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은 10일입니다. 설날은 시간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 달의 첫 날입니다.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명절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설날을 구정이라고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방송에 나와서도 구정이라고 하여 사회자가 고쳐주는 경우도 있더랍니다. 그런데 먼저 설날의 '설'은 어디서 유래된 말일까요
'설'은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 씩 더 먹지요. 이렇게 ‘설’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하여 오늘날 ‘살’로 바뀌게 된 것이라 합니다.
이밖에도 설이 새해 첫 달의 첫 날, 그래서 아직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각종 세시기 문헌에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기술한 것으로 짐작컨대 몸과 마음을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의 첫 시작을 경거 망동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설'의 수난은 오랜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일본총독부는 1936년 '조선의 향토오락'이란 책을 펴낸 이후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성과 이름까지 빼앗고 민족문화말살정책을 쓰며,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지요.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는 일본말이 쓰이기 시작했구요.
일제는 (음력)설을 쇠지 못하게 1주일 전부터 방앗간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일본 명절인 양력설을 쇠게 했으며, 우리 국민은 양력설을 '왜놈 설'이라 부르면서 음력설을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고수했습니다. 당시 일제의 강압에 맞서 "양력설을 쇠면 친일매국, 음력설을 쇠면 반일애국"이란 구호를 외칠 만큼설 명절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깊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역사 속 악행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잘못을 감추고 축소하는 것도 모자라 도리어 무례한 언행을 일삼으며 억지를 부리는 적반하장격의 일본을 생각하면 꼬옥 우리 전통 이름인 '설' 또는 '설날'로 불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