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인 잡았는데 "내가 했다"…이춘재 말, 사실일까(종합)
이동우 기자,정경훈 기자
2019.10.04 16:49
1988년 진범 잡힌 모방범죄 결론, 진술 '사실 여부' 따라 파장클 듯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종결했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짓이라고 자백했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찰의 검증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4일 "대상자(이춘재)가 8차 사건도 본인소행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부산교도소 대면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박모양(13)이 희생된 사건이다. 일찌감치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잡혔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모씨(22)를 검거해 연쇄살인 사건과 별개로 종결처리 했다.
진범이 잡힌 사건을 이씨가 본인 소행으로 주장함에 따라 수사는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이씨의 말대로라면 8차 사건의 진범이 윤씨가 아니거나, 이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8차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프로파일러와 형성된 '라포르'(rapport·친밀감)의 일관성 차원에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의 자백이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며 "거짓말을 하면 프로파일러와의 신뢰관계도 무너진다는 말로 이런 짓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8차 사건은 주거침입 사건인데 이씨는 주거침입 경력도 있고, 미성년자를 희생시킨 경험도 있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8차 사건이 거짓말이라면 영웅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의 검증 과정이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8차 사건 자백이 거짓이라면 전체 자백의 순수성, 신뢰성이 떨어져 이전 것도 100% 믿을 수 없게 된다"며 "8차 자백이 진실이든 아니든 경찰과 일종의 게임을 시작했다고 보이는데 팩트 체크가 정말 중요한 부분"고 조언했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경찰의 8차 사건 수사는 심각한 오류로 드러나게 된다. 당시 진범 윤씨를 기소한 검찰과 형을 확정한 재판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이씨 진술의 검증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갑동이' 등 소재로도 쓰였다. 모방범죄로 범인이 잡힌 8차 사건 외 9개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완성돼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은 최근 DNA(유전자) 검사를 통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용의자로 이씨를 지목했다. 이후 이씨는 화성 사건을 포함해 살인 14건 및 강간·강간미수 범행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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