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22년 2학기 불광장학생 박선영입니다.
학교 선배가 매일 취업 및 장학 정보를 공유해주는데, 한날 마침 불광장학회 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수필을 쓰듯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쓰면 된다고 한 점, 면접 과정에서의 감동과 장엄의 기를 말하는 장학생들의감사편지를 보고 ‘불광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마침 글을 통해 제 자신의 생각과 삶을 정리해볼 시간도 필요했기에 불광장학생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면접을 보러가며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떨리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더욱 컸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아티스트웨이가 뭐예요?”라는 질문으로 면접을 시작하셨지요. 나름대로 대답은 했는데, 이사장님께서는
이미 저자와 책에 대해 다 찾아보시고 모닝페이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사장님의 이어지는 질문들에 답변을 하면서, ‘가족도 아닌 어떤 어른이 내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잘 들어줄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여자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저에게 “엑티브하지만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도 필요하고,
친구관계도 좋지만 또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균형이 참 중요할 것같다” 말씀해주셨는데, 지혜로운
어른으로부터 제자신을 온전히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다른 친구들한테 한 질문들도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듣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친구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제가 할 말을 까먹을까봐 제 생각에 사로잡혀 친구의
말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런 것을 지적해주는 친구가 있었고, 또 잘 들어주는 친구들과 어른들이 있어
저도 점점 잘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저를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라 평가해주셨지만, 저는 늘 인생을 너무 날로먹으려 하는 건 아닌지, 알차게
살고 있는 것인지 여러 잡념으로 늘 불안합니다. 그런 생각에 잠식될 때마다, 감사하게도 무언가가,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옵니다. 며칠 전 독일에서 친구가 놀러왔습니다. 절에 가보고 싶다길래 조계사에 들어갔는데 한 경구가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 아름답지 않은 실상을 인식하며 살거나, 모든 감각의 욕망을 억제하고, 먹고 마시는 것을 자제하고, 확신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은 유혹이라는 악마에게 정복당하지 않는다. 마치 거센
바람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산처럼.” 아직 감각의 욕망을 누를 자신은 없다만, 언제나 확신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하기에, ‘나는 잘 살고 있고 또 잘 살 것’이라고 제자신을 다독였습니다.
메일을 며칠 전에 받았는데 이제야 답장을 합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올 것을 알기에 또 그만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늘 ‘잘해야한다’ 생각하며 사는데, 그저께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느꼈습니다. 하는 족족히 잘할 수만은 없는데, 그것이 사실 요행을 바라는 태도인데, 늘 잘해야한단 생각에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매 번 잘하지 않아도 되니, 공부도 일도 차곡차곡 쌓아 올리자는 태도로 학부 마지막 학기를 보내려고 합니다. 저의 노력과 더불어 장엄이 저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씩씩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개해주신 소영 친구와도 카톡 메세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는데 감기 코로나 모두 조심하시고, 금방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광장학생 박선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