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 한가하면서 바쁜 날입니다.
알마 리조트를 떠나는 날.
조식을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망고가 주렁주렁 달린 망고나무를 비롯하여 온갖 나무들.
향기 뿜뿜 나는 예쁜 꽃들 - 마지막으로 감탄하며 감상했지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의 조식은 실패.
블로거들의 말이 많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때로는 허위정보도 상당히 많더라구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아메리칸 브랙퍼스트....이런 걸 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것도 경험입니다.
이 나라에서는 뷔페식이 최고!
온갖 과일과 음식과 야채와 음료, 과자와 빵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어서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으니까요.
조식 후,
알마 리조트를 떠나 다시 나트랑 시내로 올라 왔어요.
비행기가 밤 12시여서 호텔을 잡아 짐을 놓고 시내 돌아다니다 잠시 들어와 쉬기로 했어요.
새로 잡은 호텔은 완전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쇼핑도 마음껏 할 수 있어요.
쇼핑에 관심이 없는 저와 산지기는 하엘이와 호텔에서 놀기로 했어요.
우리가 노는 동안...
아들과 며느리는 사고 싶은 물건의 가격도 알아보고, 점심으로 반미샌드위치를 4개 사왔어요.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고수'를 먹게 되었다는 것.
언젠가 김밥 쌀 때 고수도 넣어보리라, 마음 먹었네요.
오후 9시에 택시를 예약해 놓아서 어쨌든 나트랑 시내에서 즐길 거 다 즐겨야 합니다.
두 번째 마사지도 하고,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자그마한 선물을 사기로 했어요.
베트남은 인도가 없는 나라.
인도는 오토바이 주차장이고, 사람은 요령껏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길을 걷거나 건너야 합니다.
신호등이 별로 없는데도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나름의 질서를 가졌는지, 무질서 속에서 잘도 달립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나라.
클락션을 누르는데 우리처럼 분노나 경고가 섞인 날카로운 클락션이 아니고,
"나, 지금 지나갈 거야. 그러니 참고해." 하는 듯한 순하고 부드러운 클락션입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크게 경쟁하지도 않고 한 마디로 스무드하게 움직이는 도로를 보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수제쨈과 수제꽃차 등등을 살 수 있는 선물가게 '뷰모리'에 걸어서 갔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우리가 도착한 날부터 쭉 있었지만 비는 단 한 방울도 내리지 않고 후덥지근.
하지만 4시 지나니까 약간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최고 인기 좋다는 선물가게.
엄청 깔끔하고 포장도 세련되게 했더라구요. 알고 보니 주인이 한국인.
유명 선물가게나 맛집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주인이고, 베트남 청년들이 종업원.
저는 이번 여행에서 물건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냥 현지에 와서 즐기고, 먹고 가기로.
그런데 하엘맘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자그마한 선물을 마련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라.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가라. 나중에 또 언제 올지 모르니."
뷰모리에서 한바탕 선물을 사고
그 다음에는 롯데마트로 갈 거랍니다.
왜 롯데마트에 가냐고 했더니 그곳에 물건이 많고 한국에서 살 때보다 훠얼씬 싸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어 계피 조그만 통이 500원 정도.
요리를 할 때 계피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양이 많아서 보관하기도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소량 포장이 되어 있어서 참 좋네요.(저는 한 통만 샀어요.)
참! 그리고 이곳 르왁 커피 샀습니다!
하엘맘이 이곳저곳 구경다니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장난감 코너에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한 5,000원 짜리 사주려고 했는데....
하엘이가 뭔가를 발견하곤 그곳을 떠나지 않습니다.
가격이 555,000동 - 우리나라 돈으로 28,000원 정도?
우리나라 물가로는 비싼 장난감이 아니지만, 이곳 물가로는 엄청 비싼 거죠.
여행하면서 땡깡도 잘 부리고, 말도 안 들은 적이 많았던 하엘이.
"그런데 엄마가 사줄까? 너무 크고 비싼데"
아빠의 말에 얼른 대답하네요.(완전 청개구리라 평소엔 대답도 안 하고 반대로만 나가더니)
"이거 사주면 말도 잘 듣고, 대답도 잘 하고 그럴게요."
너무나 갖고 싶은 표정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 엄청 약은 녀석이라 이렇게 덧붙입니다.
"엄마가 너무 비싸다고 안 된다고 하면 안 살게요."
그 말을 듣자, 제 마음이 약해집니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할머니가 사줘라 하고 말해줄게." 했더니
"고마워요" 하면서
"그래도 엄마가 너무 크다고 할 텐데." 하면서 밑밥을 깝니다.
"할머니 캐리어에 넣으면 돼. 할머니 캐리어는 텅텅 비었잖아." 했더니
"그럼, 할머니 꺼 되는 거예요?" 합니다.
가끔 땡깡 부리고, 말도 안 듣지만 아직은 순수한 녀석.ㅋㅋ
잠시 후 하엘맘이 돌아왔고, 와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요.
하엘이는 계속 눈치만 보고요.
하엘맘이 고민 끝에 "그래, 사자. 여기에 또 언제 오겠어? 기분 좋게 사줄게." 했고
그 말에 하엘이가 얼른 말하네요.
"대신 내가 뽀뽀 한 번 해줄게."
하엘맘, 뽀뽀 해준다는 말에 감격하자
"아니, 두 번 해줄게."
장난감을 드디어 손에 쥔 하엘이.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 뽀뽀 만 번 해줄게요." 라고 해서 박장대소....
선물도 다 샀고, 시내 구경도 꽤 많이 했고
호텔에 돌아와 다시 짐을 싸고
오후 7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데 이 음식점 유튜브에서 엄청 유명한 곳이라는데....
힙하게 꾸며놓았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가격.
길가에 있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음식점보다 훨씬 비싸고.
맥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더워서 시원한 맥주를 찾게 됩니다.
종업원이 와서 냄느엉을 싸주기 시작하네요.
종업원이 싸 준 냄느엉.
예쁘게 싸준 건 고맙지만, 진짜 현지식당에서는 야채며 고기며 직접 골라 싸먹는 재미가 있었는데....ㅠㅠ
음식값도 비싸고, 음식맛도 그러그러했지만 친절 점수는 100점!
여기도 한국사람이 사장님인 듯.
베트남 가정식으로 저녁을 먹는 일정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은 끝!
- 쌀국수는 어느 집을 가도 맛있다. 화려하게 잘 꾸며진 음식점보다는 허름한 현지 맛집이 훨씬 맛있다.
- 나트랑 사람들은 잘 웃고 친절하다.(아주 오래 전 호치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친절과 웃음)
- 영어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대화가 잘 안 통한다. 물건 살 때는 계산기로 주로....베트남 젊은이들이 영어를 좀더 공부하면 훨씬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 특히 그랩 택시 기사들은 간단한 영어 인사도 못하고 거의 번역기에 의존한다.
- 날이 그렇게 덥고 습한데 모기를 못 봤다. 실제로 하엘이만 한 방 물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안 물렸다.
첫댓글 꽃도 음식도 손주도 함께 있는 여행이 참 좋네요~^^
샘^^ 눈 나올 정도로 예쁜 꽃이 많아요. 망고도 주렁주렁 달려있고.
물건 안 사고 현지 음식 먹거나 구경만 하는 건 나와 비슷하네요. 여행 잘 마무리했군요. 축하합니다 ☆
다시 보니 오자가 많네요.ㅠㅠ
쇼핑은 관심 없고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현지인의 삶을 보는 걸 좋아해서 예전에 베트남 달랏에 갔을 때는 현지인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지요.
가족 행사라는 거대한 숙제를 마친 것 같아 속시원합니다.ㅋㅋ
여행은 역시 혼자 또는 맘에 딱 맞는 사람 두세 명과^^
아, 영어 하니 또 생각나는 거 하나.
베트남 사람들이 정통영어 남편 영어는 못알아듣고 한단어로 하는 엉터리 내 영어는 찰떡 같이 알아들었어요.
그때는 동남아 어딜 가도 위생이 좀 꺼려졌는데 샘 사진을 보니 완전 분위기가 다르네요.
정통영어 당연히 못 알아듣죠.ㅋㅋ 이 사람들 눈치로 때려맞추는 듯...
길가에 반미 파는 포장마차가 싹 다 없어졌어요. 위생 때문이겠죠?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셨네요.
가족과 함께 일 년에 한 번 여행 다니기 쉽지 않은데 참 부러운 가족입니다.
하엘이 장난감 앞에서 비싼 줄 알지만 갖고 싶은 간절한 표정 정말 귀엽네요.
완전 여우짓 도사. 손자와의 여행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싶어서...
샘네 두 손자들은 듬직한 소년이 됐겠지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