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물이 풍성한 5일장
살고 있는 유성에는 4일과 9일이면 5일장이 선다. 유성으로 이사했을 때 유성5일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5일마다 유성장이 서는 곳으로 이사한다니 좋겠다고 했다. 유성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5일장을 자주 찾았었다.
장에서는 우선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없는 것을 빼고는)다 살 수가 있어 좋다. 다른 곳보다 물건 값이 싸고 믿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겨져 좋다. 장이 서는 날이면 장터는 활기가 넘친다. 장터는 할머니 아주머니 할아버지 아저씨가 벌여놓은 노점 좌판이 제 맛을 돋운다.
장마철을 앞둔 요즘 장엘 가보면 어느 새 햇물이 쏟아져 나와 풍성하다. 햇물 중의 햇물은 우선 마늘과 감자 풋고추다. 여기 저기 햇마늘과 감자 고추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딸기가 물러간 자리에는 참외와 수박이 가득하다. 아름답게 물결치던 보리밭 청 보리는 쌀보리가 되어 나와 지나가는 손님들 얼굴을 쳐다본다.
노점 곳곳에는 완두콩과 강낭콩이 가득 든 자루들이 자리다툼하듯 진열돼 있다. 자루 옆에서 콩을 부지런히 까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손님 눈길 잡기에도 바쁘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애호박이 선을 보이는 옆에는 황갈색 늙은 오이도 많이 나와 있다.
완두콩 강낭콩 드문드문 넣어 푹 퍼지게 지은 보리밥 집 식당 은 안대로 밥상마다 손님이고 밖에는 손님들이 줄 서 차례를 기다린다. 한 그릇 천 원씩 하는 손칼국수와 장터 국수집도 그 맛을 즐기려 몰려드는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이다.
막걸리를 곁들인 밀가루 전 파전 녹두전 좌판은 즐거운 한판이 푸짐하고 얼큰하다. 집에서 만들어 왔다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검은 콩 두부와 묵도 인기를 끈다. 장날이면 인기를 끄는 것은 보신탕과 소머리 등 국밥들이다. 소주 한 잔 보신탕 국물로 달아 오른 할아버지들 지난 날 즐거운 이야기로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기분은 되살아나 모두 다 다시 청춘이 된다.
대전 주변에는 이런 5일장이 서는 곳이 많다. 우선 유성은 4일과 9일, 공주는 1일과 6일, 흑석은 2일과 7일, 옥천은 5일과 10일, 신탄진은 3일과 8일 등이다. 대전 동구 용전동에 사는 한 7순 할아버지는 5일장이 서는 곳 장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장날이 오면 할머니와 그 장터를 찾아간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이 살고 있는 용전동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 편을 이용한다. 장에 가 몇 가지 물건도 사고 그곳에서 소문난 장터 음식으로 점심도 해결하고 장터에 남아있는 토속 맛도 즐기고 장터를 두루두루 더 구경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다시 시내버스 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장이 서는 날이면 장터 주변 도로와 주택가 길은 몰려든 차와 사람들로 거의 막히지만 모두들 크게 불평하지 않으며 서로들 웃어넘기며 다음 장날을 또 기다린다. (2007. 6. 13.)
첫댓글내가 유성장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시골 장터 풍취를 멋있게 전달해준 천규에게 감사,감사. 이곳 성남의 전국적으로 유명한 모란장도 4,9일인데 그곳의 먹거리 인심이 훨씬 풍성한 것같군,야! 칼국수가 한그릇에 천원이라니..하루 종일 코가 삐뜰어지게 마시며 장거리를 헤메도 주머니 사정이 따라가 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첫댓글 내가 유성장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시골 장터 풍취를 멋있게 전달해준 천규에게 감사,감사. 이곳 성남의 전국적으로 유명한 모란장도 4,9일인데 그곳의 먹거리 인심이 훨씬 풍성한 것같군,야! 칼국수가 한그릇에 천원이라니..하루 종일 코가 삐뜰어지게 마시며 장거리를 헤메도 주머니 사정이 따라가 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군침이 도는 시골 장터 풍경을 어이 그리 잘도 그려 내는 지 금방 가고 싶구나. 옛날을 생각하면서 그 정취에 빠져 보고 싶구나.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동그란 애호박...살짝 데쳐서 참기름 간장에 버무려 먹으면 일미이지...^^
아무리 슈퍼마켇이 어떻고 백화점이 어떻고 하여도 오일장의 사람냄새가 나는 멋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 될 것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