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녹)
연중 제30주일
말씀의 초대
탈출기는 약자 보호법을 전해 준다. 이방인을 억압해서도, 과부나 고아를 억눌러서도 안 된다. 그들이 부르짖으면 주님께서는 기꺼이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실 것이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의 신자들에게 복음이 성령으로 전달되었음을 확신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큰 환난 속에서도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 주님을 본받았고 그 믿음이 널리 알려졌다고 격려한다(제2독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율법의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두 계명 에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집약되어 있다고 말씀하신다(복음).
제1독서 <너희가 과부와 고아를 억누른다면 나는 분노를 터뜨릴 것이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22,20-26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0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
21 너희는 어떤 과부나 고아도 억눌러서는 안 된다.
22 너희가 그들을 억눌러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그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다.
23 그러면 나는 분노를 터뜨려 칼로 너희를 죽이겠다. 그러면 너희 아내들은 과부가 되고, 너희 아들들은 고아가 될 것이다.
24 너희가 나의 백성에게, 너희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도 안 되고, 이자를 물려서도 안 된다.
25 너희가 이웃의 겉옷을 담보로 잡았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어야 한다.
26 그가 덮을 것이라고는 그것뿐이고, 몸을 가릴 것이라고는 그 겉옷뿐인데, 무엇을 덮고 자겠느냐? 그가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들어줄 것이다. 나는 자비하다.”
화답송 시편 18(17),2-3ㄱ.3ㄴㄷ-4.47과 51(◎ 2)
◎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시옵니다. ◎
○ 주님은 저의 하느님, 이 몸 숨는 저의 바위, 저의 방패, 제 구원의 뿔, 저의 성채시옵니다. 찬양하올 주님 불렀을 때, 저는 원수에게서 구원되었나이다. ◎
○ 주님은 살아 계시다! 나의 반석 찬미받으시리니, 내 구원의 하느님 드높으시다. 주님은 당신 임금에게 큰 구원 베푸시고, 당신의 메시아에게 자애를 베푸신다. ◎
제2독서 <여러분은 우상들을 버리고 돌아서서, 하느님을 섬기며 하느님의 아드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1,5ㄴ-10
형제 여러분,
5 우리가 여러분을 위하여 여러분 가운데에서 어떻게 처신하였는지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6 또한 여러분은 큰 환난 속에서도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 우리와 주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7 그리하여 여러분은 마케도니아와 아카이아의 모든 신자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8 주님의 말씀이 여러분에게서 시작하여 마케도니아와 아카이아에 울려 퍼졌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이 곳곳에 알려졌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9 사실 그곳 사람들이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러분을 찾아갔을 때에 여러분이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여러분이 어떻게 우상들을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살아 계신 참하느님을 섬기게 되었는지,
10 그리고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그분의 아드님, 곧 닥쳐오는 진노에서 우리를 구해 주실 예수님께서 하늘로부터 오실 것을 기다리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복음 환호송 요한 14,23 참조
◎ 알렐루야.
○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
◎ 알렐루야.
복음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34-40
그때에
34 예수님께서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리사이들이 한데 모였다. 35 그들 가운데 율법 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물었다.
36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37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38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39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40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오늘의 묵상
가을이 깊어 갑니다. 신학교 시절, 어느 가을의 아름다운 ‘공동체의 밤’이 생각났습니다. 그날 지도 신부님은 우리에게 사제직은 외로우면서도 고귀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미셀 콰스트 신부의 기도 시집 『삶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주일 저녁 모든 일과를 마치며 느끼는 본당 신부의 소회를 표현한 기도 한 편을 읽어 주셨습니다.
“주님, 오늘 밤, 저는 혼자입니다./ 성당 안의 소음도 차츰 사라지고/ 모두들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 혼자서.// 주님, 저를 보십시오./ 저는 혼자입니다./ 침묵이 나를 숨 막히게 하고/ 고독이 나를 괴롭힙니다./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고/ 남을 위해서 모든 것이 된다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중략) 혼자라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 있으면서도 혼자라는 것/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고통과 죽음과 죄 앞에 혼자 서 있다는 것/ 주님, 정말 어렵습니다 …….”
이 기도의 몇 대목을 읊조리면서, 우리 사제만이 아니라 주님께서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 주신 참된 사랑의 갈망을 따라가려는 모든 이를 위한 기도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위한 삶은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고, 외로우며, 지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그 사랑을 혼자 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고귀한 길을 포기하여 외로움을 ‘잊는’ 어리석음 대신에, 그 길을 인내함으로써 사랑 안에서 벗을 ‘얻는’ 삶을 선택할 용기를 가집니다. 이 기도의 마지막 대목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주님, 저 여기 있습니다. 제 몸도 제 마음도 제 영혼도, 다 여기 있습니다./ 저로 하여금 주님께로 향해 가는 길이 되게 하시고/ 아무것도 꺾일 것이 없는 길이 되게 하소서./ 주님, 저는 주님 앞에/ 혼자 있습니다./ 이 밤의 평화 속에서.”
*******
김태근 베드로신부님 강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