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공의 열쇠를 거머쥔책 속의 주인공
책은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어떤 책을 많이 읽는지 살펴보면 그 시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인물 분야 베스트셀러를 분석해 지난 6년 동안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책 속 인물’을 알아봤다. 자서전뿐 아니라 전기, 칼럼집 등 어떤 형태로든 유명인의 삶을 다룬 책이 많았다. 또 정치든 사업이든 평생에 걸쳐 일가를 이룬 사람은 출판가에서도 ‘이름값’을 충분히 하는 듯하다.
2003~2008년 대한민국 인물 분야 베스트셀러 경영인의 일생을 다룬 책으로는 <이병철 경영대전>, 故 최종현 SK 회장의 <슈퍼 엑설런트>, , <빌 게이츠&워렌 버핏 성공을 말하다>, <록펠러>,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지방 소도시의 약사 출신으로 엠베스트교육 대표가 된 김성오의 <육일약국 갑시다>, 버진 그룹 CEO 리처드 브랜슨의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와 <도널드 트럼프 억만장자 마인드> 등이 인기를 끌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 비즈니스맨이다. 이 중에서 대니 메이어의 <세팅 더 테이블>이 눈길을 끄는데, 저자 대니 메이어는 최고의 레스토랑 경영자로 주목받는 인물. 이 책에서 메이어는 “손님과 투자자를 우선시하는 구시대적 경영관을 깨고 직원 → 고객 → 사회 → 납품업자 → 투자자 순으로 ‘배려의 우선순위’를 바꿀 것”을 주문했다. 정치인 역시 ‘천문학적 인세’가 먼저 회자될 정도로 출판가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다. 지난 6년간 힐러리 클린턴의 <살아 있는 역사>와 <힐러리의 삶>,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덩샤오핑 평전>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꾸준히 사랑받았다.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책이 두 번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여성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일상을 담담히 다룬 일반인 수필도 당당히 이름 올려 일상에서 얻은 가르침을 책으로 펴내 ‘유명인’이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의 책은 내 이웃의 이야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2003년 출간된 <질그릇 아내>는 저자 권은정이 10년 동안 쓴 일기를 모은 책. 서울대 운동권 출신 심재철 의원의 아내인 저자는 든든한 버팀목이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투를 벌이게 되자 그런 극한 상황에서 가족애를 다시 찾아가는 내용으로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장돌뱅이’ 안효숙의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와 작가 이철환의 <행복한 고물상>도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수필 <연탄불>로 유명한 이철환 작가는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도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지 마비의 장애를 딛고 미국 존스 홉킨스대 전문의가 된 이승복 박사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는 살아야 하는 이유와 살아갈 길을 제시해준다. 촉망받는 체조 선수에서 장애인, 휠체어로 병원을 누비는 의사가 되기까지 고난의 연속인 그의 여정에 많은 독자가 눈물을 훔쳤다. 노동자의 영웅이 된 전태일 열사의 삶을 기록한 <전태일 평전>은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독자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故 조영래 변호사가 수배 생활 중 혼신의 열정을 다해 집필한 책으로 유명하다. 군사독재 시절 내내 비밀에 부친 저자의 이름은 1991년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