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가시밭길이라도 뜻 위해 가겠나이다
고통의 가시밭길이라도 뜻 위해 가겠나이다 1.mp3
하늘을 추앙하는 사람은 많사오나
하늘을 위하여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적사옵니다.
하늘길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사오나
그 길에 놓여 있는 가시밭길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옵니다.
아버님!
당신은 저희를 위하여 억천만세 수고하셨사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들은 하늘의 길,
참된 길을 가기 위해서 넘어가야 할
수고의 길을 피해 가려 하고,
인간의 슬픔과 고통도
아버지 앞에 맡기려 하고 있사오니
용납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오늘 통일의 무리들이 아버지 앞에 모였사옵니다.
저희들은 남과 달리 아버지의 심정을 알았사오나,
아버지의 사정과는 달리,
아버지가 남기신 소망의 길을 저희 뜻대로 하고,
생명의 일체를 바치기를 거부한 저희들 자신을
이제 이 한 시간에
아버지 앞에 솔직히 드러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어차피 가야 할 인생의 행로를
아버지의 뜻대로 가기를 기도하고 있사옵니다.
죽음의 길도 아버지와 더불어,
가시밭길도 아버지와 더불어,
버림받는 길도 아버지와 더불어 가야만 되겠사옵나이다.
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사오니,
아버지,
긍휼히 보시사 품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저는 당신의 아들이요,
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노라고
몸부림칠 줄 아는 자녀의 모습으로 세워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님과 사랑의 인연이 맺어져 있고,
아버님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혈육의 관계가 맺어져 있는 자녀의 명분을
저희가 가지고 있다 할진대,
그 무엇도 당신과의 관계를
부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아버님의 진정한 아들이 되지 못하고
딸이 되지 못한 과거를 스스로 회개하고,
겸손히 아버지 앞에 나아가
용서를 비는 모습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가 아무리 보기에는 추하고 초라할지라도
저희의 아버지임에 틀림없고,
아버지가 아무리 서러운 가슴을 안고
걱정을 품고 계실지라도
저희의 아버지임에 틀림없다고 하면서
그 아버지를 붙들고 위로할 줄 알고,
아버지를 위해 효성을 다하지 못한 것을 한할 줄 아는
당신의 어린 자녀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기도하였사옵나이다. 아멘.
(196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