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졸업하고 선경(현재의 SK)에 오지마. 더 좋은 데로 가. 좋은 머리로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지.”
1970년대에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했던 말이다. 최 회장은 당시 선경이 전액 후원하던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에서 우승한 고교생들을 본사에 초청해 식사를 할 때마다 이런 얘기를 했다.
SK그룹이 후원하는 중국 베이징TV의 ‘SK장웬방’ 녹화 모습. [SK그룹 제공]
그후 40년. 최종현 회장의 인재 경영이 이번엔 중국에서 빛을 보고 있다.
SK그룹은 24일 이 회사가 후원하는 중국판 장학퀴즈인 베이징TV의 ‘SK장웬방(壯元榜)’이 제21회 싱광상(星光奬) 청소년 TV 프로그램 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싱광상은 중국 정부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이 주관한다.
공익성과 재미를 함께 갖춘 TV 프로그램을 골라 2년에 한 번 상을 준다.
SK가 한국에서 장학퀴즈를 후원한 것은 1973년부터다. 최종현 회장 주도로 제작·광고비는 물론 장학금·경품 일체를 선경이 댔다.
그는 MBC 제작팀을 찾아가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조사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시청률보다 좋은 프로그램 만드는 데 더 신경 쓰란 얘기다.
방송 초기 중학생이던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도 즐겨봤다고 한다.
80년대 초 장학퀴즈 500회 특집이 방송될 무렵이다.
선경 임원들과 방송국 제작진이 함께 식사를 했다.
최종현 회장은 임원에게 “그간 장학퀴즈에 투자한 돈이 얼마냐”고 물었다.
임원들은 “150억~160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최 회장이 “그럼 선경이 이 프로그램으로 번 돈은 얼마인 것 같으냐”고 다시 질문했다.
모두 우물쭈물하자 그는 “아마 7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홍보 효과가 1조~2조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시킨 효과가 5조~6조원은 되지 않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17년간 장학퀴즈를 진행했던 차인태 전 제주MBC 사장이 지난해 출판한 책에서 전한 일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 회장은 장학퀴즈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얘기다.
SK그룹 홍보실장을 지낸 이노종 브랜드평판연구소장은 “최 회장은 회사 임원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장학퀴즈에 붙던 선경의 학생복 광고를 공익광고로 바꾸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퀴즈 우승자에게 주는 장학증서에 법인이 아닌 개인 인감을 찍었던 걸로도 유명하다.
선경이 어려워지면 나중에 돈을 못 받을까 염려하는 학생·학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장학퀴즈는 97년부터 EBS로 옮겨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SK장웬방은 2000년 시작했다. 당시 중국 방송사는 모든 비용을 조건 없이 SK가 대겠다는 말에 놀라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SK가 어떤 회사인지 조사까지 해갔다고 한다.
SK그룹은 최근 중국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SK에너지의 화학CIC(사내 회사)를 비롯한 상당수 사업은 아예 비즈니스 헤드쿼터(BHQ·사업 본사)를 중국으로 옮겼거나 옮길 계획이다.
SK장웬방의 진행자인 쉬춘니(徐春妮)는 몇몇 매체를 통해 “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프로그램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SK가 중국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선하 기자
첫댓글 역시 미래를 볼줄 아시는군요..십대때는 참 많이 즐겨 봤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