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발걸음 이었다.
16년간 몸담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겠다는 것은 분명 모험이쟈 도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를 나오고 몇 달간 나를 괴롭혔던 사실 하나는 내 두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16년간 난 도데체 무엇을 해 왔던 것인가? 자가용 운전, 요리, 간단한 소모품 교체하기 정도?!. 극단적인
가정을 해 보았다. 내가 만약 무인도에 홀로 남겨 진다면 과연 난 몇일을 버틸 수 있을런지?
나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직업훈련소에 노크를 했다. 혹시 목공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사무적인 공무원의 퉁명스러운 설명을 듣고 결심했다.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는
결국 실업자 하나 구제하면서 실업률 줄이는 수치노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공무원이 제공해준 목공관련 안내 싸이트를 나름 꼼꼼이 검색하면서 난 시간이 갈수록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비싸게는 2백만원의 목공교육학원들이 단순한 실내인테리어기술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갈증을 채워 줄수 없었다.
최근에 힘들게 마련한 집을 팔고 결심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난 집을 사지 않겠다.. 나와 우리 가족이 쉴 수 있는
보금자리는 내 손으로 설계하고 내 손으로 지어 보겠다는 발칙한 포부였다. 그런 측면에서 날 사로잡은 것은 목조건축교육원
에서의 '통나무집 짓기' 강좌였다. 단순히 자격증을 위한 학습이 아닌 내 손으로 내집을 지으련다라는 거창한 목표하에
뭔가 실질적인 배움의 현장일 것이라는 직관적 느낌이었다.
교육마감 사흘을 남기고 난 정부의 2백만원 보조를 포기하고 과감히 내돈 40만원을 투자했다. 결론적으로 투자 대비 대만족이다.
먼저 정직상 선생님의 오랜 실무 경험에서 오는 신뢰감과 모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다. 물론 하루 이틀에 터득된 내공이
아닐거라 짐작한다. 각고의 노력과 시행착오에서 도출된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기타 소박한 교육장도
맘에 들었다. 덧붙여 한 시간 마다 휴식시간을 배려하는 원장님의 센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정원장님의 권유로 이틀간 핸드북 안내서를 정독하면서 통나무건축에 대한 기본사항을 숙지하도록 노력했다. 일단
책내용과 책크기가 맘에 든다. 도서관을 해매며 초보자를 위한 건축관련 도서를 열람해도 아주 어려운 이론책들로 처음부터
사기가 꺽였는데 실전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충실한 내용들은 알차게 담은 작은 책자가 초보자에게도 조금만 신경써서 읽으면
이해하기가 크게 어렵지 않은 실전안내서였다.
첫날 적지 않은 실습생 동기분들을 뵙고 상기된 마음으로 열심히 선생님 강의를 경청했다. 이틑날은 드디어 첫날의 교육을
바탕으로 실습이 진행되었고 나의 몸치는 여지 없이 만 천하에 들어나고 말았다. 부끄럽지만 몸으로 배운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는 진리를 믿고 열심히 실습에 참여하였다. 물론 나 같으면 짜증날만 한데 수강생의 마음을 해아리셨는지 시종일관 인내심을 잃
지 않고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셔서 감사했을 따름이다. 서로 다른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강생 분들이 최대한 실습을 직접
경험해보셨다고 생각한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모두의 눈빛에서 설램 반 의지 반 그렇게 이튿날의 실습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사흘째 교육날, 전날 실습에서의 문제점과 중요한 부분을 재확인하며 통나무가 어떻게 기둥이 되고 보가 되며 집 전체의
뻐대로서 모습을 가춰나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아마추어이니 전부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각자 노력하면 왠만한
문제는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지막날은 지붕, 벽채, 마감, 기초등 경량목구조 건축의 일반적 특성을 통나무와의 연결성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
목재 및 기타 자재들에 대한 현장 교육도 병행되어 나의 머리속에는 이미 집한채가 건설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4일 교육으로 바로 집을 건축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왕초보로서 남자들의 로망인 집짓기에 대한
나의 포부가 아주 무모한 꿈이 아닌것을 어렴풋 확신할 수 있었고 그 가능성의 실마리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나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첫 걸음은 무거웠지만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한층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지금 나와 비슷한 고민하시는 분들은 자신있게
통나무 집짓기 강좌를 추천한다.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첫댓글 '투자대비 대만족' 이런 부분은 빨간색으로 강조해 주는 센스! ㅎㅎ...장문의 후기 감사합니다.
좋은결과가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