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연말 마지막 산행을 갔다. 그넘의 코로나로 인하여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하여, 올 한해는 내내 몇몇씩 승용차를 타고 번개산행을 다녔다.
행선지는 양산 금오산(760.5m)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인것 같았다. 작은 산이니 그럴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삼량진 방면에서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산이다. 주변에 유명산들이 많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산이라 그렇다고들 말했다.
조금을 오르니 작은 산마루에 캠핑장이 있었다. 조망이 그리 좋은 곳도 아니고, 무자비한 개발과 허가에 따른 산림회손이 걱정스럽다. 다섯개 정도의 캠핑시설이 있고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깊은 산속이나 툭터인 들판도 아니고, 단순히 장소만 복잡한 시내가 아니라는 곳인데, 젊은 사람들은 왜 이런 곳을 선호할까?
그냥 집을 떠나 있는 것이 마냥 좋을까? 그렇다면 도회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된다.
작은 산들인데도 길이 제법 험난하다. 그래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회원은 다수 힘들어 했다. 평소 많은 산을 오르는데도 그런가 싶었다.
정상 중간지점에서 이정표를 보니 어영리란 글귀가 보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지명이었다.
어디더라? 분명히 내가 그곳을 기억하는게 확실했다. 그런데 함께 했던 회원님이 자신의 친구가 그곳에 살아 다녀왔다고 하는 이야기 끝에 짐작이 갔다.
그렇다면? 다름아닌 10년전쯤 초등학교 친구들과 주변 숲속에서 하룻밤을 지냈던 곳이 어영리였고, 그때 단체로 올랐던 산이 바로 금오산이었다.
산아래 그 마을이 내려다 보였으나 낯설었다. 지금은 집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지름길을 찾다 대밭속으로 들어갔던 그 대밭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때는 20명 정도의 친구들이 그곳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즐겁게 1박 2일 동안을 즐겁게 보냈다.
낮에는 금오산을 올랐고, 밤에는 한적한 산마을의 정취를 맞보기 위해 동네쪽으로 나갔더니, 모내기철을 앞둔 시점이라 개구리 우는 소리가 웬 그렇게 요란하게 들리든지, 마치 어릴적 고향마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다음날 아침 부지런한 친구 몇몇은 차를 타고 한참 떨어진 에덴벨리 스키장 주변까지 드라이버를 했었다.
그게 2011년 봄날의 일이었고, 햇수로 10년이나 되었으니, 우리들도 어느새 늙은이 대열에 들어서고 말았다.
11시가 가까울 무렵 금오산 정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멀리 낙동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여 조망이 좋았다.
지난날에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던 추억들도 떠올랐다. 인증사진를 찍고 하산길에 나섰다.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에 나선 것이다.
길지않은 코스지만 경사가 심했다. 이시기 등산길은 낙엽이 많아서 위험하다. 떨어진 낙엽으로 매우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다.
작은 산들도 길이 매우 험했다. 등산객들이 적으니 안전시설도 거의 없다.
그래도 산을 많이 다닌 회원들이니 망정이지 위험요소가 많았다. 배낭을 로프로 먼저 올리고, 로프를 타고 오르는...
이름없는 마지막 산봉우리를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바람도 조용하고, 햇살이 따스했다. 맛나는 산속뷔페에 따끈한 입가심 커피맛이 좋았다.
그곳을 내려오다 길이 없어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비바람으로 흔적이 지워진 것이다.
임도로 내려와 하산길을 다시 찾았으나 얼마후 또다시 길이 없어졌다. 대략 산꾼들의 숙달된 감각으로 길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한 과정에선 의견대립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서로의 배려가 있었고, 내가 더 잘 안다며 나선 것도 아닌 상황에선 괜스레 앞장 섰다는 사실에 후회를 하게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결국엔 내가 선택하는 것이 맞았더라는 결론에 다다를지언정 그 순간에서 만큼은 마음이 무겁다.
그렇게 우리가 다닌 길의 약간은 길을 만들어 다닌 셈이다. 이런경우 체력소모가 많아진다. 그래도 다들 산행 경험이 풍부하기에 마다않고 산을 다닌다.
원점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길까지 우리는 방향을 잃었었다. 정해진 이정표가 없다보니 오늘 하루는 생각도 꼬였다.
산행시간 7시간 정도, 길은 이정표를 찍을 수 없으니 얼마 정도를 걸었는지 알 수가 없다.
구태여 그러한 기록이 필요가 없다. 우리들은 그냥 산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며 새해 일출 맞이 산행과 정초 첫 산행 이야기를 하였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없어져야 전체 산행이 이루어 질텐데, 백신 구입도 여의치 않으니, 우리들의 갈길이 멀게 느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