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우뚝, 씩씩한 큰바위 얼굴
우두산 중턱 암벽에 있는 쌀굴.
거창군 가조면 우두산의 장군봉 방면에서 바라본 의상봉의 ‘큰 바위 얼굴’. 3월에 내린 봄눈의 흔적이 얼굴 곳곳에 남아 있다.
우두산 아래 고견사.
사천 남일대해수욕장에 가면 코로 바닷물을 마시는 형상의 코끼리바위가 있다. 하지만 거창군 가조면 우두산(牛頭山, 해발 1046m)에는 남성 얼굴 형상의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이 얼굴은 엄청 큰 바위봉우리인 의상봉(義湘峯, 해발 1032m)의 남쪽 사면에 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의 마운틴 러쉬모어에 있는 ‘큰 바위 얼굴’(조지 워싱턴 등 미국 대통령 4명)은 90% 이상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조각한 것이지만 거창의 큰 바위 얼굴은 자연이 빚은 것이라 더욱 경이롭다.
고견사를 가슴에 품고 가조면의 드넓은 들녘을 굽어보는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큰 힘이 느껴진다. 위엄 그 자체다.
의상봉이란 이름은 봉우리 아래 고견사를 원효와 함께 세운 것으로 알려진 신라 고승 의상대사의 법명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견암폭포
지난 14일 오후 의상봉 큰 바위 얼굴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거창읍에서 차로 내달린 지 20여 분 만에 가조면 수월리 용당소마을 위 우두산 입구 고견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인적도 없고 햇살은 적당히 따사롭다. 지난 밤새 내린 봄눈의 흔적이 우두산 허리 곳곳에 남아 있다.
우두산은 가야산 줄기의 바위산으로 별유산이라고도 한다. 서산대사가 참선했다는 의상봉, 장군봉, 처녀봉, 바리봉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으며 풍광이 일품이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계곡을 끼고 소나무 숲길을 따라 2분 정도 올라가면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바로 옆은 절벽이자 계곡이다. 높이 20여m의 견암(고견)폭포다. 웅장한 바위를 타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상쾌하다. 폭포를 둘러싼 바위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다시 고견사로 향하는 길. 소나무가 이고 있던 잔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간간이 털어낸다. 그런 잔설을 바람이 어지럽게 흔든다. 눈앞을 스치는 차가움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길은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지만 크고 작은 바윗길이어서 편하지만은 않다. 누군가 평평한 바위마다 쌓은 돌탑들이 정겹다.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데 어떤 마음으로 쌓았을까.
◆고견사 뒤 바위불상과 1000살 은행나무
쉬엄쉬엄 20분 정도 걷자 일주문이 가로막고 선다. 의상 대사와 원효 스님이 신라 문무왕 7년(서기 667년) 창건했다는 고견사(古見寺)이다. 견암, 견암사, 견암선사라고도 불리었단다.
15개 계단을 올라서자 이번엔 커다란 나무 서넛이 버티고 섰다. 그중 울타리가 쳐진 나무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1000살이 넘은 은행나무다. 수고 28m, 흉고둘레 6.01m로 지난 2000년 3월 18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고견사는 6·25전쟁 때 거의 폐허가 됐으나 몇 차례 중건과 신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사찰 규모는 크지 않으나 고견사 동종(보물 제1700호), 고견사 석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63호), 조선 숙종대왕이 내린 강생원의 운영당(雲影堂) 현판 등 볼거리가 있다.
특히 절 뒤에 있는 큰 바위 속의 석불은 불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경이롭다.
고견사를 뒤로하고 20분가량 오르면 커다란 암벽 아래 샘터가 있고, 바로 위 왼쪽에는 커다란 황금불상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가팔라지는데 약 4분 오르면 오른쪽에 엄청난 암벽이 나타난다. 바로 큰 바위 얼굴을 간직한 의상봉이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언뜻 얼굴이 보이지만 온전한 모습은 내어주지 않는다.
◆장엄한 ‘큰바위 얼굴’ 맞서다
큰 바위 얼굴을 제대로 보려면 장군봉과 의상봉 갈림길에서 왼쪽 장군봉 쪽으로 가야 한다. 다른 방향에선 거의 알현할 수 없다.
사실 지난 1월 1일 감악산 해맞이 행사 참석 후 지인들과 의상봉을 찾았었다. 그때는 의상봉에 큰 바위 얼굴이 있다는 얘기를 못 들었던 터라 대면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의상봉 얼굴상을 보는 것이라 왼쪽 길로 향했다. 북쪽 사면은 밤새 내린 눈이 그대로다.
3월 중순의 눈꽃 세상이라 기분 좋은 호흡으로 걷는다. 10~15분 갔을까. 이쯤이면 보이겠지 돌아보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제법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고서야 의상봉 정상이 온전하게 눈에 들어온다. 영판 얼굴이다. 그것도 눈과 코가 뚜렷한 남성상. 바로 아래 고견사, 멀리 가조면 들판을 호령하는 듯한 기상이 느껴진다.
그 모습에 반해 한참이나 카메라 셔터를 누른 뒤에야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산능선을 따라 핀 눈꽃이 좋다. 눈이 온 뒤끝이라 정상 능선임에도 바람조차 거의 없다.
◆하산길 ‘쌀굴’ 구경, 그리고 온천욕
능선 코스 대신 먼저 간 노루 발자국을 따라 되짚어 걸었다. 장군봉-의상봉 갈림길에서 가파른 의상봉 뒷덜미를 타고 20여m 오르자 산허리다. 왼쪽은 우두산 상봉(정상) 가는 길, 정면은 고견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쪽은 의상봉 정상으로 가는 209개 철제계단이 거의 수직으로 기다리고 있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올라가면 우두산 의상봉 표지석이 나타난다. 동서남북이 뻥 뚫렸다. 눈이 시리다. 조각한 듯 잘생긴 바위들과 시원스레 뻗은 산줄기, 드넓은 가조면 들판, 그 모두가 아름답다.
의상봉에서 내려와 고견사 주차장 방향으로 700여m 하산하면 ‘고견사 0.3㎞’, ‘쌀굴 0.6㎞’, ‘주차장 0.9㎞’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의상 대사가 수도할 때 매일 두 사람분의 쌀이 나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쌀굴’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지만 오르막길이라 포기하기 일쑤다. 지친 다리 때문에 거슬러갈 엄두가 안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볼 건 다 보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올랐다. 쉼 없이 씩씩거리며 10분여 오르자 왼쪽에 큰 암벽이 보인다. 이정표도 얼핏 보인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에서 벗어나 다가가야 한다. 쌀굴은 암벽에 생긴 자연 굴로 숨어 있다. 한눈에 ‘와우! 괜찮은데’ 싶다. 높이 2m, 가로 2m, 깊이 3~4m로 어른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제일 안쪽엔 쌀을 보관하기 좋은 작은 공간이 있다.
봄눈과 함께 3시간여 돌아본 우두산 의상봉 탐방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난코스가 없기에 연인이나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적극 추천한다.
등산이 싫다면 청정 견암폭포나 계곡에서 쉬어도 좋다. 계곡을 따라 형성된 별유산장, 뿔당산장, 수월산장, 힐링펜션 등에서 1박하며 힐링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특히 산행 후 가조면 백두산천지온천의 강알칼리 온천수로 피로와 땀을 씻고, 파전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첫댓글 온천대신 족욕이라도...^^
기대가됨니다
우리님들
많이많이참석부탁드려요
예전 댕겨왔을땐로 였는데..
눈으로 인해 전망이
이번주는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