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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약 알레르기 환자 중에는 반백(半白) 상태의 50~60대 남성이 많다. 이들은 아직 한창 일할 때인데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아서 염색을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염색을 할 때마다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것은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다. 염색약은 생각보다 독하다. 염색약 알레르기가 생기는 원인은 ‘P-페닐렌 다이아민(PPDA)’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이 조금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염색약이라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
PPDA는 머리 염색약의 염료 성분으로, 모발염색·모피염색·헤나문신·프린트용 잉크 용액 등에 사용된다. 모발 염색약을 사면 두 개의 병이 들어 있는데 하나는 PPDA 염료이고 나머지는 산화제다.
염색할 때 이 둘을 섞으면 무색의 PPDA가 산화제와 합쳐지면서 색을 만들고 염색이 이뤄진다. 이러한 PPDA는 헤나나 천연 염색약에도 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염색약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실제 2005년도 헤나 염료 19종을 조사한 결과 12종에서 PPDA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그래서 염색약을 선택할 때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염색약 알레르기의 주 증상은 염색약이 닿은 부위에 가려움증·붉어짐·각질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진물이 나며 얼굴 전체가 붓기도 한다. 반복 염색하면 반응이 점점 심해져 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집은 피부 표피와 진피가 분리되는 현상으로, 머리카락 모근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피에 물집이 생기면 이른 시일 내에 피부과를 찾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증상을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모근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돼 영구 탈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일정 시간 동안 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꼭 염색을 해야 한다면 PPDA 성분이 없는 염색약을 쓰기를 권한다. 인터넷에 ‘PPDA 없는 염색약’을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패치테스트를 해보자. 새로 구입한 염색약을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소량 바른 후 48시간 정도 관찰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여러 염색약에 모두 알레르기가 생겨 더 이상 고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염색 전에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알레르기 약은 항염증 작용과 면역억제 작용을 일으켜 가려움과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약 효과만 믿고 자주 염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염색약을 골라 1년에 두세 번 정도로 염색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서동혜(45) 피부과 전문의. 실리프팅·서마지·울세라 등 주름 치료에 정통하며, 주름 SCI급 논문도 다수다. 저서 『땀냄새 No, 향기 Yes』 『굿바이 피부트러블』 등이 있다.
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