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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실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기준 면적이 20평으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2017년 열린 서울대 주관 ‘샤’교육 포럼에서 교육학과 진동섭 교수가 한 이야기입니다. 한 번쯤 생각해보셨나요? 부모 세대의 학교 공간과 요즘 학생들의 학교 공간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요.
학생들이 떠올리는 학교 공간에 대한 이미지는 ‘네모난 감옥’입니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공부란 벌을 받으며,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네요.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양성으로 변화했지만, 획일화된 학교 공간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한데 요즘 ‘학교 공간 혁신’이라는 화두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교육청마다 학교 공간 혁신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교육부에서는 ‘고교학점제 학교 환경 조성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학교 공간을 바꾼다고 하면 가장 먼저 예산 문제를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한데 학생들과 함께 학교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앞서 진행한 교사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인식하는 과정 그 자체라는 얘기인데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면서, 우리에게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학교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왜 묻지 않습니까?”
학생들의 이 질문에 답한 경기 산본고와 광주 첨단고 사례를 만나보시죠. 공간을 재발견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공부’였습니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전호성
CASE 1
경기 산본고의 ‘학생 주도 민주성 회복 공간 혁신 프로젝트’
“학교의 주인은 학생,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사진 왼쪽부터) 2학년 이정연·김동모·김이령·최하영·한지윤·최승빈 1학년 이재원·2학년 김승수 학생
경기 산본고는 과밀 학교에 가깝다. 해가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 많은 학교에 남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지만, 산본고는 여전히 학급 수가 44개에 달한다. 여유 교실이 없다 보니 학생들은 늘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산본고의 학교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김현옥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마침 공간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할 학교를 모집한다고 했다. 단순히 건축가가 학교에 와서 그럴듯하게 학교 공간을 바꾸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학교 공간의 민주성 회복이 좀 더 본질적인 취지였기에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일이었다. 학교 곳곳을 살펴보고, 변화가 필요한 공간을 학생들 스스로 찾게 했다.
민주시민 교육을 시작으로 공간에 대한 독서 토론, 워크숍이 이어졌고 30여 명의 학생들로 ‘산본고 학생 주도 공간 혁신 프로젝트단’이 꾸려졌다. 학생회와 학급회의 등을 거쳐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바꾸고 싶은 공간으로 선정한 곳은 학교 중앙현관과 구령대.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이 공간을 소통과 쉼이 함께하는 ‘아고라의 광장’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전교생이 참석한 공청회를 거쳐 최종 안을 결정한 산본고는 이제 중앙현관과 구령대가 학생들이 꿈꾸던 현실 공간으로 구현되기를, 기대감을 가득 품은 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을 바꿔가는 과정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우리가 꿈꾸는 학교!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친구들과 모여서 대화하거나, 토론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셨어요. 처음엔 우리가 과연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공청회까지 마치고 나니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_2학년 김승수
“학교에서 중앙현관은 한쪽엔 각종 트로피, 한쪽엔 학교 전경 사진이 붙어 있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공간이에요. 구령대 역시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할 때 앉아서 구경하거나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공간 정도였죠. 이 두 곳을 먼저 바꿔보기로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보니 이곳을 ‘아고라의 광장’ 으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조명과 화이트보드, 빔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전신거울을 부착하는 등 학생들이 댄스 연습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어울림과 소통의 장으로 꾸며봤죠.” _2학년 최하영
“저는 교사를 꿈꾸고 있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싫었어요. 공부에 지쳤을 때 잠깐이라도 위로받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한데 학교 오기를 싫어하는 내가 과연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어요. 교사가 되려면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게끔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제는 교육과 공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는지 알게 됐어요.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또한 우리를 만든다는 명언이 있잖아요. 앞으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답니다.” _2학년 최승빈
“가끔 교실이 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는 공장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알고 보면 학생들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잖아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학교도 공부할 땐 공부하고, 쉴 땐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히 가꿔나갈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지금까지는 학교에 대해 불평하기만 했지만,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진취적인 사람으로 바뀐 것 같아요.” _1학년 이재원
우리가 바꾸는 학교!
“제 꿈은 거창하긴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거예요. 학생회 일에도 적극 참여했지만, 솔직히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적이 많았죠. 우리 손으로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세상을 바꾸기 전에 학교를 먼저 바꿔야 할 것 같아서요. 하하. 생각해보니 제가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돌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지만, 우린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도 학교는 짜증나고 재미없는 공간이라는 답이 많았어요. 우리 스스로 학교 공간을 변화시켜본 이번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싶다는 제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해요.” _2학년 이정연
“처음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을 때 과연 학생들에게 맡길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어차피 선생님들이 개입할 것 같았는데, 정말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우리 스스로 주도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이제 우리는 다음 프로젝트로 ‘교실 공간 혁신’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바라는 교실은 선생님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야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니까요. 지금은 토론 수업을 해도 네 명 정도의 모둠으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교실 공간이 이렇게 바뀌면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_2학년 김동모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을 때 한 대맞은 느낌이었어요. 학교는 오직 수업을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여겼거든요. 프로젝트 과정에서 홍보지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어요.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바라는 학교 공간으로 바꿔가기 위해 친구들, 선생님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연습을 해본 게 무엇보다 큰 배움이었어요.”_2학년 한지윤
“학교는 오직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교과 수업만 듣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학교는 소통, 배려, 리더십까지,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힘을 키우는 곳이란걸 깨달았어요.” _2학년 김이령
학교 공간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철학적 접근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한 공간을 찾아 대안을 모색해갔다.
학교 공간을 바꿀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미니어처로 만들어 눈으로 확인해보는 ‘프로토 타입’ 작성 과정도 거쳤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교 중앙현관과 구령대가 주된 공간 혁신 장소로 선정됐다. 학생들이 낸 3개 안 중 최종안은 전교생이 모인 공청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학생들이 재능과 끼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중앙현관에 무대와 조명, 전신거울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발표 수업이나 토론 수업을 준비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빔프로젝트와 화이트보드, 게시판, 낙서판 등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공청회 결과 중앙현관은 306표를 얻은 2안, 구령대는 202표가 나온 3안과 200표가 나온 1안을 접목하기로 결정했다.
CASE 2
광주 첨단고의 ‘엉뚱공간·아지트 프로젝트’
“학생들과 함께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떴어요”
광주 첨단고에서 2017년부터 학교 공간 혁신을 이끌어온 오세정 교사는 수업 공간에 대한 고민이 첫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던 요리 수업이 이뤄지던 가정실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고 싶어 광주 광산구에서 추진한 ‘엉뚱공간 공모사업’에 지원하게 된 것.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추진한 끝에 기존의 가정실은 ‘짓다’와 ‘놀이터’를 합성한 ‘아키놀이터’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음해에는 광주시교육청의 ‘학생중심 학교 공간 재구성_ 아지트’ 사업에 지원했다. 가정실과 이어져 있으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창고와 체력단련실은 다시 학교 안 문화예술 플랫폼인 ‘샘터’와 ‘라온’으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을 모두 교육과정 안에 넣어 ‘공간 혁신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한 오 교사는 “평범했던 내가 특별해지는 경험이었다. 진짜 배움이 뭔지 알게 됐다”는 학생들의 소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전했다.
Interview·오세정 교사
Q 수업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학교 공간 혁신의 시작이었다고 했는데,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나?
기술·가정 과목을 맡고 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와보니 수업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거치고 온 학생들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더라.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 내기도 하고, 발표나 활동 수업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수업은 주로 가정실에서 이뤄졌는데, 수업 전후로 학생들과 함께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럴 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기자재도 낙후됐고, 학생들이 만든 음식을 서서 배채우듯 먹는 모습을 보면서 가정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던 무렵 광산구의 엉뚱공간 공모 사업을 알게 됐다. 준비 과정에서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공간 사업은 리모델링 사업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공간에 대한 눈을 뜨게 하자’는 접근이었다.
공모 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처음엔 급하게 건축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안해 함께 시작했다. 건축에 관심이 많아 책도 읽고, 좋은 공간도 다녀보고, 건축모형도 만들어봤지만 한 번도 ‘진짜를 해본 적이 없다’던 아이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번엔 ‘진짜’를 해보기로 의기투합하고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만들어 공간에 대한 강의도 듣고, 플리마켓이나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카페에도 가서 아트디렉터 등 전문가들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이 이때부터 공간의 다양한 가능성에 눈을 뜬 것 같다. 가정실이라고 해서 요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교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하더라. ‘아키놀이터’라는 이름도 학생들이 직접 지은 것이다.
Q 광주시교육청의 학교 공간 재구성 사업에 지원한 2년 차에는 좀 더 확장된 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 같다. 이번엔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2017년에 가정실을 학생 주도로 변화시키고 나니 학생들이 “진짜 공부를 한 것 같다. 제2 , 제3의 아키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도전하자고 하더라. 가정실과 이어진 창고와 체력단련실이 먼지투성이인 데다, 탁구대만 덜렁 놓여있어서 이 공간을 바꿔보기로 했다. 지난 과정을 돌아보니 동아리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다 함께 쓰는 공용공간인 만큼 좀 더 많은 학생들이 공간감수성, 공간주권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다. 진로가 건축이나 디자인 쪽이 아니어도 학교는 학생들이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이니,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하길 바랐다.
교사로서 가장 마음이 아플 때가 아이들이 빛을 잃어갈 때다. 성적 때문에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수업에서는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작더라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방과 후에 남겨서 하는 건 부담이었다. 수업, 동아리, 학교행사 속에 녹이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공간 혁신 프로젝트 수업’ 을 먼저 설계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학교 공간을 한 번도 바꿔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공간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생각해보고, 공간에 담고 싶은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니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도 “너희는 공간감수성이 어쩜 그리 없냐” 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더라. 하하.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간 공간을 소개할 때는 “우리들의 스피릿이 들어갔다”며 뿌듯해했고, <사회·문화> 수업에서는 우리 학교의 좋은 문화로 이 공간들을 꼽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느낀 성취감이 무척 컸다.
Q 공간 혁신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들이 바라는 학교 공간은 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들이 모였는지 소개한다면?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담을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고, 디자인보다 공간에 담을 교육과정과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공간은 ‘복합 문화 공간, 학교가 아닌 것 같은 공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공간, 스마트한 공간’이었다.
학생들은 공간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리 문제를 이유로 잠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또 수행평가나 발표 수업을 준비하려면 카페나 PC방을 갈 수밖에 없는데 자신들에게는 작은 돈이 아니라며, 이런 과제를 내주려면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교사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기존의 창고였던 ‘샘터’를 와이파이와 컬러프린터를 설치해 스마트 공간으로 꾸민 이유다. 언제든지 와서 검색도 하고, 회의도 하고, 결과물도 공유할 수 있게 한 공간이다.
학생들이 직접 벽화를 완성하는 데만도 6개월이 걸렸는데, 자발적 참여와 경험이 우선이었기에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친구들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도록 기다려줬다.
체력단련실을 재창조한 ‘라온’ 의 의자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부터 제작까지 직접 해냈다. 동아리 에서 가구팀을 맡은 남학생들이 문화 기획 수업을 받고 나더니, 버스킹 공연이나 댄스 연습을 방해하지 않을 ‘겹쳐지는 의자’ 디자인을 고안했다. 3D 프린터로 모형을 만든 뒤 총 16개로 된 의자 세트를 제작하려고 보니 가구팀이 네 명밖에 안돼 ‘사원 모집’ 을 하더라. 하하. 완성하기까지 석달 정도 걸렸는데, 정말 멋진 디자인적 사고였다.
Q 공간 혁신 프로젝트 경험이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변화를 불러온 것 같나?
행정실에서 학교 자체 예산으로 화장실을 개선할 일이 있었는데, 여학생들이 화장실에서 왜 그리 늦게 나오는지 유심히 관찰해보니 그곳에서 ‘만남’ 이 이뤄지더라며 그럴듯한 파우더 공간으로 꾸며주셨다. 학교 구성원들의 공간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변화했구나, 싶더라.
이제 라온과 아키놀이터, 샘터에서는 교실을 벗어난 다양한 교과의 토론, 발표, 실습 수업이 진행되고, 학생 주도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교실 역시 조금씩 바꿔가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아이들도 여기서 수업하면 잠이 잘 안 온다고 하더라. 하하. 공간의 가능성이 점점 확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낙후된 가정실(사진 위)이 학생들의 주도로 ‘짓다’와 ‘놀이터’를 합성한 ‘아키놀이터’로 재탄생했다.
먼지 가득하고, 탁구대만 덜렁 놓여 있던 창고와 체력단련실은 ‘샘터’와 ‘라온’으로 탈바꿈했다. 공간에 담을 콘텐츠와 가구, 이름, 벽화까지 곳곳에 학생들의 손길이 묻어 있다.
아키놀이터와 라온, 샘터는 각각의 공간이 하나로 이어져있다. 라온의 복도 쪽 벽면은 폴딩도어를 활용해 확장형 공간으로 꾸몄다. 각각의 공간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담긴 명판이 붙어있다.
공간 혁신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오롯이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다. 이제 이 공간에서는 교실을 벗어난 수업과 학생들 주도의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일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