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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맥주축제가 아니다. 독일맥주 축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축제는 매년 9월 셋째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2주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다. '10월 축제'라는 의미의 축제로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기도 한다. 그 맥주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남해로 달려갔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독일이 아니라 독일마을이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에서 열린 맥주축제(Octoberfest 2013)는 올해로 네 번째 열리는 행사다. 독일을 대표하는 축제이니만큼 독일마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반가운 것은 독일 전통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독일전통 맥주는 생맥주(마이셀)와 캔맥주(비트버거, 벡스), 병맥주(뢰벤브로이, 비트버거 드라이버, 쾨스트리처) 등 총 6종류다.
맥주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남해까지 5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인 탓도 있지만 맥주축제의 유명세를 타고 달려온 차량들로 인해 길목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에서 수입한 맥주가 다 팔리게 되면 고생해서 찾아간 보람도 없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수입 맥주가 다 떨어져서 나중에는 국산 맥주로 대신해야 했다는 말도 있다.
행사로 인해 차량 통행은 마을 입구에서 막고 있다. 근처 갓길에 대던가 임시 주차장에 대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독일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걸어서 올라갈 때는 독일마을 주민들이 펼쳐놓은 좌판의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국적인 마을과 남해의 바다가 어울려 있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행사장은 언덕 끝에서 열린다. 마을 입구에서 걸어갈 때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독일 국기를 상징하듯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노란색 천으로 지붕을 만들어 놓은 이색적인 행사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래로 각종 공연이 열리는 무대와 함께 기다란 탁자와 좌석이 놓여져 있다. 실제로 독일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이보다 몇 배는 더 큰 행사장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브라스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지난여름 독일에 갔을 때 들렀던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äuhaus)에서 연주하던 브라스 밴드가 생각나게 만든다. 맥주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전통 생맥주라는 '마이셀'을 주문했다. 바그너의 음악이 선물한 맥주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고 한다. 엄선된 밀과 보리 맥아를 사용해 풍부한 과일향과 전통적인 밀맥주 향, 그리고 부드러운 맛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맥주다.
안주는 기본 안주라고 할 수 있는 소시지 세트로 주문했다. 소시지 2개와 식빵 2조각, 그리고 오이피클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8천원이다. 생맥주인 마이셀 맥주는 500cc 한 잔에 5,000원인데 플라스틱 잔은 상관없지만 유리잔에 마시려면 3,0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병맥주의 경우 330cc 한 병에 4,000원인데 술집보다는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번 맥주축제에서 먹고 싶었던 맥주는 맥주는 독일여행 중에 맛보았던 프란치스카너 맥주였다. 독일에서 돌아온 후 그 어떤 맥주로도 그 맥주의 맛을 느낄 수 없었기에 더욱 생각나던 맥주였는데 이번 맥주축제에서도 프란치스카너 맥주는 빠져 있었으나 마이셀로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기본 안주라고 할 수 있는 소시지는 플라시틱 칼로 썰어 먹거나 식빵을 포개서 핫도그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주최 측에서는 개점시간부터 폐점시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독일민속공연과 마술쇼, 포크스토리-세시봉(7080 통기타 라이브), 독일 클래식공연 등이 눈에 띈다. 또한, 밤 9시부터 10시까지는 Oktober Dance Party로 가면파티와 불꽃놀이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에는 독일 옥토버 페스트에 가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돌아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