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수목관리 A to Z]
장미에 발생한 찔레수염진딧물
이규범 나무의사
아파트 단지의 울창한 녹음은 입주민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지만, 기온이 상승하는 봄철이 되면 이처럼 반짝이는 감로를 앞세운 해충들이 수목의 건강을 위협하고는 합니다. 수목 해충은 피해 유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잎이나 가지에서 수액을 빨아먹는 흡즙성 해충, 잎과 과실을 직접 갉아 먹는 섭식성 해충, 그리고 줄기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내부를 파괴하는 천공성 해충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종류가 가장 다양하고 피해 범위가 넓은 것이 바로 흡즙성 해충이며, 그중 봄철 거의 모든 수목에 나타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는 존재가 바로 진딧물입니다.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보면 유난히 잎이 번들거리거나 보석을 뿌린 듯 반짝이는 나무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잎에 생기가 돌아 빛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수목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증거입니다. 이 반짝임의 정체는 바로 진딧물이 수액을 빨아먹고 내뱉은 배설물인 ‘감로’입니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이 끈적한 액체가 잎을 코팅하면서 빛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것인데, 이 흥미로운 현상 뒤에는 단지 조경을 위협하는 진딧물의 치밀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조팝나무진딧물
진딧물은 목화진딧물, 조팝나무진딧물, 느티나무알락진딧물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아주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연 수회에 걸쳐 발생하며, 성충과 약충이 어린 가지와 연한 잎의 영양분을 탈취해 나무의 수세를 급격히 약화시킵니다. 피해를 본 잎은 흉하게 말리거나 기형으로 변하며, 앞서 언급한 ‘감로’가 잎에 쌓이면 검은 곰팡이가 피어나는 그을음병을 유발해 광합성을 방해하고 단지의 미관을 크게 해치기도 합니다.
진딧물의 생태 중 특히 흥미로운 점은 기주전이라 불리는 이동 특성입니다. 단순히 한 나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서식처를 옮기며 생존 전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물론 한 기주에서만 세대를 이어가는 종류도 있지만, 대다수 진딧물은 가을에 나무(주기주)에 알을 낳아 겨울을 보낸 뒤, 봄에 부화한 날개 있는 성충(유시충)이 풀이나 채소(중간기주)로 이동해 생활하다가 가을철에 다시 나무로 돌아와 월동하는 복잡한 생활사를 보입니다.
모감주나무잎에 붙은 진사진딧물
쥐똥나무를 가해하는 쥐똥나무진딧물
이러한 진딧물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발생 초기에 전용 약제를 살포해 확산을 저지하거나, 중간기주가 될 수 있는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등 환경 정비를 병행해야 합니다. 특히 아무리 효과적인 약제라도 한 가지만 반복 사용하면 해충에게 저항성이 생기므로, 동일 약제는 연간 2~3회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계통이 다른 약제를 교대로 살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향후에는 식물성 추출물 등으로 제조한 친환경 약제로 방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통풍 및 채광이 원활하도록 가지를 정리해 주는 물리적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단지의 소중한 수목을 건강하게 지키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이 규 범 l 한라나무병원 원장. 서울시 녹지 자문위원. 대우건설 자문위원. 전 LH 녹지 심위위원. ‘한국의 천연기념물(식물) 100선’, ‘나무의사이야기’ 공저
첫댓글 아무리 효과적인 약제라도 한 가지만 반복 사용하면 해충에게 저항성이 생기므로, 동일 약제는 연간 2~3회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