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조선통신사 옛길 대장정 기행록(17)
- 한국경제의 견인차 울산에 들어서다(외동 구어 – 울산 동헌 24km)
4월 21일(수),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서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들고 7시 40분에 울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경주 – 울산 간 산업도로의 통행량이 많아 위험한 상황, 잠시 걸어 외곽의 들판과 산길의 소로에 접어들었다. 들판에는 보리 잎이 펴기 시작하고 산길의 풀밭에는 어렸을 적 즐겨 먹던 연한 순의 띠가 웃자라고 있다.(한 입 물고 70여 년 전의 동심에 잠긴다)
번잡한 산업도로 피하여 한적한 들판길 걷다
작은 언덕 넘어 하천(동천)에서 당일참가자와 조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함께 걷는다. 울산에 사는 김문술 씨와 강정혜 씨, 단출한 행렬에 원군이 합세하여 힘이 붙는다. 울퉁불퉁한 하천 길 한참 걸으니 강을 가로지르는 교량공사 중인 곳을 지난다. 고개를 숙여도 머리가 닿을 만큼 낮은 다리 밑을 조심하여 걷는데도 두 차례나 박치기, 위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불편한 하천 길 벗어나 아파트가 들어선 큰 길로 나가니 외동읍을 벗어나 울산광역시 북구에 접어든다. 큰 길은 여전히 차량으로 붐비고 도로보수공사까지 겹쳐 진행이 어렵다. 도로 옆의 소로에 접어드니 하천 옆으로 매끄러운 자전거도로가 나타난다. 동천강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울산시의 중심부까지 10km 넘게 잘 닦인 비단길, 나무숲이 우거진 그늘 따라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예전에는 고갯길 오르내리는 자동차도로 따라 걸었는데 그 사이 이처럼 쾌적한 보행로가 생겼구나. 한국 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는 산업도시의 위상을 피부로 느낀다.
저공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소리에 울산공항 지나는 것을 알게 되고 북구 지나 중구에 접어드니 12시 넘어 병영교 지나 12시 반에 울산 병영에 이른다. 울산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하는 병영의 중심부에 있는 울산경상좌도 병영성(蔚山 慶尙左道 兵營城)이라 새긴 설명문의 내용, ‘병영성은 1417년(태종 17년)부터 1894년(고종 31년)까지 존속한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의 영성(營城)으로 1417년에 쌓았다. 여지도서(與地圖書)에 따르면 성의 둘레는 9,316척(尺), 높이는 12척이었다. 성 안에는 병마절도사 공관, 객사 등의 주요건물과 무기와 군수물자를 보관한 부속건물 등이 있었다.’ 한 마디로 조선시대 육군 지역사령부, 전라남도 강진에도 같은 이름의 병영이 있다.
병영에서 바라본 울산의 모습, 배경의 산은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
병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외솔 기념관이 있다. 울산 태생으로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요 교육학자인 외솔 최현배(1894년~1970년) 선생의 기념관,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나라사랑의 정신이 몸에 밴 외솔은 일생을 한글과 함께 하였다. 기념관을 돌아보며 새긴 외솔의 어록, ‘말과 글은 우리의 얼이다.’
기념관을 나서니 오후 1시, 조용한 골목길에 깔끔한 중국음식점이 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 후 골인지점인 울산 동헌을 향하여 14시경 오후 걷기에 나섰다. 울산에 사는 김문술 씨가 길잡이로 나서 요소요소를 들른다. 병영 주변 골목길에 두 개를 한 조로 한 태극기 물결이 이채롭다. 역사 선생님이기도 한 김문술 씨의 설명, ‘이곳은 3‧1운동 당시 울산의 독립운동 거점이었다.’
이어서 안내한 곳은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 '충의와 역사의 고장'이라는 기치를 내건 센터 앞에 250년 된 금솔 나무가 운치 있고 그 옆으로 17개의 병마절도사 이름을 새긴 비석이 가지런히 서 있다. 가히 별들의 터전이라, 원래 병영 안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고. 그 말을 받아 이 지역이 무반(병마절도사는 오늘의 육군 장성)의 병영과 문반(과거에 급제한 선비)의 특출한 인재가 한 곳에 자리한 지기가 범상치 않다고 정리하니 안내자도 고개를 끄덕인다. 경세의 요체는 문무겸전이니라.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은 동헌 가는 길에서 약간 벗어난 학성공원, 임진왜란 후반기 전투 중 하나였던 조명연합군의 도산성 전투에서 울산의병들이 나라를 지키려 결사 항전하였다는 의기가 서린 곳이다. 선조는 이들을 선무원종공신으로 포상하였고 울산광역시는 2000년에 충의사를 지어 임진왜란 당시 순국한 넋을 기리고 있다. 이름 없이 스러진 넋들이여, 하늘의 평화를 누리소서.
최종목적지 울산 동헌에 도착하니 오후 3시 10분, 걸은 거리는 24km. 한국체육진흥회 울산지부 배성동 지부장과 이은경 사무국장이 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울산 동헌은 1681년(숙종 7년)에 울산부사 김수오가 처음 지은 오랜 역사의 현장, 동헌 주변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하다. 2007년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가 세운 조선통신사의 길 이정표의 거리 표시, 서울 – 울산 460km, 울산 – 부산 54km. 남은 일정은 2일,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
16일째 걷기 기록
* 체육진흥회 울산지부에서 저녁을 대접한다. 코로나 상황이라 사양하였지만 매주 수요일 저녁은 울산지부가 정기적으로 걷는 모임을 갖는 날이니 잠시 틈을 내어 달라는 명목을 붙여. 모임 장소는 울산의 명소 태화루(太和樓), 오후 5시 반에 태화루에 도착하여 주변경관을 살폈다. 표지석에 적힌 내용, ‘태화루의 기원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慈藏)이 창건한 태화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성종이 이곳에 행차했을 때 잔치를 벌였고 조선시대에 여러 문인학자들이 시문을 지어 주변 경관을 찬탄하였으나 임진왜란 전후에 없어졌다. 2014년 4월 울산시민의 염원을 담아 새로 건립, 고려시대의 건축양식을 참조하여 정면 7칸, 측면 4칸의 주심포 팔작지붕으로 지었다.’ 6,7차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행사 때는 이곳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도. 태화루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식사, 푸짐한 구이정식을 맛있게 들었다. 저녁 식사 후 걷기행사 출발식에 참석 후 숙소로 돌아오니 8시가 가깝다. 푹 쉬고 내일 또 열심히 걷자.
울산 동헌에 도착하여서
첫댓글 벌써 거의 다 내려가셨네요^^ 남은 여정도 건강하고 행복한 걸음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