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행동》~ 에버릿 딘 마틴
“현명한 개인도 군중 속에선 바보가 된다”(1-1) ~홍영식
"군중 시대는 독특하고 섬세하며 은인자중하는 모든 개인을 질식시켜 버릴 것이다. 이토록 진보한 시대에도 개인은 어디에 살든 비속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자신의 비속함을 망각하기 위해서라도 거창한 위안거리들을 찾아 헤맬 것이며, 지배 정당의 깃발을 몸에 휘감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그는 '100% 군중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에버릿 딘 마틴 Everett Dean Martin(1880-1941)은 군중의 속성과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데 매진한 미국 언론인 겸 교육자다. 그가 1920년 펴낸 『군중행동 The Behavior of Crowds: A Psychological Study』 은 군중이 왜 분위기에 휩쓸리고 부화뇌동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사회학과 심리학에 근거해 조목조목 파고들었다. 그는 "개인은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만, 군중의 일원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며 "군중은 개인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라고 규정했다. 마틴에 따르면 군중 속에서 개인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진리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개인은 군중에 자신을 일체화시킴으로써 다른 인격체로 행동한다. 군중 일원으로 행동함에 따라 책임소재는 불분명해지고 책임성이 없으면서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일부에선 『군중행동』이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치 선동에 휘둘리는 군중의 모습을 다소 과장되게 묘사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군중의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사고와 행동 양상 등을 탁월하게 분석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마틴은 군중의 개념과 관련해 프랑스 역사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의 심리학적 해석을 따른다. 군중 속에서 개인성은 사멸하고 개개인의 특성과 전혀 관계없는 집단심리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르 봉이 내세운 '군중의 심리적 단일화 법칙'이다.
마틴은 여기에 '무의식' 개념을 추가했다. 군중 심리는 무의식에서 억압된 것들이 콤플렉스로 표출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억눌려진 인간의 본성은 무의식을 통해 나타나는데, 특히 군중이 됐을 때 그런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마틴은 "군중의 욕망은 강박관념과 피해의식, 열등감 등과 결부돼 폭동과 집단 소요와 같은 정치 행위는 물론 인종주의와 왕따, 마녀사냥 등 다양한 행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홍영식, 김태철, 김태완, 백광엽, 양준영, 《다시 읽는 명저》, p.3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