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이는 발달학교를 3년이상 다녔습니다. 이번에 기숙생으로 오기 전에 부모의 의뢰가 있을 때 며칠씩 완이를 봐주곤 했는데요, 초기에 완이를 봐줄 때 '어떻게 이런 상황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완이를 맡길 때 완이네가 준비해준 것은 냉장고 잠금장치와 기저귀. 수시로 냉장고문을 열어제끼기 때문에 잠금장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아직 쉬를 못가리니 밤기저귀하지 않으면 이불 다 버린다고 준비해 준 것입니다.
당시 완이나이가 8살, 완이의 상황은 예상했던 것 훨씬 이상이었고 완이 하나 돌보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접어두어야 할 만큼 극도의 심신 에너지를 필요로 했습니다. 형제자매가 둘이나 더 있기에 완이를 잠시 맡겨야 할 일들이 있었지만 친척들도 난색을 표명하는 때라서 제가 가끔 며칠씩 봐주면 완이부모님은 무척 고마와하곤 했습니다.
이미 다른 기숙아이도 데리고 있을 때라 한번은 완이반의 보조쌤 어머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해서 완이부모님이 주신 비용 모두 넘겨드리고 부탁드렸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하셨지만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사실 완이가 좀더 어려운 케이스인 것만은 사실이죠.
이런 경험을 토대로 평가해보면 낮과 잠들기 전 소변처리는 발달학교에서 꾸준히 훈련이 되서 문제없는데 여전히 깨어날 때는 타이밍을 놓치면 그대로 해버리니 이것이야말로 숙제 중에 숙제입니다. 소변은 반사작용을 의도적으로 훈련해서 반사를 탈출하는 작업이라서 훈련시기를 놓친 경우 이렇게 힘든 과정이 됩니다.
지금 이 싯점은 상습적인 부분도 있어서 깨어나자마자 해야하는 이 전쟁은 서로에게 민감한 신경전이기도 합니다. 편하게 그냥 싸버리면 되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 하는 태도가 이미 완이에게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더 숙제입니다. 저야 1년만 봐주고 보내면 그만이지만 이 말도 안되는 전쟁을 계속 치뤄야 하는 것은 부모님들이기 때문입니다.
리틀준이도 처음 왔을 때 이 부분이 완벽하지 않고 자주 그대로 싸는 때가 여러 차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근 2개월간 소변싸는 일은 완전히 잡혔습니다. 처음에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가 제한시켜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아토피때문에 물보충이 필요하다는 한의사말을 과다하게 적용하지 않았나 예측) 지금은 공중화장실에 들여만보내면 혼자 해결하고 올 정도로 잘 합니다.
완이를 맡고나서 겁이 나서 한번도 가지않은 식당을 어젯밤에 처음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완이데리고 식당을 갔던 과거에 하도 난삽해서 식당주인조차 저를 너무 불쌍하게 보는 눈길이 너무 싫었습니다. 손으로 음식을 헤집어놓고, 앉았다 일어났다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마음에 안들면 괴성을 질러대니, 계산하고 나갈 때 어떤 식당사장은 너무 힘들겠다고 쯧쯧 혀까지 차곤 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발달학교 다니면서 많이 잡혀서 어젯밤 식당에서는 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숟가락 위주지만 적절히 도구를 이용해서 음식을 먹고 식사마칠 때까지 착석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치 깎두기만 먹으려는 식성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과거보다는 먹는 음식도 많이 늘었습니다.
발달장애는 발달지연을 당연히 동반하지만 비교를 해보자면 어떤 아이는 일반 아이들 성장의 1년을 3년에 걸쳐 하기도 하고 (이런 경우는 나중에 상당히 따라가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는 5년에 걸쳐 (이 경우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어떤 아이는 10년에 걸쳐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가해보면 지금 완이는 1세 기능도 회복이 안되어 있으니 12개월 기능회복에 10년 이상을 소모해야 한다는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간의 갭을 앞당기고 가속이 붙는 시기는 일반성장 24개월 회복인데 완이의 속도로 보면 20년도 더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지금과 같은 진한 노력을 그 긴 시간동안 꾸준히 더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도 이걸 견디고 노력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어쩌면 불가능의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기중재가 너무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합니다. 2세 이하 일 때는 그저 몇 개월 차이이고, 5세 이하일 때는 기껏해야 3~4년 차이이지만 완이같은 연령이 되면 10년 이상 벌어져 버립니다. 다시 수정해서 잡아가기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조기중재라도 반드시 발달장애의 근본원인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올바른 대처가 되지 않으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적 노력을 들이고도 그 갭을 좁히지 못하곤 합니다. 그 방법을 그렇게 알려주려 노력하는데도 많은 부모님들이 왜 알려고 하지 않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완이부모님조차 저랑 인연이 오래되었지만 카페를 거의 참조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참된 사랑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밀림이나 야생에 버려져서 성장한 일반아이들도 나중에 구조되서 교육시켜보면 절대 안되는 것이 언어와 인지입니다. 뇌에는 딱 그 시기에 해결하고 가야하는 기본뇌신경망 형성이 필수라서 이 기회를 놓친 아이들은 비록 선천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결국 인간적 기능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타잔이라는 소설과 영화는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저 허상이며 공상일 뿐입니다.
하물며 선천적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뒤늦은 시기에는 필요한 뇌신경망의 창출은 커녕 잘못 쓰이고 있는 뇌신경망으로 인한 문제행동들을 수정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야만 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의 중심에 부모님의 역할이 있어야함을 다시한번 완이일기를 통해 강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의 발달지연 연수를 나는 견디고 뒷치닥꺼리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가슴아프지만 정리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그림이는 생후 접촉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내내 아쉽습니다. 엄마와 외할머니와 외딴 곳 작은 집. 외할머니는 놀아줄줄 모르는 보릿단인데, 그나마 잘 자라는듯 해서 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