백
보세요, 거친 삼각파도 포효 속에서
바다가 토해낸 성난 거품들이
왜 그렇게 미쳐갔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나는 이제야 또렷이 진열陳列할 수 있소.
광풍노도 비켜갈 절해고도로
모두가 원죄를 쓸어 내리며 스며들어가면,
살아남은 아픔보다 거죽뿐인 살 껍질이 서러워 울고,
문득 조우하는 갈매기의 비명, 투박한 해목海木들의
구렁 구렁한 수런거림에 속절없이 질긴 바다의
속성을 껴안아 버리오.
검은 수평선 너머 찢어진 파아란 하늘 한 조각
요원의 빛살로 이슬 되어 만신창이 눈두덩에 흐를 때,
비통한 추억의 향기는 황야에 떠도는 내 분신,
한 마리 고독한 늑대로서 섬 위를 날고 있소.
내가 바다에 뿌려둔 항법航法의 비밀들을
들추기도 전에, 아 아 검은 빛 주황색 섬광이
메마른 내 등짝을 후려치오.
나는 이제 깨어 있을 것이다.
깊은 해명海鳴에 용골을 걸칠 것이다, 절규하면
원래는 내 가슴보다 작았던 난파선의 마스트는
비로소 긴 항해의 괘적, 질긴 고락을 토하며
내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오.
성난 하늘이 우주라면 난 싫소
미친 바다가 한줌 인생이라면, 난파선 이물에
춥게 고여만 있게 해주오.
나는 잠잠해지는 파도 위에서 편안히 잠들고 싶소.
비록 등짝에 새겨지는 어안魚眼 문신이 두렵더라도
머언 바다 동천東天, 회명晦明이 미치도록 아스름하오.
그 빛에서 오래된 내 설움을 익살스럽게 들추며
이 바다에 꺼이꺼이 잠기오.
(2004 . 11 . 29)
*The Poem is born, not made.
[구암] 귀결은 잠잠해지는 파도 위에서 편안히 잠들고 싶소...// 찾아 참여하지 못함을 용서 하시기 바랍니다. 지나고 보면 저의 아주 작은 그늘이었습니다...심려를 들여서 더욱 죄송 하구요... 건안하십시오. <2004.11.29>
[한비] 구암 선생님!....어줍짢은 상징시로 심안을 어지럽힌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 심상의 그늘이 요즘 어지럽습니다. 글구, 너무 죄송하였지만 선생님의 고뇌에 너무 다가가지 못한 죄스러움....통감하옵니다. 근데...회명의 잔광은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후학의 염원임을 어찌합니까... <2004.11.29>
[이의웅] 가슴에 스며 있던 정감을 산짐승의 포호처럼 쏟아 내는 열정에 짝 짝 박수를 보냅니다 잘 들어 가셨는지요 <2004.11.30>
[한비] 네에...이선생님. 잘 들어갔습니다. 남부터미널 노변정담이 아슴하게 젖어옵니다. 김광 시인님도 잘 들어 가셨다고 합니다. 좋은 추억 하나, 늘었습니다. <200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