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가뜩이나 불황 속에 차리만 날렸는데 고환율까지 겹쳐 '업친 데 덥친 격' 이라며 이러다 줄줄이 망하게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네크워크 장비 대리점을 6년째 운영하는 김로씨는 "지난해 말부터 원자재값이 치솟아 가격이 뛰었는데 이제 좀 잠잠해지려니까 환율 폭탄이 떨어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대부분 수입품인 네트워크 장비 가격이 최근 서너달 새 40%나 올랐다"며 "기업에 납품하는 컴퓨터 장비는 보통 1~2개월 전에 선계약한 뒤 납룸일자에 맞춰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새 가격이 15%넘게 뛰어올라 물건을 팔고도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조립PC와 전자기기 부품을 대부분 수입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수입가 상승은 곧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는 3~4년 전부터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상이 큽감했다. 최근의 환율충격은 그나마 남아 있는 오프라인 매장마저 싸늘한 냉기 속애 몰아넣었다. 한대 '전자왕국'으로 불리던 용산이 거대한 컴퓨터 물류창고로 변했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이다.
컴퓨터 장비 수입업체(총판)들은 환차손이 우려되자 거래처 매장에 상품을 팔지 말라는 통제령을 내렸다. 소매점들은 물건이 있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왔지만 요즘처럼 수시로 변하는 환율에는 대처할 방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벌써부터 몇몇 업체는 도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을 상대로 조립PC를 판매하는 업체는 환율에 더 민감하다. 기업체에 압품하는 대형 컴퓨터 장비는 월말이나 월초 환율기준가로 거래되지만 개인 컴퓨터 부품은 환율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기 때문이다. 동일 제품이라도 오전과 오푸 가격이 달라질 정도다. 조립PC매장 사장 나모씨는 "가격변동이 심해 손님으로부터 바가지를 씌우는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산터미널 상가 상우회 관계자는 "전체 매장 중 15~20%정도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폐업했다"며 "남아있는 매장들도 80%이상은 은행대출을 받아 자금을 돌리는 형편인데 문들 닫으면 은행의 자금회수를 감당할 수 없더서 떠나고 싶은데도 못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보다 그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환율이야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요즘같은 불경기가 계속되면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 완제품 업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용산의 대표적인 노트북 총판업체0 관계자는 "환율 불안정이 오래 지속된다면 나중에 가격이 진정되더라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