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서관에서 수민언니와 ‘번개열매’ 책을 골랐습니다.
산을 넘어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이름은 최하영 선생님이예요.”
태헌이가 유치원 담임 선생님께 수민언니와 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태헌이가 이름을 제대로 부르면 좋아하는 거라는(?) 소문이 있기에 내심 기뻤습니다.
효원이, 예봄이, 지원이, 은우가 안아주었습니다. 포옹으로 인사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번개 열매가 뭐지?”
아이들이 책 표지를 보고 내용을 궁금해 했습니다.
번개열매 책은, ‘우르르 쾅쾅~’ 과 같은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옵니다.
수민 언니와 번갈아가며 실감나게 읽으니 재밌었습니다.
아이들도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번개 열매’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가 적혀있었습니다.
우르르 쾅쾅 떡볶이, 번쩍번쩍 과일꼬치 등.
“저는 떡볶이 먹어보고 싶어요!”
“저는 이거요!”
아이들과 책을 유심히 보며 대화 나눴습니다.
“선생님 이제 놀아요!”
“선생님 숨바꼭질 해요. 선생님 수건돌리기 해요. 선생님 놀리기 해요.”
아이들이 장난스레 질문했습니다.
앞에 아이들과 유치원 선생님이 적어두신 규칙을 다시 읽으며 앉아서 놀 수 있는 놀이를 생각했습니다.
태헌이, 은우랑 우봉고 했습니다.
“태헌이가 유치원에서 우봉고 제일 빨리해요”
지원이가 옆에서 태헌이가 우봉고 잘한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태헌이가 한마디 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이건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 말을 듣고 수민 언니가 "그럼 뭐가 중요한데?"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태헌이가,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지요!" 라고 답했습니다.
이야. 태헌이가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광활 활동도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처음이라 잘 하기도 어렵고요.
대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태헌이가 좋은 통찰을 던져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태헌이는 정말로 우봉고를 잘했습니다. 은우나 수민 언니가 잘 못하면 태헌이가 도와주고, 서로 도와가며 우봉고 게임을 했습니다.
“선생님 우봉고 안 외치면 꼴지돼요.”
태헌이가 우봉고 규칙과 게임 진행을 맡아 해주었습니다. 한 턴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 쉬운걸로 한판 더 할래요 아니면 어려운걸로 한판 더 할래요 아니면 다른 거 할까요?” 하면서 물어봐 주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만났던 태헌이와 유치원에서 만난 태헌이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유치원에서 태헌이와 재밌게 놀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이거 저희가 다 만들었어요.
이건 효원이가 만들었고 이건 태헌이, 이건 은우, 이건 ... 이건 제가 만들었어요"
지원이가 블라인드 올리며 멋진 창문을 보여주었습니다. 참 예쁩니다. 햇살이 더욱 작품을 빛나게 합니다.
톡톡블럭? 이라는 블럭으로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만들었던 것들을 각자 소개해주고, 새로운 작품들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제가 콜라 만들어줄까요? 아니면 사이다 만들어줄까요? 아니면... 아 번개열매오렌지주스 만들어줄까요?"
아쉽게도 태헌이가 만들어 준 번개열매오렌지주스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귀여운 모양이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책 내용 기억하고, 스스로 만들어본 태헌이가 멋집니다.
효원이가 그걸 듣고 옆에서 번개열매주스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책의 내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나봅니다.
"우와 번개열매주스네~~!"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주길 잘했습니다.
“선생님, 같이 종이접기 해요!”
예봄이와 효원이가 함께 종이접기 하자고 했습니다.
“여기는 제 자리고~ 여기는 은우 여기는 태헌이 여기는 효원이...”
아이들이 자리를 소개해줬습니다. 그리고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종이접기 했습니다.
이것저것 함께 접고 오리고 붙였습니다.
“선생님 이거 선물이예요!”
“선생님 근데 꼭 혼자 있을 때 보셔야 해요.”
“저는 선생님 가기 전에 줄거예요! 제가 어디 숨겼는지 맞춰보세요.”
아이들이 소중히 만든 선물을 가득 줬습니다. 작은 손으로 열심히 오리고 붙여 만든 근사한 작품들을 한가득 받았습니다. 숙소에 서랍 한칸 비워 전시해두었습니다.
아이들과 재밌는 책 읽고, 이야기하고 함께 게임하는 즐거움이 큽니다.
규칙을 잘 지키고, 서로 소개하고 이야기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이 꼭 안아주며 배웅해주고 교실을 나왔는데,
“선생님!!!”
예봄이가 다 탄 고구마라며, 들고 교실 밖으로 나와서 건네주고 갔습니다.
저에게 선물을 건네주려다 선생님께 왜 교실 밖으로 나갔냐고 한마디 들은 예봄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추위를 녹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이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산을 기꺼이 또 넘어가고 싶습니다.
첫댓글 아~ 좋아라~^^
유치원 선생님께 광활 선생님(노수민 최하영) 소개해 준 태헌이
포옹 인사로 환영해 준 효원 예봄 지원 은우
책 읽어 주기와 놀이
선생님 손에 쥐어준 쪽지와 고구마
참 고맙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산을 기꺼이 또 넘어가고 싶습니다."
그 마음 고맙습니다.
유치원 오늘의약속 :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 한 명씩 설명하고 부탁하신 글이지요?
약속을 적는 일이 잘 없지만, 약속이 꼭 필요하다면 이런 약속이면 좋겠습니다.
안아 주기, 고맙다고 말하기, 쪽지 써주기, 친구가 옷이나 가방 벗을 때 도와주기, 즐겁게 노래하기, 맛있는 간식 친구와 선생님 먼저 드시게 챙겨주기,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화장실 잘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