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의 일곱 가지 죄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mainzdom@hanmail.net다른 기사 보기
- 민들레 광장
- 입력 2024.11.20 21:30
- 수정 2024.11.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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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는데 침묵하는 교회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가톨릭은 왜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하나
제16차 세계주교 시노드 제2회기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 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고백의 제단에서 참회예식이 거행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
추기경 7명이 차례로 고백한 ‘가톨릭 교회가 범한 죄’는 크게 7가지다. 미성년자 성학대,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용기의 부족, 교회 내 여성의 재능과 봉사에 대한 부실한 이해, 엄격한 교리로써 이웃에게 부담을 준 행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세례 받은 신도들의 존엄과 역할을 무시하는 성직자 중심주의,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부족이다.
“굶주린 사람의 빵을 훔쳐 제단을 장식하는 죄” 등 7가지 죄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오말리 추기경은 “미성년자와 취약한 이들에게 가해진 성학대를 생각하면,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고백하고 “성직과 봉헌 생활이라는 조건을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상처를 주고 죄 지은 주교들과 사제들을 대신해 용서를 청했다.
패럴 추기경은 “교회가 여성의 존엄성을 적극 옹호하지 못했고, 특히 이혼 가정의 연약함과 상처를 판단하고 정죄한 교회의 잘못”을 뉘우치며 용서를 청했다. 쇤보른 추기경은 “권위가 권력으로 변질해 다수를 질식시키고, 신자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고, 형제자매들이 선교 사명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톨릭에 만연된 성직자 중심주의는 ‘함께 걷는’ 교회 건설을 막는 장애물이라고 탄식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가 민족과 국가 간의 평화를 위해 용기 내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평화를 이루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만남과 합의에는 ‘예’, 분쟁과 도발에는 ‘아니오’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아프리카 로메로 대주교는 “교회 구성원들, 특히 성직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고, 굶주린 사람의 빵을 훔치는 죄악으로 제단을 장식하는 데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교들과 사제들의 죄로 인해 상처 받은 희생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어릴 때 성직자에게 성학대를 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신도 로렌스 씨는 “그동안 성학대 피해자들의 고발은 무시되거나 은폐되었고, 또한 은밀히 처리되었으며, 교회의 투명성과 책임감 부족 탓에 생존자들의 신뢰가 깨지고, 피해자들의 치유 여정은 더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제16차 세계주교 시노드 제2회기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 1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고백의 제단에서 참회예식이 거행되었다. 2024. 10. 1 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회 의식에 이어진 설교에서 “우리의 실수와 죄 때문에 교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탄식하며 “교회의 주요한 죄를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교회는 자기 죄를 숨기거나 아주 우아한 단어로 돌려말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 죄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 불충실로 더럽혀진 주님의 얼굴을 회복하도록, 진실히 회개하도록, 용기를 주십시오”라 기도했다.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죄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신의 사명을 신뢰할 수 있을까” 반문한 교황은 “상처의 치유는 가톨릭 교회가 지은 죄를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우리는 형제자매, 지구와 모든 피조물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수 없습니다.”
예수 삶을 포기하면서 저지른 한국 가톨릭 교회의 죄 7가지
2000년 12월 3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하고자 한국 가톨릭의 죄 7개를 고백한 「쇄신과 화해」 문건을 발표했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1.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적도 있었고,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었고,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였고”, “2.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 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재하였으며”, “3.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했으며”, “4. 우리 사회가 지닌 지역과 계층,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거나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하였음”을 고백했다.
또한 “5. 집단 이기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 등이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하느님께 창조된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 데 미흡하였고, 특히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도록 충분히 이끌지 못하였으며”, “6.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 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으며”, “7.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문화적 가치와 사회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언급하였다. “우리는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아울러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라고 주교들은 고백했다.
신학적 판단을 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을 했을 때, 가톨릭은 죄를 저질렀다. 예수 삶을 따르느냐 교회 조직을 보호하느냐 갈림길에서, 가톨릭은 교회 조직을 보호하려고 예수 삶을 따르기를 포기한 적이 많았다. 예수 삶보다 교회 조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 가톨릭은 큰 죄를 저질렀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50주년 감사 미사에서 사제단이 입장하고 있다. 2024.9.23. 연합뉴스
교수들 시국선언 잇따르는 지금, 사제들과 주교들은 어디에 있나
가톨릭에서 큰 죄는 주교, 추기경, 교황 등 이른바 고위 성직자들이 저질렀다.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친하게 지내며, 돈과 특혜를 기대하는 유혹에 고위 성직자들이 빠지면, 어김없이 그들은 죄를 저지르고 만다.
1976년 53세의 아르헨티나 엔리케 앙헬렐리(Enrique Angelelli) 주교는 교통사고로 위장된 사고로 살해되었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반체제 인사들이 고문받던 군부대에서 미사를 드려달라고 앙헬렐리 주교에게 요청하였으나, 그는 거절했다. 대통령 비델라 장군의 옆자리에 앉는 것도, 그는 거절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주교는 자기 백성을 억압하는 사람과 악수할 수 없다." 최근 니카라과에서 주교 세 명이 권위적인 정부에 저항하다가 해외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의 패악질에 저항하는 교수들과 시민단체의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교구 사제들과 수도회에서 시국선언이 먼저 나왔어야 옳지 않은가. 교구 사제들과 수도회보다 주교들이 맨 먼저 시국선언을 해야 옳지 않은가. 가톨릭은 왜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하는가.
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은 말했다. “중립은 압제자를 돕지만, 절대로 희생자를 돕지는 않는다. 침묵은 괴롭히는 자에게 용기를 주지만, 괴롭힘 당하는 자에게 용기를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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