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배동문들과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말이 후배지 모두들 90줄에 들어선 백발의 노신사들, 나이에 비해 퍽이나 젊어 보여 기분이 좋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다들 건강미가 넘쳐 난다.
윤준섭 제천중고 7.9회 동기회 회장의 초청으로 얼굴을 내민 오찬 모임에서 그 옛날 자주 만났던 동문들의 환대가 더욱 각별했다. 서울시장, 충북지사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이원종 동문의 건강한모습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겸손함이 존경스럽고 이날따라 근로장학회 회원으로 동고동락했던 이삼규 동문, 산악회서 자주만나던 김관호 동문의 환대가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다.
7.9회는 제천중고 다른 어느 동기회보다 지명도가 높은 동문 많기로 소문나 있다. 이원종 박범진동문은 말할것도 없고 박사 교수 목사등
동문사회의 많은 간판스타들이 제천중고의 자존심을 대변해주었는가 하면 동문애 또한 남달라 제천 서울을 막론하고 비교적 탄탄한 재정으로 친목을 다지고 있어 부러움을 독찾이하고있다. 봉사정신이 투철했던 서관석 전 제천향후회 사무총장도 7.9회동기여서 강인준(전 재경제천향우회 회장) 3.5회 선배와 향우회를 함께한 인연으로 자주 즐거운 만남을 계속해 오고 있으니 이 또한 천생연분 같다는 느낌이다.
낭랑한 목소리로 김소월의 초혼을 암송한 윤준섭 회장의 여전한 달변이 좌중을 흥겹게하는 가운데 이원종 동문이 직접 칵테일해 건네준 막소사(막걸리에 소주 사이다를 탄 삼배주) 한잔술에 취기가 도니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
주로 건강관리가 화제의 초점이었지만 저마다 친구들 안부 묻기에 바쁘다.
건배 또 건배. 죽는 날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을테니 걱정말라며 약속 있어 먼저 자리를 뜨니 기분은 억수로 좋았지만 이럴때 한판 크게 쏘고 나올걸 하는 아쉬움에 얼굴이 화끈 거린다.
건강 또 건강! 다들 아프지 말고 100세까지 건강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
* 윤준섭 회장이 낭랑한 목소리로 암송한 김소월의 초혼, 감명깊게 경청하며 옛날 생각이 나서 옮겨 보았다.
초혼(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구나 .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글 정운종, 사진 윤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