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자두 4박스 서울로 보냈어요. 가격이 얼마나 나올지 내심 기대 되요. 올해는 자두가 작년만큼 크지도 않은 것 같고 가격도 많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크지도 못하고 익은 것 같아 벌써 익었나 싶은데 남편이 따왔는데 맛은 제법 들었어요. 비오면 크기는 큰데 싱거워 니맛도 네맛도 없거든요.
선별할 때 수잡업은 참 힘들어요. 눈대중으로 크기를 고르는데 정말 헷갈려요. 많이 하는 집들은 선별기가 있어 자동으로 담으니 보기도 좋고 일도 수월해 보이던데……. 수작업도 그런 대로 재미있어요. 하지 지났다고 날은 푹푹 찌는데 앞집 할머니는 마실이 타고 가서 감자 캐느라 얼굴이 벌겋게 익어 호~ 긴 한숨을 내 쉬는데 몸도 성치 않으면서 일하는 것 보면 정말 정신력이 대단해요.
나보고 "화요일 날 알지?" 그 말은 화요일 날 내가 문화원 가는걸 알고 석제홍에 침 맞으러 가는데 태워달라는 거예요. 석제홍은 뼈주사 맞는 병원인데요. 자주 맞으면 안 좋다는데 할머니들이 뼈주사를 맞고 약기운에 또 일을 한데요.
앞집 할머니는 온 몸 뼈 마디마디 관절염이라면서 마실이는 몰 줄 알아서 마실이만 타면 못 가는 데가 없어요. 아참 마실이는 전동차 이름이에요. 마실이를 타고 배시내 방앗간에 가서 미숫가루 고춧가루 빻아오고 양계장에 가서 싱싱한 계란도 사오고 논물보고 하천부지 감자밭에도 가고 말랑 고개 고구마 밭에도 가요. 집 앞에 텃밭이 있는데 텃밭에 양파 마늘 캐먹고 고추심고 콩 심고 사이에 옥수수 배추 상추 갈아 수시로 마실이 타고 우체국에 가서 아들 딸 한태 부치고 마실이가 아주 사람하나 보다 났다니까요.
더위에 쓰러질 것 같아 내가 우유한잔 드렸더니 벌컥벌컥 마시더니 집에 가서 한숨자야 갰다고 하기에 밥도 안 먹고 잘것 같아 부추 양파 호박 넣고 도토리가루로 부친 전 한 소당 드렸어요. 그렇게 하면 답으로 감자나 양파 호박을 또 건네줘요. 그러니 앞뒷집에 왔다 갔다 해요. 앞집할머니는 내가 새댁이적부터 수시로 나물을 담 너머로 던져주어 저는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집 병아리가 나오는 날이에요. 어제만 해도 기미가 없더니 아침에 가보니 껍질을 홀랑 벗고 한 마리가 나온 거 있지요. 저녁때 가보니 그새 10마리나 나왔어요. 그중 똘똘한놈 8마리는 조리로 떠서 박스에 담아났어요. 그래야 나머지 알도 품을 수 있거든요 두 마리는 비실비실해서 엄마 품에 두었어요. 그런데 하나같이 엄마를 안 닮았어요. 그럴 밖에요. 초봄에 수탁이 죽어서 남편이 이웃집에서 알을 14개 빌려왔거든요. 참 신기해요. 어디서 그렇게 귀여운 병아리가 나왔는지 나오자 말자 삐약삐약 울 줄도 알고 콕콕 쪼을줄도 알고 두발로 서는 걸 보면 내일아침 엄마 품에 돌려 줄거에요. 내일까지 못나오는 병아리는 실패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