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밥그릇 위로 그릇안의 밥 보다 더 많은 양의 밥이 수북하게 담겨진 모양이 높은 산봉우리(高峰) 같다하여 붙여진 고봉밥.
그렇다고 밥 그릇이 공기 돌 처럼 작다하는 요즘의 밥공기가 아니고, 옛날의 주발과 사발을 일컬음이다.
내 어렸을적엔 놋수저에 놋쇠로 된 국그릇과 밥그릇을 사용한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게 사람잡는 그릇이었던 기억이 난다.
무시로 짚풀에 아궁이 속 재를 묻혀 반들반들하게 닦아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중노동에 가까운 이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도선생이 싹쓰리 하듯 몽땅 훔쳐 갔고 덕분에 어머니는 노동에서 해방 되었다.
그 다음에 장만한 식기가 사발이었던 기억이 난다.
사기 그릇은 때를 벗기듯 닦을 필요는 없었지만 우선은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릇끼리 살짝만 부딛쳐도 이빨 빠지듯 쪼가리가 나는게 큰 흠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머니의 부엌에서의 노동은 주발이 사발로 바뀌었다해서 줄어든 것은 아니다.
내가 어느정도 장성하여 돐상에서 받았던 개인전용 식기 이후 두번째의 전용 식기는 스텐레스였다.
불행히도 국그릇은 지금 없지만 밥그릇만은 아직 가지고 있고 년중 서너번은 사용 하기도 한다.
이 밥그릇의 크기는 요즘 밥 공기의 세배는 너끈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고봉밥을 담으면 거의 다섯 공기 분량은 될듯 싶다.
그러니까 열다섯살 전후로 이 고봉밥을 먹고도 허기가 졌으니 나의 위대함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폭식하듯 먹었어도 배가 나오거나 살이 찐 기억은 없는데 요즘은 밥 한 공기씩 먹건만 왠일인지 두꺼비 마냥 나온 배가
들어 갈 줄 모르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어쨌든 가을이라선지 허기가 진다.
이 또한 왠일이란 말인가!
가을이 깊어간다.
뜰 한 켠의 가막살 나무에 독이 잔뜩 올라서 불이라도 난듯 착각하게 한다.
점점 배가 고프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살찌는 계절이라고??
그거야 남들 예기고...
소슬바람에 한기와 허기는 어찌 채울꺼나...
찬 바람 분다고 돌나물의 통통한 잎사귀 마다 가을 물이 들어간다.
카멜레온, 카멜레온 처럼.
돌나물을 심어 논 화분을 멀리서 바라보니 나의 한기와 허기는 헛것이 보인다.
오래전 내가 먹던 고봉밥이 생각이 난다.
고봉밥! 고봉밥을 생각하게 한다.
아아 배 고프다. 배가 고프다!
밥사! 하면 언제든 응해 줄 벗이 그리운 가을이다.
그런 벗 한 사람쯤 있었으면 하는 가을이다.
A Comme Amour - Richard Clayderman
첫댓글 밥 사드릴게 한번 날아 오세요~! ㅎㅎㅎ
세상에 돌나물을 화분에 저리도 예쁘게 키우시는군요~!
전 일을 손에서 놓아야만 식물들을 잘 돌보게 될지~?
식물 키우기가 잼병입니다~! 부끄~! ㅎㅎㅎ
지난 주말에 포항을 갔더니 거기에 가막살 열매인지 비슷한 나무가
무척 많던데... ^ ^
ㅎㅎㅎ 글을 읽으며 연상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날아오세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