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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어려웠던 이번 수능. 전 영역에 걸쳐 만점자의 비율이 줄었고, 주요 세 영역 만점자도 지난해 68명에서 올해 11명으로 급감했다.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만점을 받은 이기우(동두천외고3)군과 수리·외국어·사회탐구 영역 만점을 받은 장유동(경북외고3)양을 만나 그들의 수험생활과 공부 방법을 들어봤다.
◆경북외고 장유동
쉬는 시간에 수리영역 풀이… 자투리 시간도 놓치지 않아
장유동양은 수리·외국어·사회탐구 영역에서 만점을 받고 언어영역에서 하나를 틀려 원점수로 총 498점을 받았다. 장양은 경찰대에 합격해 현재 입학을 앞두고 있다.
경북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기숙사 기상 시간은 6시. 하지만 장양은 고3 한 해 동안 친구들보다 항상 30분 먼저 일어났다. 모자란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제가 남들보다 일찍 자는 편이에요. 늦게 자면 다음날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니, 차라리 30분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 시간이 적은 편이라 불안했지만 '공부는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으로 소신껏 제 계획을 밀어붙였죠."
장양은 자투리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루에 일곱 번 있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수리영역 모의고사 한 회를 다 풀었다. 아침에는 급식을 기다리며 영어단어를 외웠고, 자기 전에는 그날 공부한 사탐영역 교과서를 쭉 훑어봤다.
몸 상태에 따라 공부 과목을 달리하기도 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돼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침 자습시간에는 자신이 쉽다고 느끼는 비문학 문제를 풀었다. 그에 비해 집중이 잘 되는 저녁 자습시간엔 평소 어려워했던 문학 문제를 풀고 사회탐구영역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는 지체하지 않고 넘겼다. 모르는 문제는 시험지를 검토할 때 금방 눈에 띄도록 표시해뒀다. 답을 맞혔어도 헷갈리는 문제에는 'V' 표시를, 정말 모르는 문제에는 별표 표시를 했다. 그런 다음 별표를 그려둔 문제를 먼저 풀었다.
"언어나 외국어는 풀고도 확실하지 않은 'V' 표시가, 수리는 몰라서 별표를 쳐놓은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게 미리 표시를 해 놓으면 시험시간 중 문제를 풀 시간과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고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동두천외고 이기우
매일 아침 공부 분량 정해… 실수 없이 문제 푸는 훈련
"비법은 없어요. 공부는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억을 잘하는 방법이 있는 친구들이 오히려 특이한 거 아닐까요?"
동두천외고 3학년 이기우군은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고, 원점수로 총 486점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지원해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하기로 정한 것은 하루 안에 끝낸다.' 이 군은 이 신조가 자신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공부할 양을 정했다. 계획대로 하지 못한 공부는 3일 이상 미루지 않았다.
늦게 자더라도 기상 시간은 언제나 동일했다. 수면시간이 줄어 피곤해지면 농구로 피로를 풀었다. "집중이 안 될 때 한 게임 뛰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공부도 더 잘 됐다. 힘들 땐 억지로 자리에 앉아있지 말고 쉬는 게 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군은 문제를 순서대로 풀지 않았다. 특히 9월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받아 부담됐던 수리영역은 쉬운 2~3점짜리 문제를 먼저 풀고 어려운 4점짜리 문제를 나중에 풀었다.
"쉬운 문제를 틀리면 점수가 더 많이 깎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문제보다는 쉬운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풀면 헷갈리긴 하지만 몇 번 반복하면 익숙해져요."
하지만 어려운 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려운 문제지를 풀고, 낮은 점수가 나와도 실망하지 않았다. 이군은 "높은 배점의 문제를 노리려면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가끔 계산이 복잡하거나 풀이가 금방 나오지 않는 문제를 풀 때 출제자를 탓하면서 그 문제를 다시 복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태도는 고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고3 9월부터는 오답노트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대신 1학기 때 만들어 놓은 오답노트들을 보면서 자신의 실수를 되새김질했다.
"실수를 줄여나가야 하는 2학기 때는 1학기 때까지 만들어 놓은 오답노트를 다시 보는 게 효율적이에요. 1학기 때 틀리던 문제를 2학기 때 보면 '이런 걸 내가 왜 틀렸을까' 싶을 정도로 쉽죠. 하지만 그런 문제일수록 방심해서 틀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꼭 복습해서 익혀야 합니다."
>>세 영역 만점자가 말하는 '이렇게 공부하세요!'
▲언어: 응용력이 중요하다. 지문을 분석하는 강의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반드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외국어: 아무 문법책이나 한 권만 풀자. 단, 책에 있는 사소한 문제도 모두 빠뜨리지 말고 꼼꼼하게 풀어야 한다.
▲수리: 개념 위주로 공부하라. 쉽게 설명하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수업 시간, 인터넷 강의 등을 잘 활용하라.
조선일보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