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프라임이 추천하는 베스트 타이틀 3편
절대 DVD 사거나, 혹은 후회하거나
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2001년 12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DVD를 만든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다.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너무 낮아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나쁜 영화>를 찍고 남은 자투리 필름까지 공수받으며 완성된 16mm 저예산영화에 어느 누가 DVD로서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건네받은 샘플 DVD를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DVD 제작에 너무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투입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련된 메뉴화면은 코드 1번의 어떤 레퍼런스 타이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본편 영화의 열악한 AV적 퀄리티를 보완하기 위해 수록된 풍성한 서플먼트는 당시까지 발매되었던 한국영화 DVD 중 최고수준이었다. 재치넘치는 류승완 감독의 음성해설은 자신의 영화와 DVD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고 서플먼트로 수록된 <다찌마와 LEE>는 본편보다 더 좋은 화질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DVD 출시에 임박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은 “제작 당시 영화가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에 (웃음) DVD로 만들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네거필름은 내 방 장롱 속에 처박혀 있었는데 DVD 제작을 위해 텔레시네를 거친 화면을 보니 나도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과연 DVD의 본편 퀄리티는 아마도 ‘최악’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엄지손가락만한 스크래치가 비오듯이 화면을 가득 수놓는가 하면 모든 음향이 센터 채널에서만 출력되는 1채널 모노 사운드는 저예산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DVD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은 DVD 제작에 모든 열성을 다했고 DP는 인터뷰-프리뷰-공동구매로 이어지는 3연타 지원으로 아낌없이 ‘팍팍’ 밀어주었다. 더불어 류승완 감독 또한 공동구매에 참여한 DP 회원들을 위해 200장의 오리지널 포스터에 손수 친필사인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2. <파이란>
DVD로 제작된 <파이란>은 개봉 당시의 흥행성적을 고려하면 꽤나 많은 사랑을 받은 케이스다. 이전에 잡지사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DVD의 프로듀서로 참여했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높았지만 DP 운영진 전체가 그해 최고로 꼽은 한국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에 출시 한달 전부터 이틀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어 ‘샘플 디스크가 언제 나오느냐’며 이른 제작을 ‘독촉’했다. 지금 봐도 그다지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지만 당시에 처음 접한 <파이란>의 DVD는 무엇보다도 헐리우드영화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었고 송해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 프로듀서, 음악감독까지 무려 네명의 제작진이 음성해설에 참여한 것 또한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또한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직접 DVD 제작에 참여해 인터뷰 클립 등을 촬영하는 등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의 제작진과 DVD 제작진, 팬들의 애정이 똘똘 뭉친 <파이란> DVD는 영원한 한국영화 타이틀의 모범이다. <파이란>은 현재 진행 중인 DP 어워드의 ‘BEST 한국영화 DVD’ 부문에서 가장 높은 추천율을 보이고 있다.
3.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확장판
<두개의 탑> 개봉으로 지난해 겨울에 이어 전세계가 다시금 ‘절대반지’의 열풍에 휩싸여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이 타이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극장 개봉시 볼 수 없었던 30여분의 미공개 장면이 더해진 확장판을 두고 제작사인 뉴라인은 “<두개의 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반지원정대> 확장판 DVD의 사전 감상은 필수적인 코스”라고 밝히고 있다. 무려 28명이 참여한 네 개의 음성해설과 100% 16:9 아나모픽을 지원하는 스페셜 피처는 그 구성면에서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작에 대한 체계적인 조명과 크랭크인까지의 사전제작, 촬영, 편집, 음향, 특수효과, 의상, 개봉 뒤 반응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그 양과 질적인 면에서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타이틀과 비교하여 그 격을 달리한다. DP가 굳이 밀어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구입할 타이틀이지만 ‘설마‘ 아직까지도 이 DVD를 구매하지 않은 애호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할 것을 권한다. 피터 잭슨과 배우들, 이하 스탭진들이 이루어낸 영화적인 성과에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DVD 애호가들은 DVD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이끌어낸 DVD 제작진에게도 동일한 평가를 해주어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