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9월 6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906월] 유 장관 낙마를 보며 자세 가다듬기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 구현'을 임기후반의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데, 외교통상부 5급 계약직에 딸을 단독 채용해 국민적 공분을 산 유 장관을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에서도 "공직사회, 권력 가진 자, 힘 가진 자, 가진 사람, 잘 사는 사람이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자기관리와 처신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 장관 딸의 특채 의혹을 감사 중인 행정안전부는 유 장관 딸 외에 외교부를 포함한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자녀의 채용 과정도 조사하고 있다. 외교부의 경우 계약직 400여명 가운데 7명의 외교관 자녀가 채용돼 현재 3명이 근무 중이라고 한다. 또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실시된 외무고시 2부 시험 합격자 중 외교부 직원 자녀 비율이 41%나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특혜나 법령 위반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
이번 사태는 행안부가 추진하는 행정고시 폐지 등 공무원 채용 다원화 정책에도 직접적으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행시를 5급 공채로 바꾸고 선발인원의 30%를 민간전문가로 뽑는다는 것이 행안부 안이다. 하지만 이런 선발 방식은 유력계층 자녀들에게 유리해 신분의 대물림을 가져올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사법시험을 대신하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나 외무시험 대신 1년제 특수대학원인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는 방안도 비슷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무원 채용에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문제다. 유 장관 딸 특채 소동은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용방식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행안부는 고위공직자 자녀 채용 특별감사에서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해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이의가 없는 공무원 채용 방안을 만들어 내는 토대로 삼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906월] 대북 쌀 지원하고 6자회담 재개 노력 강화해야
최근 6자회담 재개를 협의하기 위한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연쇄접촉이 있었다. 또한 북한의 흉작과 수해에다 국내 쌀 재고량 급증 문제가 겹치면서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정부에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사안에서 오히려 강경론의 진원지 구실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국무부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현시점에서는 6자회담으로 가는 것이 이르다”며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말로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이지만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여러 대안을 모색하는 미국의 태도보다 더 강한 것이다. 최근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방안을 갖고 한·미·일을 순방했다. 정부는 중국의 이런 노력을 진전시키기보다 차단하려는 듯한 태도를 나타낸다.
대북 쌀 지원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현재 검토하는 것이 없으며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민간에서 긴급구호 성격의 대북 지원 신청을 하면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고위 당국자의 다소 진전된 듯한 발언도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려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민간의 대북 지원은 선별적으로 허용하겠지만, 북한이 핵 문제와 남북관계 등에서 먼저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정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북쪽 주민에게 가장 절실한 게 쌀이므로 거꾸로 대북 압박의 주요 수단으로 삼겠다는 사고방식이다.
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고 한반도 정세가 계속 요동칠 경우 남북한이 받을 피해는 엄청나다. 지금과 같은 ‘한·미 대 북·중 대립 구도’도 더 심해질 것이다. 반면 핵 문제가 해결 실마리를 찾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그 혜택은 우리에게 바로 돌아온다. 우리나라의 앞서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까닭이다. 과거 경험을 살펴봐도 우리 정부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적극 움직일 때에만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었다.
정부는 즉각 대북 쌀 지원에 나서고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강화해야 마땅하다. 다른 나라의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제동을 거는 일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로만 북한의 변화를 요구해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동아일보 사설-20109896월] 검찰, 태산 옆에 놓고 쥐 잡는 수사만 할 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차명으로 관리하던 계좌들도 노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이니까 차명계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장의 폭탄발언으로 조 청장의 명예훼손 사건은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의 진실 쪽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쏠리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에 관한 이 전 부장의 발언은 10억 원 뇌물수수의 새로운 정황 증거를 담고 있다. 그는 “박연차 씨가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 사저에서 만찬을 한 일이 있는데 권 여사가 계속 ‘아들이 미국에서 돈이 없어 월세 산다’고 말해 돈 달라는 얘기로 알았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권 여사가 “집 사는 데 한 10억 원 든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제가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수사 과정에서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차명계좌가 권 여사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말 여러 사람을 살렸다”면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관련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정치인 비리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조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 관련 명예훼손 고발 사건을 처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유무만 수사할 일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수사가 중단된 게이트 관련 비리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지금이라도 재개해야 한다.
* 이인규 증인 출석 막은 정치권의 국민 기만
이 전 부장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은 데 대해 “나가서 있는 대로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여권이고 야권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나오지 말라고 설득해 나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겉으론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떠들었지만 뒤로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걸 가로막았음을 보여 주는 증언이다.
그러고도 여야는 증인 불출석을 문제 삼아 이 전 부장을 고발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국민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부장은 증인 출석을 막은 정치인들의 면면과 구체적 정황을 당당히 공개하기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은 사망해 공소권이 없지만 가족과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얼마든지 재개할 수 있다. 여야가 떳떳하다면 이번 기회에 국민의 알 권리와 진실규명을 위해 특별검사법을 만들어 봉인된 비밀을 풀어야 한다. 냄새가 풀풀 나는 태산을 옆에 놓고 쥐 잡는 수사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조선일보 사설-20100906월] 자율고 혼란, 전북 교육감이 책임지고 수습해야
전주지방법원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내린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처분의 효력을 1심 정식 재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현 상황에서 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두 학교가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친전교조 성향의 김 교육감은 두 학교가 입시 설명회 날짜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지난 7월 느닷없이 자율고 지정을 취소해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에 빠뜨렸었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두 학교는 이달 중 입시설명회를 열고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신입생 원서 접수를 거쳐 11월 9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1심 정식 재판이 끝날 때까지 효력을 잠정 중단시키는 것일 뿐이다. 두 학교든 교육감이든 1심 정식 재판 결과에 불복하면 소송 사태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 계속되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혼란을 조속히 수습할 책임은 김 교육감에게 있다. 김 교육감이 자기 개인의 철학을 앞세워 돌연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소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0월 30일 신입생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까지는 5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학교의 희생과 학부모·학생의 혼란을 수습하는 최선의 길은 김 교육감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자율고 지정 취소 처분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법정 소송 사태는 저절로 끝나고 두 학교는 순조롭게 자율고로 출발할 수 있다.
법원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김 교육감의 자율고 지정 취소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원은 "두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 전환에 필요한 기본 재산을 확보했고, 자율고로 지정된다고 해서 평준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볼 수 없으며, 정원의 20% 이상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중에서 선발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6·2 지방선거 득표율이 29%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체 유권자 3분의 1의 지지도 얻지 못한 교육감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큰 고통을 안기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906월] 고시제도 개편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12일 정부의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고 나서 우리는 본란을 통해 “공직 채용을 혁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큰 틀에서 찬성하지만, 유력자의 자제나 친·인척에게 유리한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악용될 소지를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전문가 채용 때 서민·중산층 자제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투명하고 공평한 채용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따라 채용시험의 공정성 확보 등 세부시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대학교수, 민·관 인사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와 실무 전담반을 꾸렸다. 오는 16일에는 대국민토론회를 열어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유감스럽게도 ‘유명환 사태’는 행정·사법·외무 등 3대 고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특채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을 선발하겠다는 정부 구상의 근간을 뒤흔들 전망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행시는 내년부터 5급 공채로 이름이 바뀌면서 선발인원의 절반가량을 민간전문가로 대체한다. 사시는 2017년에 완전히 폐지되고 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바뀐다. 외시도 2013년에 없어지면서 1년제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새 외교관을 임용한다. 잘될 것 같지가 않다. ‘유명환 사태’에서 보듯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고시제를 폐지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쪽 의견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너무 성급하다. 제도개편이 능사가 아니다. 61년 동안 시행된 제도를 바꾸는 데 이렇게까지 서두를 까닭이 무엇인가. 고려 광종 때부터 시행된 과거제야말로 우리 조상이 남겨 준 최고의 명품제도라고 칭송하는 이도 많다. 몸에 익은 제도를 새로 바꾸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부작용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 나라의 동량(棟梁)을 뽑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특혜가 통하지 않는 제도를 확실하게 만든 뒤 시행해야 제2·제3의 ‘유명환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906월] 주목되는 삼성전자 `스마트 크리에이터` 전략
삼성전자가 스마트 붐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전자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마트 크리에이터(smart creator)'전략을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전자산업은 모바일,미디어,애플리케이션에서 3대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IT 빅뱅의 선두주자로 스마트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IT 기기와 관련 서비스를 통해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 라이프를 구현해 나가는 데 선도적인 업체가 되겠다는 뜻이다.
세계 IT업계는 한마디로 지금 '스마트 전쟁' 중이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다양한 하드웨어는 물론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등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연계하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자산업의 경쟁 구도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승부를 섣불리 점칠수 없을 정도다.
이 같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야심차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LED TV나 3D TV 등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스마트 관련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아직 5%에도 못미친다. 1위인 노키아(38%)나 애플(16%)과는 아직 비교가 안된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은 더 열악하다.
최 사장이 "과거 선도기업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장의 부상으로 주도권을 상실하는 선도기업의 딜레마가 빈번히 발생했다"며 "삼성전자도 안주할 경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한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삼성은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욱 매진할 필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초 TV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삼성 앱스'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나 대상 국가를 앞으로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20조원에 이어 내년에는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의 스마트 시장 도전이 보다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0906월] ‘찍찍이’ 부모
앵무새에겐 말을 곧잘 따라 하는 것 말고도 사람과 닮은 구석이 또 있다. 날갯짓 배우기 무섭게 독립시키는 다른 새들에 비해 새끼의 응석을 오래 받아주는 게 그렇다. 앵무새 새끼는 마치 갓난아기처럼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로 배를 채운다. 생후 3~4개월이 지나 몸집이 부모만큼 커져도 좀체 나무 위 둥지를 떠나려 들지 않는다. 견디다 못해 부모가 먹이를 반으로 줄여야 마지못해 땅으로 뛰어내려 비행 연습을 한다. 하지만 혼자 먹이를 찾을 수 있게 돼도 새끼는 드러누워 아기 짓을 하기 일쑤다. 마음 약한 앵무새 부모는 차마 못 내치고 네 살이 되도록 다 큰 새끼를 먹여 살린다.
물론 자식에게 봉 노릇 하는 세월로 따지자면 사람 따를 짐승이 없다. 일평생 부모 등골을 빼먹는 자식도 허다하다.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어머니 그레이스도 쉬 철들지 않는 아들 때문에 어지간히 속을 썩었는지 이런 편지를 보냈다. “모든 자식은 도무지 바닥 날 것 같지 않은 은행 계좌를 갖고 세상에 나간단다…10대 무렵이면 하도 무분별하게 찾아 써서 몇 푼 안 남게 되지. 성인이 돼서도 은행이 계속 사랑과 연민을 베풀긴 하지만 이때쯤엔 스스로 계좌를 좀 채워줄 필요가 있단다.”
요즘 부모 중엔 자식을 하도 품에 끼고 돌아 도리어 독립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직장인이 된 뒤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기 예사다. 몇 년 전부터 자녀 주위를 끊임없이 맴도는 이들을 ‘헬리콥터 부모’라 부르더니 최근엔 ‘벨크로(Velcro·찍찍이) 부모’란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자식 곁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들 때문에 얼마 전 입학 철을 맞은 미국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았다는 소식이다. 모어하우스 칼리지란 곳은 신입생들이 학교 안으로 행진한 뒤 교문을 잠가 부모들과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는 ‘이별식’을 거행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부처에 딸자식을 특혜 취직시킨 의혹으로 낙마한 장관 역시 찍찍이 부모였지 싶다. 상식적으로 문제가 될 게 뻔한데도 옆에 끼고 있으려 한 것이나 결근 통보를 어머니가 대신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걸 보면 말이다. 과연 진짜 자식을 위한 길이 뭔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도움이 될 만한 시 한 편 소개한다. ‘광야로/내보낸 자식은/콩나무가 되었고/온실로/들여보낸 자식은/콩나물이 되었고’(정채봉, ‘콩씨네 자녀교육’)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906월] 우리 시대 당산목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자리에 나무들의 주검이 즐비하다. 뿌리가 뽑히거나 밑동이 부러진 모습들은 처참하다. 저 멀리 남쪽에서 일어난 태풍은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에게 난폭했다. 풍상을 이겨낸 의연함이나 풍채에 서린 의젓함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거목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궁궐 복원 등에 쓰였던 태안군 안면도의 안면송 7000여그루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명목(名木)들이 훼손되었다. 그리고 우람한 자태로 마을을 지키던 숱한 당산목이 쓰러졌다.
오래된 마을의 당산목에는 기품이 서려 있었다.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떠남을 지켜봤다. 큰 키로 집집을 들여다보고 마을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들었다. 수령 몇 백년은 보통이었다. 만일 천 년을 살았다면 고려의 햇볕을 받고 태어나 조선의 바람을 맞았을 것이다. 주민들은 나이가 많아도 결코 늙지 않는 나무에게 안녕과 복을 빌었다. 그 아래서 굿하고 제사도 모시고 회의와 재판도 열었다. 그렇게 섬김을 받던 당산목들이 요즘은 외롭게 서 있다. 사람들이 자꾸 마을을 떠나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 주말이면 곧잘 도법 스님과 함께 걷는 생명평화순례단에 끼어 많은 마을을 찾아갔다. 마을마다 당산목이 서 있었다. 대개는 느티나무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어떤 나무는 병이 들었는지 여름인데도 그 잎이 선명하지 않았다. 나무는 힘겨워하고 있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더 무성해야 할 텐데도 그렇지 못했다. 결국 당산목은 땅속이 아닌 사람들 속에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없으니 건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마을에 빈집만 늘어나고 있으니 무슨 신명이 날 것인가.
태풍에 당산목이 쓰러진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수백 년을 지켜온 마을의 수호신이 왜 우리 시대에 쓰러져야 하는가.’ 그러면서 당산목에 서려 있는 기억들을 꺼내볼 것이다. 가로수 하나가 사라져도 거리의 풍경이 달라지는데, 당산목이 사라진 마을은 어쩌겠는가.
그러고 보니 추석이 머지않았다. 태풍이 한가위를 비켜간다면 고향을 찾아가 마을 앞 당산목의 건강도 챙겨 볼 일이다. 당산목을 지날 때는 차에서 내려 그 품에 안겨 볼 일이다. 당산목이 건강하면 마을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시평(김진환-법무법인 충정 대표 변호사)-20100906월] 공정한 사회, 법치가 기본이다
어느 나라든 밝고 어두운 사회 단면들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처럼 극명히 대조되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먼저 밝은 얼굴을 살펴보자. 지난 8월 한국과 볼리비아가 정상회담을 하고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리튬의 자원개발협정을 맺는 모습은 치열한 국제자원 외교전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인 우등생의 얼굴이다. 얼마 전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나라` 순위에서 15위에 오르고, 특히 경제 역동성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1%로 상향 조정했다. 수출흑자가 계속되는 것도 희망적인 다이내믹 코리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눈을 돌려 어두운 자화상을 살펴보면 도대체 기본이 안 된 장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위법과 떼법, 탈법과 편법, 반칙과 부도덕이 득실거리고, 안전불감증과 불신이 도를 넘었다.
지난 7월 인천대교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사고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아 1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5838명이나 죽었고, 다친 사람은 36만명에 이른다. 같은 달 부산 72층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작업 발판이 추락해 인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작년 산업재해자는 9만7821명, 그중 사망자는 2181명에 이른다. 그로 인해 연간 17조3000억원의 막대한 경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조심조심 코리아`라는 슬로건 선포식을 갖겠는가. 지난 8월 서울 행당동에서 시민의 발인 천연가스(CNG)버스의 고압가스통이 폭발해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나라는 `인적자본`으로 일어선 나라라는 것이 세계 경제학자들의 평가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인적ㆍ물적 자본만으론 한계가 있다. 준법, 신뢰, 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갖춰져야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이 OECD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준법의 낙제생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 "법이 공평하지 않다. 법을 지키면 손해다"는 일제 강점기 이래의 해묵은 부정적 법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기에 앞서 지킬 만한 법을 만들고 편파적인 법 집행을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의 염치와 각성,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다. 새롭게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공정한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이라는 사회적 인프라는 법치주의가 지향하는 `정의와 형평`이라는 이념과 맞닿아 있다. 정의가 꽃피는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법치와 신뢰라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2500년 전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이 생생한 진실로 와닿는다.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에게 정치를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공자는 넉넉한 식량(足食:경제력), 충분한 무기(足兵:군사력)와 백성의 신뢰(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무엇부터 빼야 합니까 물으니 "무기를 빼라"고 대답했다. 다시 하나를 더 뺀다면 무엇입니까 물으니 "식량을 빼라" "백성이 신뢰하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無信不立)"고 강조했다. 퇴임한 총리 후보자도 이 말의 무게를 통감했다고 한다. 국민의 신뢰는 민주 법치국가의 뿌리다. 하버드대학 로스쿨 학장을 역임한 법철학자 로스코 파운드가 말했다. "사법부가 재판으로 정의와 형평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를 신뢰하는 것이다"고.
[서울경제신문칼럼-송현칼럼/이경태(국제무역연구원장)-20100906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표방하고 있는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좋은 취지와는 반대로 사회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쉬운 이야기부터 해보자.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은 국민 모두가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폐해부터 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과 학벌을 좇아 끼리끼리 모이는 관행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직장과 생업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지연과 학연에서 비롯된 불공정을 겪고 보고 듣는다. 사실이 아니라고 우겨도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를 시정하는 손쉬운 방법은 국가와 민간의 모든 기록에서 본적과 학교기록을 말살하는 것이다.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은 본적이 평생을 따라 다니면서 호남ㆍ영남으로 갈라놓고 능력과의 상관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출신학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일이 반복되는 한 국민들의 공정체감지수는 올라갈 수 없다.
또 다른 예는 법과 의무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소한(?) 법 위반이 중대한 결격사유가 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침몰 이후 불거져 나왔던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돈과 배경을 갖춘 많은 젊은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는 일이 근절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구호도 한낱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정사회의 구축이 어려운 것은 이러한 도식적인 해법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경기규칙에 따라 경기가 펼쳐지는 사회인데 어떠한 경기규칙이 공정한가 하는 잣대가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우리는 공정사회의 기본조건이 기회균등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의미를 파고들면 간단하지가 않다. 대한민국은 국민 누구에게나 대학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므로 공정하며 좋은 대학에 가는 학생은 머리가 좋거나 열심히 노력한 대가이기 때문에 결과의 불평등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에 부유한 부모를 둔 학생과 극빈가정의 학생은 이미 균등하지 않은 출발선상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결과도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전자를 형식적 기회균등론이라 하고 후자를 실질적 기회균등론이라 한다면 해답은 중간 어디엔가에 있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의 똑똑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넓혀 주고 설령 좋은 대학을 못 가더라도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 갈 수 있는 길이 닦여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을 못 가더라도 취업하고 계속해서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만 그 사회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보장돼야 한다. 실질적인 기회균등이 보장되는 사회는 결과의 불평등에 대한 불평과 저항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의 처짐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건전한 사회기풍이 조성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식민지 통치와 6ㆍ25전쟁을 치르면서 과거의 기득권계층이 몰락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회적 상향이동을 했으나 최근 들어 사회계층의 고착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막힘을 뚫어주는 것이 공정한 사회로 가는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