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와서 입었던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놓고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또 아침에도 깨워주지 않으면 절대로 혼자 일어나지 못하던 8학년생 우리 아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현실은 닥쳐왔다.
과연 가을 보딩스쿨에 가서 제대로 일어나서 수업을 받고 주말에 빨래하고 자기방 청소도 할 수 있을까. 카페테리아 밥이 입에 안맞아서 굶고 하면 어떡하나. 이런 고민이 크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우리 아이만 겪는 일이 절대 아니다.
보딩스쿨을 진학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부모의 따뜻한 보호 아래 14~15년을 지내왔다. 하루 아침에 습관이 바뀌는 것은 무리다. 개학을 앞두고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야겠다. 이번 주에는 가을에 보딩스쿨에 처음 진학하는 학생이 챙겨야할 필수 항목을 정리해 봤다.
▶건강 검진
늘 자녀의 건강을 챙겨주는 부모와 헤어져 학생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기숙사 공동 생활을 하게 되므로 여름 동안 필요한 예방 접종 및 치과 안과 내과를 방문하여 검진을 받고 또 필요 건강검진 서류를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반드시 학교에 알려야 한다.
▶ 은행 계좌 계설
당장 공항에서 가방을 부칠 때부터 비용이 들어간다. 이제까진 부모가 다 지불했지만 이제부턴 학생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보딩생활 중 주말에 인근 샤핑몰에 갈 수도 있고 학교 구내매점이나 서점에서 살 일도 많아진다. 현금보다는 은행 데빗 카드가 훨씬 유용하다.
▶학과목 예습
학원에 의지하여 공부해 온 학생이라면 특히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수학과 제 2외국어는 학교 개강 후 레벨 테스트를 거쳐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8학년때 수학 지오메트리를 마쳤다면 다음 단계인 알제브라를 수강하는 것이 순리겠지만 수학 선행을 원한다면 방학중 알제브라2를 공부하고 가을에 레벨 테스트를 거쳐서 9학년에 프리-캘큘러스를 수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제 2외국어도 비슷한 케이스다.
보딩스쿨은 공립학교에 비해 교사와의 대화가 훨씬 자유롭고 학생을 도와주려는 자세가 강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 강하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만일 학기중 특정과목이 힘들다면 또한 지도교사와 상의하여 과외 수업을 받아야 하고 그래도 힘이 든다면 카운슬러와 얘기해서 과목 수준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여름에 예습을 하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공립학교와 보딩스쿨의 가장 큰 차이는 '작문' 에서 나타난다. 공립학교의 구조상 교사 한 명이 서른명 이상되는 학생들에게 1대1로 작문 피드백을 주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작문 및 문법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 있다. '스피치 & 디베이트' 및 작문수업으로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 4년간 학교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운동 연습
여러번 설명했지만 보딩스쿨에서 운동이 차지하는 부분은 공립학교의 운동부분보다 상당히 크다. 그러므로 가을 운동 즉 축구 풋볼 배구 트랙 & 필드 등의 팀에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은 여름에 실력을 향상시켜서 학교 팀 선발에 선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기 종목인 축구 풋볼 등은 대부분의 학교가 3개의 팀을 갖고 있다.
바로 발시티(Varsity) 주니어 발시티(Junior Varsity) 써드 팀(3rd Team)이다. 이중 발시티 팀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그 다음이 주니어 발시티 마지막이 써드(3rd)다.
9학년 신입생은 대개 주니어 발시티 혹은 써드팀에 들어가게 되고 처음부터 발시티팀에 들어가는 학생은 드문 편이다. 이들은 중학교부터 그 운동을 꾸준히 높은 수준에서 한 학생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스테이트 레벨서 랭킹을 가진 학생도 있고 축구 및 농구 야구 등의 팀 스포츠는 최상위 클럽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이 여기에 속한다.
▶기숙사 방 꾸미기
기숙사 룸메이트 및 기숙사 건물은 입학 당일에나 알 수 있다. 보통 대학 기숙사처럼 2인 1실 1인 1실 가끔 3인 1실이 있으며 매트리스와 책상 의자 그리고 옷가지를 걸 수 있는 옷장이 준비돼 있다. 신입생은 입학일 이틀 전쯤 학교 근처 호텔에 도착하여 기숙사를 꾸밀 준비를 하게 된다. 타겟 코스코 등은 각 학교 동네마다 있으므로 굳이 집 근처에서 사서 무겁게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이불류 세제류 옷걸이 등은 인근 마트에서 살 수 있고 학생에 따라 미니 냉장고나 미니 에어컨 선풍기를 구비하는 학생도 많다. 학비보조금을 신청한 학생들은 학비보조부에 가서 이런 물건들을 1년동안 빌릴수도 있다. 방 전등 냉장고 옷걸이 간의 의자 등 학생들이 필요한 모는 것들을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부의 보딩스쿨은 8월 말에 동부의 스쿨은 9월 첫째 주에 시작한다. 학생을 데려다 주러 가면서 2~3일 정도 같이 지내며 다른 한국 부모와도 친분을 쌓는 것이 좋겠다. 14세 15세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 보딩스쿨을 진학하는 학생을 학부모는 대학을 3년 또는 4년 일찍 보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준비물이나 마음가짐도 똑같다. 다만 보딩스쿨은 아직 청소년 시기이므로 교사 및 교직원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