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교水作橋‘
ㄹ 0
흙먼지 풀풀 날리는
목 타는 들길을 가다가
먼데 하늘 어둑어둑해지며
먹 구름장 몰려오는
비 묻어오는 예감
성긴 빗발 후둑~ 후두둑~
뒤이어 우르르 쾅
고막을 깨부수는 천둥소리 뒤이어
다이렉트로
하늘을 짜 자 작~ 찢어 발기는
번개 한줄기
우장도 없이 나선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낯설고 물선 초행길
쫄딱 비맞은 중 행색으로
산신각? 열녀각인지 좀 꺼림칙하긴해도
찬밥 뜨신 밥 가릴 형편이
일단 들어서고보니 심쿵
눈 앞의 그림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덩달아 놀란 묘령의 여인이 스르르 외면하고
돌아서 서로를 등진
야릇한 침묵 이어가는 사이
그 여백을 난사하던 기총소사의 빗발도
점차 게을러져 마지막 방점의 비를
이마에 그은 두 어색을
불협화로 뱉아내는
삐이걱~ 소리와 함께
등 떠밀려나온 두 사람
안구 정화의 속눈썹이
함초롬히 젖은 무너미 무너미
초록을 딛고
산허리와 산허리를 이어주는
임시 가설 교량같은
환幻의 무지개
꿈결 같은 천상에서 내려와
이리저리 정처를 헤매던
선남 선녀의
보석 같은 경이의 눈길
허공에서 부딪쳐
’쟁겅‘ 소리를 내는,
모닥불 주위
ㄹ ㅇ
춘 삼월에도 눈이 석 자 두 치는 쌓인다는
전설 의 곰배령 바라기로
길 뜯어먹고 사는 주막집의,
마른 장작을 빼곡이 쌓아올린 모닥불 주위로는
장삼 이사 쪼그리고앉아 손바닥 공양 들펼치고
눈발 희끗희끗 , 마당 한 켠에 솥단지 걸어놓고
벌건 소고기 국을 설 설 설雪 雪 雪 끓여대겠다
한 켠에선 차일 아래 괴어놓은 삼발이에
가마솥 뚜껑 뒤집어 걸어 놓고
투덕한 손으로
안 자락에 돼지비계 ㅆ 윽 ~ 한번 두른 뒤
칙 치직, 노릇노릇한 파전 배추전 동태전을
연신 척척 뒤집어 내는 주모의 손길
막막한 눈발 속에
영 너머 가야할 머나 먼 길도
하염없이 기다릴 가솔들 걱정도 내려놓고
넉넉히 받아든 뚝배기 속에 코를 박고
기름 둥둥 벌건 소고기 국에 척척, 밥을 말아
허기들 씻어 내겠지
초면에 권커니 자커니 탁배기 사발 한 순배 돌고나면
곳곳에서 연신 홍소哄笑들이 터지고
볼이 발그레 부끄럼 풀어진
반반한 女客에게 남정네들의 시선이 집중될
짙은 어둠을 사르는 모닥불 반경
눈발은 여전히 칠흑같은 세상을
백색으로 부벽浮碧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듯
그칠 줄을 모르고 무지막지 퍼붓겠지
시나브로 , 괄괄하던 모닥불도 사그라들고
넉넉히 군불을 넣어둔 주막의
방방, 여각의 아랫목에 저마다 기어들어
어혈든 등을 지지고 나면
씻은 듯 그쳐 있을 눈발처럼
행려에 지친 몸들도 가뿐하것다
크고 작은 괘나리 봇짐에 보따리를 이고 진 보부의
하룻밤 지기 동행들과
각자 떼 놓았던 눈썹들 찾아 붙이고
가뭇이 지워진 길을 트며
서둘러 영 너머 갈 일만 남았것다
운문사 뒤뜰의 그늘
류윤모
운문사 뒤뜰에 가면
맹위를 떨치는 무더위도 기세가 꺾여
맥을 못춘다
울울창창, 소낙비같은
수천 수만의 잎사귀가 바람을 흔드는
아득한 천년 , 오백년 생 그늘도 수두룩
백년 생 그늘쯤은 명함도 못 내민다
영역 다툼은커녕
겹치기로 서로 이해되는
하나같이 올려다보면
쩌렁쩌렁한
청동빛 이끼 낀 광역적인 그늘
하늘을 조각칼로 도려낸 듯
우묵한 산등성이로 둘러싸인
웅숭깊은 그늘에 묻힌 천년 도량들
눈썹 짙은 운문사 가람 배치도
배背 흘려보게되고
크고작은 담과 소를 이루는 蛇行의
눈이 맑은 물이 ,그늘을 더욱 그늘지게 한다
허기진 그늘 공양을 위해 찾아들었다면
정중동
그늘 샤워를 하고간다 해도 무방하나
낮달의 존재감처럼
뒤꿈치도 벗어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불문율
눈썹도 내려 놓고
귀에 쟁쟁 ... 매미소리 밑줄 긋는
시집이나 한가로이 펼쳐 읽다가
나무 벤치에 누워
깜빡 , 토막 낮잠도 허락되는
운문사 뒤뜰은
객을 위해 항시 넉넉히 비워둔
고적한 천간千間 그늘 공양깐
- 두레 2024 가을
슬도
류윤모
바람 세찬 날
아비 손을 놓쳐버리고
앉아 우는
마마자국 남은
조고만 여자 아이같은
설움의,
역마살 파도가 슬어놓고 간
사생아같은
외딴 섬
그 눈 속의 비애를
말없이 감싸 안아주기만 해도
왈칵 울음이 쏟아질 것만 같은
고립孤立은
깨치고 보면
이토록 안정적인 것
비로소
그대 눈 속 반짝이는 윤슬로
눈부신
비단 한폭 펼쳐 놓으리
다도해를 흐르는
섬 같은
오늘 같은 날은
지극히 개인적이 되어
어딘가에는 있을
그 섬에 가고 싶다
중구문 2024
연필 승객
류윤
유일한 흑자 노선일 것이다
새마을 무궁화를 비롯해
지하철 국민 혈세 퍼부은
고속철까지
거의 모든 기차 노선이
적자 에 허덕인다는데
가느다란 흑연 한 줄이면
연료비도 들지 않는
가성비좋은 운행 수단
연필의 유구한 역사는
아직까지도 또렷한 흑자다
이제 갓 모국어를 깨치는
유, 초등부 새내기들과
디지털 컴맹인
시인들의 시 쓰기는
연필에 의존하고 있으니
영구 노선 폐쇄는 없을 터
잘 못 가버린 길은
지우개로 지우면 되니까
오늘도 객차 한량에
어린이 하나 싣고
엄마의 눈 속에서도
불안하지 않은 발진
칙칙폭폭~ 칙칙폭폭
시인들의 머리 속 세상
어디나 가고 싶은 곳 갈수 잇는
상상력의 기차
오늘도 이 열차는
흑자 노선으로 운행되고 있으니
우는 발
류윤모
산천에도 아픈 지점이 있다
통점이 있다
발이 저절로 찾아들어
울먹이는 ,
버림받은 땅이라면
기억이아주 멀어지고
희미해질 때까지는
차갑게 돌아서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수레바퀴가 여러 개 굴러
발이 무심해 질때까지는
망막의그 필름
도돌이표로 되감지는 말아야 한다
종소리같은
둔중한 통증
찌르르 전해오는 지점이 있다면
삼가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잊혀진다
그 사람 떠나고난뒤
지옥같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나날들
어리석은 믿음 같은 것
진작에
흐르는 개울물에 실어
방류해 버려야 햇던 것을
잔인한 기억이
묵은 술처럼 익어
그 이름
입술에서 감미로워질 때까지는,
첫댓글 그 흑자노선이 요즘엔 참 보기드문 노서니 되어버렸습니다.
요즘에 아이들 연필통을 열어봐도 연필은 온데간데 없고
칼라풀한 도구들만 있고, 연필은 뒤지고 뒤져봐도 어쩌다 샤프펜슬 하나...
샤프가 쓰기엔 좋긴하지만, 옛날엔 지우개가 달려있더니
요즘엔 지우개도 잘 안 보이고...
샤프의 황망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