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래산
남부터미널에서 예매까지 한 심야버스를 탔지만 연휴를 맞아 밀리는 도로때문에 5시간 넘어 도착한 통영터미널은 새벽시간이 무색하게 관광객과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문을 연 식당이 없어 편의점에서 간이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택시로 구거제대교를 건너 은성사로 이어지는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올라가니 부지런한 산새들의 지저귐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은성사에서 오른쪽으로 넓은 산책로를 따라가다 안부에서 왼쪽 봉우리로 올라가면 체육시설들과 삼각점(충무421/1986재설)이 있고 새벽을 벗어나는 통영 앞바다의 불빛들이 내려다 보인다.
낮으막하게 울리는 범종소리를 들어가며 암릉을 지나서 세찬 바람 불어오는 시래산(258m)으로 올라가니 앞이 확 트이며 가야할 산줄기가 험한 실루엣으로 나타나 만만치 않은 느낌을 준다.
큰너덜들이 깔려있는 능선을 뚝 떨어져 내려가다 방향이 틀려 돌아와 오른쪽으로 표지기 한장이 걸려있는 능선을 찾아 들어가면 잡목 사이로 흐릿한 족적이 이어진다.
잔돌들이 깔려있는 임도를 건너고 숲으로 들어가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타고가다 다시 왼쪽의 사면길을 줄곳 따라가 폐왕성을 지난 안부에서 헤어졌던 임도를 만난다.
되돌아 성터가 복원되어 있는 폐왕성(약330m)으로 올라가니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가야할 산줄기 옆으로 앵산이 우뚝 솟아있고, 한려수도의 수많은 산봉들이 머리를 들고 있으며, 아름다운 산방산은 시종 눈을 즐겁게 해준다.
▲ 산행 들머리
▲ 시래산 정상
▲ 통영 앞바다
▲ 폐왕성에서 바라본 앵산
▲ 폐왕성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 백암산
거센 바람을 맞으며 나무계단길 따라 통신탑이 서있는 435봉(우두봉)으로 올라가면 활공장과 산불초소가 있고 역시 조망이 좋아 백암산 너머로 계룡산이 잘 보이고 산방산은 수려한 자태를 더욱 뽐낸다.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게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잘 정비된 산길을 타고 벌써부터 기운 없는 다리에 불안해 하며 바위들이 놓여있는 411봉을 넘는다.
276봉을 지나고 송전탑을 만나 임도가 넘어가는 거치를 건너서 흐릿해진 산길로 풀섭에 삼각점(거제435/1986재설)이 놓여있는 302.6봉을 힘겹게 넘는다.
두릅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묵은 산길로 412봉을 넘고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흐린 족적을 찾아 송전탑을 지나서 안부로 내려가니 바로 밑에 개금치로 이어지는 시멘트소로가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튀어오르는 꿩들을 바라보며 2차선도로가 넘어가는 개금치를 건너고 오른쪽의 철망이 트인 곳에서 줄을 잡고 급한 황토 절개지를 오른다.
가시덤불들이 빼곡한 묵은 산길을 올라가다 둔덕에 뜬금 없이 놓여있는 삼각점(거제309/2002재설)을 만나서 오른쪽 사면으로 휘어지는 족적을 불안스럽게 따라가면 송전탑이 나온다.
길도 없는 지능선을 힘겹게 바로 치고 457봉을 넘어 잡목들을 뚫고 돌담이 쌓여있는 안부로 내려가니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등로가 보여 내일 산방산행의 접근로로 생각을 해둔다.
계곡으로 빠지는 산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붙어 억새 무성한 둔덕들을 거푸 지나 삼각점(거제309/1986복구)이 있는 백암산(493.3m)에 힘겹게 올라가지만 조망은 가려있고 산방산쪽으로 송전탑만 보인다.
▲ 435봉 오르며 바라본 시래산
▲ 435봉에서 바라본 백암산
▲ 435봉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뒤의 계룡산
▲ 개금치
▲ 백암산 정상
- 계룡산
송전탑 두개를 잇는 뚜렸하고 좋은 산길 따라 봉화대 처럼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404봉을 올라 오랫만에 바위에 앉아서 땀도 딱고 간식도 먹어둔다.
커다란 선바위들이 서있는 바위지대를 넘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마루금에 신경 쓰며 삼성조선소가 잘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고 최근에 간벌된 넓은 등로를 뚝 떨어져 내려가면 점차 방향이 틀리지만 너무 많이 내려와 할 수 없이 마루금을 포기한다.
예상대로 두동마을로 떨어져 쉴새 없이 지나치는 관광객들의 차량을 보면서 2차선 포장도로가 넘어가는 팔골재로 올라가니 동물농장이라 쓰인 아치가 서있고 계룡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마루금을 바짝 끼고 이어지는 1차선 아스팔트도로를 따라가다 임도표시석이 서있는 삼거리에서 능선으로 붙어 올라가면 철망이 나타나며 놀고있던 흑염소들이 도망도 안가고 이방인을 뻔히 쳐다보고 서있다.
가파른 산길 따라 310봉을 넘고 방향만 잡아 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잔디밭과 열대관상수들이 심어져 있는 김형령재가 나오는데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겨서 놀러온 가족들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시멘트도로를 올라가다 이정표들이 있는 넓직한 산길로 들어 지나온 산줄기를 뒤돌아보며 정자가 서있는 전망대로 올라가면 신현읍내가 발아래로 펼쳐지고 앵산과 국사봉이 가깝게 모습을 보여준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나무계단이 놓여있는 아기자기한 암릉들을 지나서 거제의 진산인 계룡산(566m)으로 올라가니 정상석이 놓여있고 시야가 확 트여 통신소들이 서있는 558봉을 지나 선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404봉 정상
▲ 선바위
▲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성조선소
▲ 팔골재
▲ 김형령재로 내려가며 바라본 계룡산
▲ 안부에서 바라본 정자전망대와 계룡산
▲ 정자로 오르다 뒤돌아본, 지나온 마루금
▲ 정자에서 바라본 앵산과 국사봉
▲ 계룡산 정상
▲ 계룡산에서 바라본 558봉과 선자산
- 배합치
끊임 없이 나타나는 암릉들에 신경 쓰며 통신소들이 있는 558봉을 넘고 예전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통신대안부로 내려가면 시멘트도로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차를 타고 올라와 있다.
찬바람 불어오는 암릉들을 넘어 넓은 임도가 지나가는 고자산치로 내려가니 역시 차량들이 많이 서있고 앞에는 정자와 선자산이 가깝게 보인다.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한적한 산길 따라 지나온 계룡산을 뒤돌아보며 능선갈림길에 세워져 있는 정자를 지나서 얼마 안 떨어진 선자산(507m)으로 올라가면 돌무더기에 정상판이 서있고 옥녀봉과 국사봉 그리고 가라산쪽으로 시야가 훤히 트이며 배합치로 낮게 이어지는 능선이 가늠된다.
정자로 돌아와 잠시 쉬고 뚜렸한 산길을 5분여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꺽어 방향만 맞추고 사면을 내려가 녹슨 철조망을 넘어서니 청수목장길이 나온다.
넓직한 묘소를 지나고 소똥들이 널려있는 초원을 따라가다 능선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꺽고 철조망이 나오는 곳에서 오른쪽의 얕으막한 산줄기로 내려간다.
목장이 가까운 안부를 지나서 철조망을 넘어 삼각점(거제422/1986재설)이 있는 200.2봉을 확인하고 193봉에서 동쪽으로 꺽어 내려가면 1008번 지방도로상의 배합치가 나오는데 복골농원 간판이 서있고 민가들이 가깝다.
▲ 558봉을 내려가며 바라본 옥녀봉과 선자산
▲ 통신대 안부
▲ 고자산치
▲ 안부에서 바라본 정자와 선자산
▲ 정자에서 바라본 계룡산
▲ 선자산 정상
▲ 선자산에서 바라본, 배합치를 지나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오른쪽의 북병산
▲ 선자산에서 바라본 국사봉과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청수목장
▲ 배합치
-북병산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가정집에서 식수를 넉넉하게 보충하고 느긋해진 마음으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니 간혹 햇살이 비춰져 금방은 비가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르지만 뚜렸한 산길을 한동안 올라 495봉 갈림길을 지나고 산중의 시멘트축대를 지나 대우조선 우정알파인클럽의 오리지널 거제지맥길이 지나가는 518봉으로 올라서면 이정표와 쉼터가 있고 거제를 남과 북으로 잇는 반질반질한 등로가 나타난다.
일단 동쪽으로 꺽어 넓직하게 딱여진 산길로 들어 아주마을로 이어지는 헬기장 안부를 지나서 나무계단을 타고 통신소들을 만나 산불초소와 정상석이 놓여있는 옥녀봉(554.7m)으로 올라가니 우리나라 최초의 대삼각본점(거제11/1984복구)이 반겨주고, 대우조선소와 아름다운 다도해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북병산을 지나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와 감탄사가 나온다.
서둘러 돌아와 간식도 먹고 몸을 재정비 해서 방향이 조금 이상한, 뚜렸한 사면길을 따라가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흐릿한 남쪽길로 내려가지만 계곡을 만나서 되돌아온다.
안부에서 490봉을 넘고 호젓하게 이어지는 산길 따라 433봉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1018번 지방도로상의 반송치로 내려가면 이정표들이 있고 지친 산객을 재촉하듯 깃발들이 석양에 펄럭거린다.
점점 어두어가는 산길을 올라 365봉에서 남쪽으로 꺽어 망양고개를 지나고 전면에 높게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북병산을 바라보며 383봉을 넘어 돌탑이 서있는 삼거리 안부로 내려선다.
더욱 뚜렸해진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작은 플래카드의 여자모습에 깜짝 놀래고는 랜턴을 꺼내 금방 컴컴해진 산길을 바삐 따라간다.
삼각점(거제311/1986재설)을 지나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암릉에 정상석이 서있는 북병산(465.3m)으로 올라가니 구조라해수욕장의 불빛들이 훤하게 내려다 보여 학창시절의 추억이 아련하게 되살아난다.
▲ 옥녀봉 삼거리인 518봉
▲ 옥녀봉 정상
▲ 옥녀봉 정상석
▲ 옥녀봉 대삼각본점
▲ 옥녀봉에서 바라본 대우조선소
▲ 옥녀봉에서 바라본, 북병산을 지나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반송치
▲ 북병산 삼각점
▲ 북병산 정상
-학동고개
철계단으로 암릉을 지나서 단순한 바위지대를 건너다 헛발을 짚으며 균형을 잃고 아차하는 사이에 밑으로 떨어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마만 조금 찟어져 피가 나오고 팔다리는 찰과상만 입은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히 랜턴과 안경을 챙겨서 위의 오버행 바위는 오르지 못하고 조금 우회해서 철난간과 밧줄들을 잡고 떨어진 곳으로 되돌아가 모자와 스틱을 찾고 둘러보니 바다쪽으로는 아찔한 절벽이라 가슴이 철렁해진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손전등까지 꺼내 계속 나타나는 암릉들을 조심해서 통과해 뚝 떨어지며 2차선 포장도로가 넘어가는 망치재로 내려서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왼쪽으로 애바위암장길을 지나서 된비알로 이어지는 446봉을 넘고 왼쪽으로 임도가 갈라지는 양화고개로 내려가니 아직도 학동고개까지는 거리가 많이 남은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안개 낀 암릉들을 따라 흐릿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간신히 찾아 멀리서도 통신탑이 보이던 455봉으로 힘겹게 올라서면 이정표에 학동고개까지 2.2km라 적혀있다.
통신탑은 찾지도 못하고 오른쪽으로 꺽어 완만하지만 흐릿한 산길을 신경을 바짝 쓰고 서둘러 내려가니 밑에서 학동고개로 올라가는 차량들의 소리가 들려와 반가워진다.
밝은 손전등에 고마워하며 한동안 산길을 타고 표고버섯 재배장을 만나서 짙은 안개로 덮혀있는 넓은 임도를 따라 1018번 지방도로상의 학동고개로 내려서면 길었던 산행은 끝이 난다.
어둠컴컴한 도로에 앉아 택시를 부르고 독한 매실주 한모금을 마시며 궁리를 하다 비소식이 있기도 하지만 바위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팔다리가 아파오고 웬일인지 발뒤꿈치도 다 까져서 내일의 산방산행은 포기하기로 한다.
일기예보대로 종일 참았다가 밤늦게야 차창에 뿌리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고현터미널로 가 찬 캔맥주를 준비해서 바로 서울 가는 심야버스에 오른다.
진짜 그만하시길 정말 다행입니다. 홀로산행 시는 안전계수를 그룹산행보다 2~3배는 더 높혀야 될 듯 합니다. ^^&..저두 전에 거제도엘 휴양차 가끔 갔지만 산이 이렇게 길게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거제지맥이라는 것이 있군요. 계룡산도 있고요. ㅎㅎ 42Km, 18시간. 그저 아연할 따름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어휴 형님 큰일날뻔 했네요. 산중에 제일 좋은 산이 안산이랍니다 항상 조심하세요
ㅎㅎ 맞아요. 안산이 최고입니다. 요즘은 어디로 다니세요? 얼굴 본지 오래됐네요.
의욕 상실인지 산에 가는게 왜이리 귀찬으닞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빈둥거리고 놀다보니 살만 피둥피둥찌고 죽겠습니다
진짜 그만하시길 정말 다행입니다. 홀로산행 시는 안전계수를 그룹산행보다 2~3배는 더 높혀야 될 듯 합니다. ^^&..저두 전에 거제도엘 휴양차 가끔 갔지만 산이 이렇게 길게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거제지맥이라는 것이 있군요. 계룡산도 있고요. ㅎㅎ 42Km, 18시간. 그저 아연할 따름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산행 후반부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제도 산 다 탈려면 며칠 걸려요. ^^
그날은 날이 시원한 표이라 장거리산행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바람도 불어주고 조망은 조금 나빴지만...그래도 그몸으로 학동고개까지 다 가셨으니 할말이 없습니다...그 전날은 무척 더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