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개요
ㅇ 언 제 : 2023. 12. 21(목) - 12. 22(금) / 1박 2일
ㅇ 누 가 : ‘청암’회원 8명
ㅇ 어 디 : 학성해변(충남 보령시 천북면 일원)
ㅇ 날 씨 : 눈(강추위)
모임앨범
학성해변
고향친구 동아리인 ‘청암회(靑岩會)’의 송년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릴 적에 물장구치던 대천해수욕장에서 모였는데, 이번엔 살짝 옆에 있는 천북면 ‘학성’해변이 찍혔습니다.
중생대에 일어난 지각변동과 침식작용의 산물인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입니다.
일찍부터 이곳에 펜션겸용인 ‘바다횟집’이 입소문을 탔습니다.
충청수영성이 있는 오천포구와 천북면(川北面)의 굴 단지는 몇 번 들락거렸지만, 별렀는데도 학성해변은 초행입니다.
총무완장을 찬지라 조금 일찍 나서려는데, 막강추위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어 심란합니다.
설왕설래로 단톡방이 아침부터 뜨겁지만, 걍~ 강행키로 합니다.
눈발을 헤치고 학성해변에 도착하니 온통 하얗게 변한 대지가 늙은이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터널과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안면도(安眠島)가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밤섬도 있습니다.
펜션을 두루 살피고는 실실 밖으로 나와 공룡가족(?)과 인사를 나눕니다. ㅎ
해질녘엔 붉은 색의 저녁노을을 볼 수 있어 멍 때리기에도 좋다지만, 오늘은 넘 춥네요.
서울, 대전, 완주, 대천에서 하나둘씩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반년만의 해후(邂逅)지만 찐한 퍼포먼스(Performance)는 여전한데요, 모두들 건강하여 다행입니다.
뜨끈한 방안에 모여 잠시 회무토의(會務討議)로 따따부따~!
바다횟집
기다리던 만찬시간입니다.
패키지(1인 9만원 : 만찬+숙박+조찬)로 예약했는데요, 통구이의 정석을 보여주는 근육질의 우럭을 비롯하여 다양한 제철먹거리들이 식탁위에서 온갖 자태를 뽐냅니다.
이어 메인요리인 모듬회가 보무당당 등장합니다.
두툼하게 썰어낸 쫀득쫀득한 회를 한입 넣는 순간 와~ 온갖 잡념이 싹 가십니다.
뒤이어 윤기 좌르르~ 흐르는 초밥덩어리가 자연스레 목구멍으로 폭풍흡입 -.
대나무에 담긴 촉촉한 찰밥과 바삭한 감자 고로케의 자태도 요염합니다.
새우튀김의 아삭거림이 자지러들 즈음, 경이로운 개운함을 뽐내며 나타난 조개탕과 전복죽이 쌈박하게 한몫 담당합니다.
거드름피우며 나타난 조개부침개의 어퍼컷(Uppercut)에 완전 녹다운(Knockdown) -.
담백함을 자랑한다는 매운탕은 안타깝게도 쳐다만 보고 말았습니다.
코스요리처럼 무려 4번 이상 풍성한 구성을 자랑하며 나타나, 그야말로 바다밥상의 끝판을 보여줍니다.
“사장님 너무하셔, 왜 음식으로 고문 하능겨~!“
터질 것 같다는 배꼽 아우성이 싸늘한 세밑 찬바람에 묻힙니다.
노인은 난로 앞에 있어도
펜션은 오래되어 Quality가 낮지만, 노인네들에겐 크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세밑 방담(放談)이 썰렁한 방을 달굽니다.
그래도 늙은 수컷(ㅋ)들만 모여서인지 으스스 하긴 마찬가지네요.
[노인은 들켜도 상처받지 않는 짝사랑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진다.
항상 봄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가슴은 노을보다 진하고, 이별보다 서럽고, 실연처럼 눈물겹다.
죽은 듯 했던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돋아나 꽃이 피고, 얼어붙었던 대지에도 새로운 생명이 솟아오르는 봄처럼 노인은
그 봄을 한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으려 한다.
마른 풀처럼 시들어가던 노인의 심장에도 새로운 사랑이 새로운 꿈으로 봄을 사랑하고 싶어 겨울에도 다시 돌아올 새봄을
간절히 기다리며 그리워한다.
작은 숨소리에 살아있음을 느끼며 그래도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고 싶은 노인의 길고 긴 겨울밤의 고독은 아프기만 하다.
이제 몇 번이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내 몸 구석구석에서 불어대는 찬바람조차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렇다.
노인은 난로 앞에 있어도 외롭고 춥다] (’윤석구‘)
산책/조찬
일찍 일어나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바닷가를 산책하는 발걸음을 저 멀리 보령화력의 불빛이 밝혀줍니다.
아침상 역시 해안가답게 직접 챙긴 해산물들로 차려졌습니다.
따뜻한 밥에 어리굴젓을 올려 입속에 넣으니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만찬과는 또 다른 모습인데요, 그냥 꿀맛입니다.
북엇국이 지친(^^) 속을 달랩니다.
커다란 솥뚜껑을 열어보니 굴, 새우, 콩나물이 가득한데... 또다시 환호성 발사~!
정말 푸짐한 굴밥입니다.
굴밥을 냉면그릇에 퍼서 김 가루를 넣어 비빕니다.
순간 바다향이 온몸에 쫙~ 퍼집니다.
뚝딱 밥그릇이 비워집니다.
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의 구수함까지 음미해고서야 식사가 종칩니다.
밥 잘 주는 민박집으로 소문 날만도 하네요.
외진 곳에 있는 탓에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게 불편한 낚시꾼들을 위해 민박을 시작했다는 주인장(‘김은경’)과의 실없는 농담도 정겹습니다.
아무래도 재방문해야 할 것 같네요.
진정한 친구
일기예보가 노인네들을 불안케 만듭니다.
어쩔 수 없이 2024년 봄 백령도에서의 만남을 약속하며, 각자의 행선지로 향합니다.
오천항(鰲川港)에 있는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 탐방과 ‘천북굴단지’에서의 오찬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계룡으로 돌아오며 진정한 친구에 대해 생각합니다.
청록파(靑鹿派) 시인 ‘박목월’과 ‘조지훈’은 5살 차이에도 친구였답니다.
암울한 시대에 경북 영양에서 살던 ‘지훈’이 복사꽃 피는 흐드러진 봄날, ‘목월’이 있는 경주로 내려가 보름동안 함께 지내며 수많은 얘기들을 나눕니다.
돌아온 ‘지훈’이가 ‘완화삼(玩花衫)’이란 명시를 써 보내는데요, ‘목월’이 바로 엎드려 답시(答詩)를 씁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낭만 시(詩)라 칭송을 받는 ‘나그네’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300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나그네)
'목월'과 '지훈'에게 친구는 위대했습니다.
손익이 끼어들면 천박하기 그지없는 게 친구간의 교류이거늘, 둘은 시를 주고받으며 우리 문학사에 금자탑(金字塔)을 남겼습니다.
세상엔 ’꽃과 같은 친구‘, ’저울과 같은 친구‘, ’산과 같은 친구‘가 있다죠.
꽃과 같은 친구는 지고 나면 돌아보지 않고, 저울과 같은 친구는 이익을 먼저 따져 무거운 쪽으로 기울지만, 산과 같은 친구는 한결 같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우리는 산과 같은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합니다.
나이가 들어 벗들의 소중함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지는 세밑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벗들이여~!
스스로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로 각자의 사연들이 가치 있게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그랬듯이 새해에도 쭈욱~♡
토욜(12. 23)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갯바위님 8인방 친구모임이 보령 해변에서 아주 멋지게 거행되심을 감축드리며
큰 감동입니다. 최강 한파라도 사나이 우정은 막지를 못하네요. 전국 각지에서
함께하신 돈독한 의리 새해에도 지속되시겠죠. 늘 건강하시고 승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유익한 송구영신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