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3일 연휴를 맞이했습니다. 토요일인 2일이 석가탄신일이라 연휴이다. 원래 5일제에 토요일 쉬는 사람들에게는 아깝기 그지없는 빨간날이지만, 토요일 일을 해야 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황금연휴입니다.
그런데 왠 일인가? 한달전부터 기다려온 <지리산길>이 곤궁에 빠져버렸습니다. 공식 사이트에서는 가뭄이 심해서 방문을 자제하라 하고,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비가 온다하고, 1구간 끝내고 노곤한 몸 기대야 할 금계마을과 의중마을에는 이미 방이 동이 나 버렸다네요.
배짱좋은 집사람이 전전긍긍하는 저 앞에서 한마디... " 요즘 세상에 잘데 없을라구. 비오면 아무 민박집에 들어가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빗물 바라보며 막걸리에 파전 하면 되구. 가다 비오면 오두막 찾아 비 그치기 기다리구...... " "그래 가고 보자 " 나이 먹을 수록 집사람이 점점 쎄집니다.
새벽 6시30분에 인천 연수동 집을 나섭니다. 6시45분쯤 일행이신 화실 선생님과 선배 한분을 함께하고 길을 떠납니다. 고속도로가 곳곳에서 예상과 달리 제법 밀립니다. 오전 9시 안성휴게소에서 아침을 우동으로 때웁니다. 12시경 탈출예정 지리산IC 전이 함양IC에 이르르니 계획이 변경됩니다. "함양 구경이나 하구 가자구.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함양 상림은 보구 가야지." 이래서 함양구경을 하게되었습니다.
함양군청 옆 함양초등학교. 이쁜 학교로 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담도 없고 조경도 잘 되어 있고, 100년 가까이 그 전통과 모습과 나무들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런데서 초등학교 다니면 정말 좋겠다"
학교 우편에 위치한 천년목 <학사루 느티나무> 천년이 넘은 느티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학사루 옆에 있었던 인연으로 <학사루 느티나무>랍니다. "와 크다" 정말 크고 우람합니다.
학사루(學士樓) 최치원선생이 신라시절 함양태수로 계실 때 시를 짓고 놀았다는 전면 5칸,측면 2칸의 팔작지붕 누각. 임진왜란때 불탄것을 조선 숙종때 중건했다고 합니다.
눈요기를 마치니 12시30분가량. 배가 슬슬 고파옵니다. "빨리 상림을 보고 점심 묵읍시다" 함양읍내 외곽에 이르니 곧바로 상림이 나타납니다. 상림(上林)은 신라 진성여왕 시절 함양태수 고은 최치원선생이 홍수를 막기 위해 인공림을 만들었는데, 홍수에 의해 두동강나서 상,하림으로 나뉘어지고 하림은 관리가 안되 사라지다시피해지고,상림은 보존되어,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함양의 중앙을 흐르던 위천수와 강둑, 그리고 좌측 숲이 상림입니다. 저 멀리 지리산 자락이 크게 감싸고 있답니다.
살아 있는 숲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뛰어놀고 쉬고 있었습니다. 쉬원한 샘물. "크아... 물맛 좋다"
남의 동네 와서 한 포즈 잡습니다. 30년전 연애할 때 자유공원에서 이몸을 기다리던 그 <귀엽고 이쁜 여학생> 생각이 납니다. 그녀가 그녀일까요?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 자유롭다 못해 어지럽습니다.
구멍난 나무들. 딱따구리가 막 튀어나올 듯합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찌지...삐비...짹짹..."
최치원선생 신도비. 비석을 바치고 있는 거북이 인상이 재미있답니다. 입에는 여의주를 악착같이 물고 있답니다. 힘든가?
함양 이은리 석불. 홍수에 떠내려 오신 분을 여기에 모셨답니다. 사라진 두 팔이 부처님의 고행을 말해줍니다.
상림에는 누각,비석,만세탑......등등 많은 역사적 유물들이 곳곳에 널려있었습니다. 함양 문화의 총 집합소라고나 할까. 상림을 돌아나오니 오후 1시가 넘네요. 상림앞에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우리 어디서 먹을까요?" " 배고파도 조금 참고 경상도 벗어나...전라도에서 묵읍시다." 전 함양이 경상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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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벽돌쌓기 원문보기 글쓴이: 고진감래
첫댓글 함양에서 잠깐 옆길로 약수로 끓인 백수 드시지...전 거북이가 껌 씹다가 풍선 만들려고 둥글게 마는줄 알았지요..ㅋㅋ
어... 그러고 보니 진짜네.
구부정한 참나무가 참 보기 좋군요.
함양상림 산보하기 참 좋은 곳인데................ 학사루에 얽힌 사화에 관한 비사도 흥미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