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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방유취 권1 총론(總論)1○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 오과(五科)에 대한 개괄〔凡例〕〔五科凡例〕
무릇 의학을 공부하려면 반드시 오과(五科)와 칠사(七事)를 알아야 한다. 오과란 맥박〔脉〕ㆍ질병〔病〕ㆍ증상〔證〕ㆍ치료법〔治〕 및 그 원인〔所因〕이다. 칠사란 질병 원인〔所因〕을 다시 셋으로 나눈 것이다. 따라서 맥박을 토대로 질병을 인식하고, 질병을 토대로 증상을 판단하며,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시행한다면 일을 잘 마칠 수 있다. 그러므로 의경(醫經)에서는 “이러한 맥박이 있는데도 이러한 진단이 없다면 잘못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삼인(三因)을 밝혀서 질병 원인을 내인(內因)과 외인(外因) 한쪽으로만 쏠리게 하지 않고, 맥박과 증상까지 함께 참고한다면 완벽해진다.
무릇 맥박을 공부하려면 먼저 칠표(七表)ㆍ팔리(八裏)ㆍ구도(九道)를 알아야만 하며, 질병의 명칭ㆍ실체와 증상을 완전하게 분별해야 한다. 그 이후에야 관맥(關脈) 앞쪽 1푼(分)의 상태가 맥동(脈動)과 서로 부합하면서, 내인(內因)ㆍ외인(外因) 및 불내외인(不內外因)의 질병 원인을 분별하게 된다. 또한 모름지기 이십사맥(二十四脈)을 알아야 하는데 이십사맥에서는 사맥(四脈)을 근간〔宗〕으로 삼으니, 이른바 부맥(浮脈)ㆍ침맥(沈脈)ㆍ지맥(遲脈)ㆍ삭맥(數脈)이다. 질병 원인으로 풍사(風邪)ㆍ한사(寒邪)ㆍ서사(暑邪)ㆍ습사(濕邪)와 질병 증상으로 허증(虛證)ㆍ실증(實證)ㆍ냉증(冷證)ㆍ열증(熱證)을 구분하면서, 여러 맥박들과 결합시켜 신체 부위〔部〕에 따라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핵심을 짚은 것이 아니겠는가.
무릇 질병을 살피려면 우선 병명을 알아야만 한다. 이른바 상한ㆍ중서ㆍ중풍ㆍ중습에 걸리거나 시기(時氣)로 인한 온역(瘟疫)에 걸리는 것은 모두 몸 밖에서 기인한 질병이다〔皆 失所因〕. 오장육부(五臟六腑)〔藏府〕의 허실(虛實)이거나 오로(五勞)ㆍ육극(六極)으로 인해 걸리는 것은 모두 몸 안에서 기인한 질병이다. 만약 금창(金瘡)과 골절〔踒折〕, 짐승〔虎狼〕이나 독충(毒蟲)에게 물린 것은 모두 내인(內因)이나 외인(外因)과 관련이 없다. 여기에다 세 가지 원인〔三因〕이 모두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내인ㆍ외인ㆍ불내외인 중의 하나로 그 병명을 부여한다면, 이른바 “명칭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고,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에 해당한다. 제대로 배우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무릇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몸 밖에서 기인한 질병〔外病〕은 경락(經絡)을 통해 침입하되 육경(六經)에 있는 혈도(穴道 혈자리)인 정혈(井穴)〔 幷〕ㆍ형혈(滎穴)〔 營〕ㆍ수혈(兪穴)〔 輸〕ㆍ원혈(原穴)〔 源〕ㆍ경혈(經穴)ㆍ합혈(合穴)을 각각 따른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그 출몰하고〔起沒〕 흘러다니는 과정을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몸 안에서 기인한 질병〔內病〕은 오장(五臟)이 울적(鬱積)하여 발생하는데, 그 증후(證候)는 각각 해당하는 부위〔部分〕에서 분출하며, 맥박들은 자신만의 귀소처〔去處〕가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이른바 “어제(魚際 엄지손가락과 연결된 손바닥의 도톰한 부분) 부위는 머리〔頭〕ㆍ목덜미〔項〕ㆍ가슴〔胸〕ㆍ목구멍〔喉〕의 질병〔事〕을 살피는 곳이다. 척택(尺澤 팔꿈치 횡문(橫紋)의 가운데 지점) 부위는 배〔腹〕ㆍ위〔肚〕ㆍ허리〔腰〕ㆍ발〔足〕의 질병〔事〕을 살피는 곳이다.”라는 것이다.
무릇 약을 사용하려면, 본초서(本草書)를 숙독(熟讀)해야 하고 많은 방서(方書)와 《뇌공포자론(雷公炮炙論)》〔雷公炮灸〕을 읽어야 한다. 처방에 따라 포제를 다루면서 한법(汗法)ㆍ하법(下法)ㆍ보법(補法)ㆍ토법(吐法)으로 껄끄럽고 매끄럽고 건조하고 습윤한 특성들을 조절하고, 질병의 심각성을 가늠하여 음식과 복약의 분량을 조절한다. 오덕(五德 약물의 5가지의 특성)과 오미(五味), 칠정(七情)과 팔반(八反), 되(升)와 홉(合)의 분량은 왕조별로 달랐으므로 일일이 공부해야 하며, 질병에 맞서고 싶거든 모든 순서〔前後〕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의경(醫經)〔經〕에서는 “새로 걸린 질병을 먼저 치료하고, 원래의 질병은 뒤로 미루어 두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무릇 질병을 다스리려면 먼저 질병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 원인을 모르면 질병의 뿌리〔病源〕를 지목하지 못한다. 질병 원인은 세 가지가 있으니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이라고 부른다. 내인(內因)〔 外〕은 칠정(七情)이고, 외인(外因)〔 內〕은 육음(六淫)이며, 불내외인〔不內不外〕은 이러한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것이다. 《금궤요략(金匱要略)》〔金匱〕의 설명이 실로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巢氏病源〕에서는 1,800여건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였으니, 대체로 모든 병명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 세 가지 항목(내인(內因)ㆍ외인(外因)ㆍ불내외인(不內外因))이면 질병의 뿌리가 모두 드러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의술의 요약이 아니겠는가.
무릇 의학을 배우려면 오과(五科)에 대해 밝아야 하고, 오과의 각 과(科)마다 그 개요를 알아야 한다. 맥(脈)에는 부맥(浮脈)ㆍ침맥(沈脈)ㆍ지맥(遲脈)ㆍ삭맥(數脈)이 있고, 질병에는 풍병(風病)ㆍ노병(勞病)ㆍ기병(氣病)ㆍ냉병(冷病)이 있으며, 증상〔證〕에는 허증(虛證)ㆍ실증(實證)ㆍ한증(寒證)ㆍ열증(熱證)이 있고, 치료법〔治〕에는 한법(汗法)ㆍ하법(下法)ㆍ보법(補法)ㆍ토법(吐法)이 있다. 만약 삼인(三因)으로 이것들을 밝혀본다면 외인(外因)은 한사(寒邪)ㆍ열사(熱邪)ㆍ풍사(風邪)ㆍ습사(濕邪) 등의 사기(邪氣)이고, 내인(內因)은 기쁨〔喜〕ㆍ분노〔怒〕ㆍ근심〔憂〕ㆍ심려〔思〕 등의 감정이며, 불내외인(不內外因)은 과로하거나〔勞〕 나태하거나〔逸〕 억지로 힘쓰는 것〔作強〕이다. 각각의 원인별로 증후(證候)들이 있으므로 자세하게 추적해보면, 벼리〔綱〕에 묶인 그물과 같아서 그 내용이 어지럽지 않고 가지런할 것이다.
무릇 고방(古方)의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왕조별 연혁(沿革)이니, 도량형〔升合〕의 분량은 왕조별로 다르다. 약물의 수치로 말하자면, 모두 푼(分)과 냥(兩)을 사용하고 있지만 비교할 수는 없다. 왕조들 간에 사용하고 있는 도량형의 숫자가 대단히 다르기 때문이다. 부피〔升斗〕, 무게〔秤〕, 길이〔尺〕는 본래 일정한 분량의 기장〔積黍〕을 측정한 데서 시작되었으나, 그 기장의 부피, 무게, 길이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도량형(度量衡)은 결국 애매해지고 말았다. 여기에서는 화폐의 계보〔錢譜〕를 토대로 도량형의 개요를 대략 알아보고자 한다.
무릇 길이〔度〕는 푼(分)ㆍ치(寸)ㆍ자(尺)ㆍ장(丈)ㆍ인(引)이다. 본래는 기장 1알의 너비를 1푼으로 삼고,10푼을 1치로 삼고,10치를 1자로 삼고,10자를 1길로 삼고,10길을 1인으로 삼았다. 지금의 자(尺)를 보면 길이가 다르다. 예컨대 주척(周尺) 1자의 길이는 현재의 길이로는 8자(尺), 경척(京尺)의 길이는 1자 6치, 회척(淮尺)의 길이는 1자 2치, 악척(樂尺)의 길이는 1자 2치 5푼이다. 이것들은 모두 소척(小尺)으로 비율을 삼은 것인데, 소척은 아주 미세한 데서〔 三微〕 비롯하였지만 도리어 기준이 될 수 있었다. 당(唐)나라 무덕(武德) 연간(618~626)에 개원통보(開元通寶)〔開元錢〕를 주조하였는데,8푼(分)이 현재 화폐의 12돈(錢) 반에 해당하였으니 바로 1자(尺)였다. 동전으로 비교해보면 동전 11개가 1자에 해당하니, 당나라가 어떤 자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한(漢)나라와 당(唐)나라의 단위분량〔 龠量〕을 살펴보면 자(尺)와 치(寸)도 함께 사용하였다. 자와 치의 사용이 이처럼 같지 않으니 장차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인가. 옛일에 해박한 군자(君子)가 설명해야 할 것이다.
무릇 부피〔量〕는 작(龠)ㆍ홉(合)ㆍ되(升)ㆍ말(斗)ㆍ휘(斛)이다. 본래는 황종(黃鍾)을 사용하는데 1작(龠)은 기장 12수(銖)를 담을 수 있다. 작이 2개가 합해져서 1홉(合)이 되니, 1홉은 24수(銖)에 해당한다. 지금 동전을 기준으로 해보면, 육수전(六銖錢) 4개는 개원통보(開元通寶)〔開元錢〕 3개에 해당한다. 되(升)ㆍ말(斗)ㆍ휘(斛)는 모두 차곡차곡 쌓이면서 올라가는데, 한(漢)나라와 당(唐)나라에서는 동일하게 사용되었다. 송(宋)나라 소흥(紹興) 연간(1131~1162)에 이르러 1되(升)는 기장 1,200수(銖)를 담았으니, 고문(古文)의 육수전(六銖錢)이 기장 200개이고 개원통보〔開元〕가 220개였음을 감안하면 송나라 소흥 연간의 1되는 한나라의 5되이다. 그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쓰는 도량형기(度量衡器)였으니, 따져볼 만한 것이 못 된다.
무릇 무게〔衡〕는 수(銖)ㆍ냥(兩)ㆍ근(斤)ㆍ균(鈞)ㆍ석(石)이다. 이 역시 황종(黃鍾)을 사용하는데 황종 피리〔龠〕 1개가 담는 기장의 무게가 12수(銖)이다. 이것을 두 배로 하면 1냥(兩)이 되니 24수가 1냥이다. 16냥이 1근(斤)이고,30근이 1균(鈞)이며,4균이 1석(石)이다. 1냥이 곧 고문(古文)의 육수전(六銖錢) 4개이자 개원통보(開元通寶)〔開元錢〕 3개이다. 송(宋)나라의 큰 도량형 제도〔廣秤〕에 이르러서는 개원통보 10개가 1냥이었다. 지금의 3냥이 한나라와 당나라의 10냥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千金〕과 본초서(本草書)〔本草〕에서는 모두 “옛날의 3냥이 오늘날의 1냥이며, 옛날의 3되가 오늘날의 1되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러 약물의 실례를 살펴보면 더욱 판단하기가 힘들다. 가령 ‘반하(半夏) 1되를 5냥에 준한다’라고 한 문장은 어떤 되와 어떤 냥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약물 조제법의 핵심이므로 몰라서는 안 된다. 한(漢)나라 동전(銅錢)의 품질은 주(周)나라의 동전과 같았는데, 앞면의 글자는 ‘반냥(半兩)’이라고 되어 있었고, 그 무게 역시 글자 내용과 부합하였다. 효문제(孝文帝) 5년(기원전 175)에는 동전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벼워졌으므로, 다시 4수(銖)짜리 동전을 주조하되 그 글자는 ‘반냥’이라고 하고 납〔鉛〕ㆍ철(鐵)ㆍ주석〔錫〕을 섞었다. 이러한 재료들을 교묘하게 혼합하지 않았다면 국가는 이익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여기에 간혹 간악한 자들은 몰래 동전 뒷면〔錢質〕을 갈아서 그 가루를 녹인 것으로 사익을 취하였다. 담당 관리는 돈의 무게가 가볍다면서, 지방에서 오수전(五銖錢)을 주조하되 동전 주위에 테두리를 만듦으로써, 동전 뒷면을 갈아서 그 가루를 녹인 것으로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거듭 청하였다. 그래서 한나라에서는 2개의 반냥전을 1냥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으니, 그 무게는 10수(銖)였음이 분명하다.
한(漢)나라와 당(唐)나라에서는 으레 24수(銖)를 1냥(兩)으로 삼았으나, 누가 그렇게 기록했는지도 알 수 없고, 당나라 규범을 고쳤는지도 알 수 없다. 화폐의 계보〔錢譜〕를 살펴보면 한나라에는 육수전(六銖錢)이 없다가, 당나라에 와서야 비로소 육수전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오수전 16개가 정확히 개원통보(開元通寶)〔開元錢〕 10개의 무게이다. 또한 육수전 12개가 정확히 개원통보 9개의 무게이다. 그러므로 개원통보 1개는 무게가 8수임을 알 수 있다. 개원통보는 당나라 무덕(武德) 4년(621)에 주조하였다. 그 지름은 8푼이고 무게는 2수(銖) 4루(累)였으며,10돈(錢)이 1냥이었는데 자세히 고찰할 근거가 부족하다. 재정〔食貨〕에 밝은 사람은 여기에 반드시 추가할 설명이 있을 것이다.
약초서(藥草書)〔藥書〕를 살펴보면, 한(漢)나라 처방의 탕제(湯劑)가 많은 것은 30여 냥(兩)이고 적은 것은 10여 냥이다. 그리고 달이는 물은 6되 또는 7되인데 대부분 달여서 2되 또는 3되로 만들고, 이 2되 또는 3되를 한결같이 3회 복용분으로 나눈다. 만약 옛날식의 피리〔古龠〕로 물 7되를 재서 현재의 30냥 약물을 달인다면 약물을 적시지도 못할 것이다. 하물며 가루약〔散末藥〕은 그저 방촌비(方寸匕)나 도규비(刀圭匕) 정도만 복용하고, 반대로 벽오동씨만 한〔梧桐子大〕 환(丸)〔圓子〕은 심하면 30알에 이르니, 탕제 분량이 어찌 이리도 차이가 현격한가.
또한 풍인탕(風引湯) 1제의 분량을 계산하면 55냥인데,1냥마다 3지촬(指撮)을 사용하며 물 3되와 함께 3번 넘치도록 달여서 찌꺼기는 제거하고 1되를 따뜻하게 복용한다. 달이는 것을 고려할 때, 매번 1냥당 3지촬이라면 이처럼 많이 사용할 수가 없으니, 이것 또한 의심스럽다.
지금은 근거도 없이, 한(漢)나라 처방에서는 당연히 반냥전(半兩錢) 2매를 1냥으로 삼고 있다. 출부탕(朮附湯) 처방을 예로 삼아 비교해보면, 한나라의 ‘냥’으로는 도합 180수(銖)이니 개원통보(開元通寶)〔開元錢〕 22개 반쭝에 해당하고, 이것을 3회 복용분으로 나눈다면 요즘의 7돈(錢) 반쭝을 1회 당 복용하는 셈이다. 만약 당(唐)나라 처방의 ‘냥’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도합 336수이니 개원통보 42개쭝에 해당하고, 3회 복용분으로 나눈다면 매번 복용량이 도합 요즘의 14돈쭝임을 대략 알 수 있다. 만약 개원통보를 기준으로 한다면 105개쭝이니,3회 복용분으로 나눈다면 매번 복용량이 도합 35돈쭝이다. 이것은 오히려 약제 분량이 적은 경우〔小齊〕에 해당하니, 하물며 약제 분량이 엄청나서〔大齊〕 약물의 종류와 분량이 많은 경우는 쉽게 예를 들기도 어렵다. 여기에 유의하여 조금이라도 자세히 알기를 바란다.
무릇 고서(古書)의 설명은 맥박〔脉〕ㆍ질병〔病〕ㆍ증상〔證〕ㆍ치료법〔治〕의 사과(四科)를 벗어나지 않는데, 글쓴이들이 이것을 잘 모르기도 한다. 논의가 분명한 것과 애매한 것, 글의 의미가 중복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니, 모름지기 사자(四字)로 구분하여 의학을 밝혀야 한다. 사자란 곧 명칭〔名〕ㆍ실체〔體〕ㆍ속성〔性〕ㆍ쓰임〔用〕이다.
맥박〔脉〕을 예로 들자면 부맥(浮脈)이 그 명칭〔名〕이 되고, 대체로 맥박이 넉넉하지만 눌렀을 때 부족한 것이 부맥의 실체〔體〕가 되며, 풍사(風邪)에 의해 발생했느냐 허증(虛證)에 의해 발생했느냐를 부맥의 속성〔性〕이라고 하고, 보법(補法)으로 치료하느냐 한법(汗法)으로 치료하느냐를 부맥의 쓰임〔用〕이라고 한다.
질병〔病〕을 예로 들자면 태양상풍병(太陽傷風病)이 그 명칭이 되고, 질병에 걸려서 몸이 벌써 위축되는 것〔嗇嗇〕이 그 실체가 되며, 바람 쐬는 것을 싫어하고 땀이 끊임없이 나는 것이 그 속성이 되고, 경락(經絡)을 따라 옮겨다니면서 증상이 변화하는 것이 그 쓰임이 된다.
증상〔證〕을 예로 들자면 태양풍증(太陽風證)이 그 명칭이 되고, 머리ㆍ목덜미의 동통(疼痛)과 허리ㆍ다리의 통증이 그 실체가 되며, 여러 경락을 따라 흘러다니지는 않는 것이 그 속성이 되고, 태양풍증 진행 경과의 예후가 그 쓰임이 된다.
치료법〔治〕을 예로 들자면 육계(肉桂) 치료〔藥桂〕가 그 명칭이 되고, 약재의 산지와 형색의 상태가 그 실체가 되며, 내포하고 있는 약효〔德味〕의 유무(有無)가 그 속성이 되고, 한법(汗法)ㆍ하법(下法)ㆍ보법(補法)ㆍ토법(吐法)이 그 쓰임이 된다. 이것으로 미루어서 《맥경(脈經)》을 읽고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病源〕을 살피며, 처방서〔方證〕를 검토하고 본초서〔本草〕와 맞춰보는 데에 모두 이 방법을 적용한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餘蘊〕는 없을 것이다.
[주-C001]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 : 중국 송(宋)나라 진언(陳言)이 1174년에 지은 18권짜리 의서로서 원래 이름은 《삼인극일병원론수(三因極一病源論粹)》이다. 흔히 이 책은 《삼인극일병증방론(三因極一病證方論)》이라고 부르며, 《삼인방(三因方)》이라고 약칭한다. 총론을 비롯하여 내과, 외과, 부인과, 소아과 등의 임상 각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특징은 임상 분야를 삼인(三因)이라는 질병 원인과 연관시킨 데 있다. 즉 진언은 질병 원인[病因]을 외인(外因), 내인(內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었다. 외인은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음(六淫)이 정상적인 기운을 범하면서 경락을 통해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고, 내인은 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의 7가지 감정[七情]이 지나쳐서 장부에 질병을 야기하는 것이다. 불내외인은 내인이나 외인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써 굶주리거나 배부른 것, 고함을 질러 기를 상하는 것, 정신의 도량을 소진하는 것, 근력을 극히 피로하게 하는 것, 음양을 거스르는 것, 범ㆍ이리 같은 짐승 및 독충에 물린 것, 금창(金瘡)과 삔 것, 주오(疰忤)가 붙은 것, 죄를 지어 옥사하거나, 무거운 것에 눌리거나 물에 빠진 것 등등이다. 《삼인방》의 병인론은 후대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주-D001] 칠사란 …… 것이다 : 본문에서는 질병의 원인[所因]을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고 있다. 본문의 오과(五科)에 들어 있는 맥박[脉]ㆍ질병[病]ㆍ증상[證]ㆍ치료법[治]에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을 합하면 칠사가 된다.
[주-D002] 칠표(七表) : 맥상(脈狀)을 분류한 칠표맥(七表脈)을 가리킨다. 24맥은 칠표맥(七表脈), 팔리맥(八裏脈), 구도맥(九道脈)의 3종류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칠표맥은 부맥(浮脈)ㆍ규맥(芤脈)ㆍ활맥(滑脈)ㆍ삭맥(數脈)ㆍ현맥(弦脈)ㆍ긴맥(緊脈)ㆍ홍맥(洪脈) 등 7가지 맥박으로 모두 양맥(陽脈)에 해당한다.
[주-D003] 팔리(八裏) : 맥상(脈狀)을 분류한 팔리맥(八裏脈)을 가리킨다. 24맥 가운데 팔리맥은 미맥(微脈)ㆍ침맥(沈脈)ㆍ완맥(緩脈)ㆍ삽맥(澀脈)ㆍ지맥(遲脈)ㆍ복맥(伏脈)ㆍ유맥(濡脈)ㆍ약맥(弱脈) 등 8가지 맥박으로 모두 음맥(陰脈)에 해당한다.
[주-D004] 구도(九道) : 맥상(脈狀)을 분류한 구도맥(九道脈)을 가리킨다. 24맥 가운데 구도맥은 장맥(長脈)ㆍ단맥(短脈)ㆍ허맥(虛脈)ㆍ촉맥(促脈)ㆍ결맥(結脈)ㆍ세맥(細脈)ㆍ대맥(代脈)ㆍ뇌맥(牢脈)ㆍ동맥(動脈) 등 9가지 맥박이다.
[주-D005] 실(失) : 원문은 ‘실(失)’이지만 문맥상 ‘외(外)’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06] 오로(五勞) : 과로로 인해 몸의 생리기능이 저하되는 5가지 병증이다. 오장(五臟)과 결부시켜 심로(心勞), 폐로(肺勞), 비로(脾勞), 신로(腎勞), 간로(肝勞)로 구분하므로 오로(五勞)라고 부른다.
[주-D007] 육극(六極) : 극도로 쇠약해진 6가지 병증이다. 소원방(巢元方)의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에서는 오장(五臟) 기운이 부족하고 사기(邪氣)가 많은 기극(氣極), 안색이 나쁘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혈극(血極),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열 손가락과 손톱이 모두 아픈 근극(筋極), 수족이 번동(煩疼)하여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움직이고 싶지 않은 골극(骨極), 야위고 윤기가 없으며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기극(肌極), 숨을 헐떡이며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빠지는 정극(精極)이라고 설명하였다. 반면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에서는 기극(氣極), 맥극(脈極), 근극(筋極), 육극(肉極), 골극(骨極), 정극(精極)을 거론하였다. 《기효양방(奇效良方)》에서는 기극(氣極), 폐극(肺極), 장극(臟極), 근극(筋極), 골극(骨極), 육극(肉極)을 거론하였다.
[주-D008] 명칭이 …… 않는다 : 자로(子路)가 정치의 우선순위를 묻자 공자(孔子)가 명칭을 바로잡겠다[正名]면서 설명한 말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에서 “명칭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리에 맞지 않고,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흥성하지 않고, 예악이 흥성하지 않으면 형벌이 정확하지 않으며, 형벌이 정확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놓을 데가 없게 된다.[名不正, 則言不順, 言不順, 則事不成, 事不成, 則禮樂不興, 禮樂不興, 則刑罰不中, 刑罰不中, 則民無所錯手足.]”라고 하였다.
[주-D009] 병(幷) : 원문은 ‘병(幷)’이지만 문맥상 ‘정(井)’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본문은 육수혈(六腧穴)과 관련된 내용이다. 육부(六腑)에 소속된 양경(陽經)의 6개 혈자리를 뜻하는 육수혈은 정혈(井穴), 형혈(滎穴), 수혈(兪穴), 원혈(原穴), 경혈(經穴), 합혈(合穴)을 가리킨다.
[주-D010] 영(營) : 원문은 ‘영(營)’이지만 문맥상 ‘형(滎)’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11] 수(輸) : 원문은 ‘수(輸)’이지만 문맥상 ‘수(兪)’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12] 원(源) : 원문은 ‘원(源)’이지만 문맥상 ‘원(原)’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13] 어제(魚際) …… 곳이다 : 이 문장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맥요정미론(脈要精微論)〉에서는 “어제(魚際) 부위는 가슴[胸]ㆍ목구멍[喉]의 질병[事]을 살피는 곳이다. 척택(尺澤) 부위는 아랫배[少腹]ㆍ허리[腰]ㆍ넓적다리[股]ㆍ무릎[膝]ㆍ정강이[脛]ㆍ발[足]의 질병을 살피는 곳이다.[上竟上者, 胸喉中事也. 下竟下者, 少腹腰股膝脛足中事也.]”라고 하였다. 원문의 ‘경(竟)’은 ‘끝’이라는 뜻으로서, 상경상(上竟上)은 팔의 상단부가 끝나는 곳의 위쪽이라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하경하(下竟下)는 팔의 반대편 지점을 가리킨다.
[주-D014] 뇌공포자론(雷公炮炙論) : 중국 남북조 시대(南北朝時代) 송(宋)나라의 뇌효(雷斅)가 편찬하고 호흡(胡洽)이 중정(重訂)한 3권짜리 제약학(製藥學) 서적이다. 약물 포제학(炮製學)의 기본 지식을 다루고 있다.[주-D015] 오미(五味) : 약물에 함유된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醎] 등 5가지의 맛이다.
[주-D016] 칠정(七情) : 흔히 의서에서 칠정은 인간의 7가지 감정을 가리키지만, 본문에서는 약물 사용시 유의해야 하는 7가지 관계를 의미한다. 단방(單方)으로 사용하는 독행(獨行), 비슷한 것들끼리 사용하는 상수(相須), 약효를 보완해주는 상사(相使), 약효를 빼앗아가는 상오(相惡), 다른 약물의 통제를 받는 상외(相畏), 서로 배합할 수 없는 상반(相反), 다른 약물의 독성을 제어하는 상쇄(相殺)이다.
[주-D017] 팔반(八反) : 약물 사용과 관련된 유의사항인데, 그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 본초학에서 흔히 말하는 십팔반(十八反) 즉 약성(藥性)의 18가지 상반(相反)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십팔반이란 여로(藜蘆)는 인삼(人蔘)ㆍ단삼(丹蔘)ㆍ사삼(沙蔘)ㆍ현삼(玄蔘)ㆍ고삼(苦蔘)과 상반되고, 세신(細辛)은 작약(芍藥)과 상반되며, 감초(甘草)는 감수(甘遂)ㆍ대극(大戟)ㆍ해조(海藻)ㆍ원화(芫花)와 상반되고, 오두(烏頭)는 반하(半夏)ㆍ과루(瓜蔞)ㆍ패모(貝母)ㆍ백렴(白斂)과 상반되는 것이다.
[주-D018] 새로 …… 한다 : 이 문장과 관련하여 《금궤요략논주(金匱要略論註)》(사고전서본) 권14, 〈수기(水氣)〉에서는 “새로 걸린 질병을 먼저 치료하고 원래의 질병은 뒤로 미루어 두어야 한다.[先治新病, 病當在後.]”라고 하였다.
[주-D019] 외(外) : 원문은 ‘외(外)’이지만 문맥상 ‘내(內)’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20] 내(內) : 원문은 ‘내(內)’이지만 문맥상 ‘외(外)’의 오각(誤刻)으로 판단된다.
[주-D021] 육음(六淫) : 질병을 일으키는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의 6가지 사기(邪氣)이다.
[주-D022] 금궤요략(金匱要略) : 중국 동한(東漢)의 의학자인 장기(張機)가 저술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의 잡병 부분을 가리킨다. 나중에 서진(西晉)의 왕숙화(王叔和)가 정리하여 《금궤옥함요략방(金匱玉函要略方)》이라고 이름지었고 북송대(北宋代)인 1065년에 교정의서국이 다시 편집하여 3권짜리 《금궤요략방론(金匱要略方論)》을 만들었다. 이 책을 흔히 《금궤요략(金匱要略)》으로 약칭한다.
[주-D023] 주척(周尺) : 중국 고대 주(周)나라에서 사용하던 길이 단위이다. 《예기(禮記)》 〈왕제(王制)〉에서 “옛날에는 주척으로 8자가 1보이다.[古者, 以周尺八尺爲步.]”라고 한 것으로 보아 1자는 1걸음[步]의 1/8에 해당하는 길이임을 알 수 있다.
[주-D024] 경척(京尺) : 중국 송(宋)나라에서 사용하던 자이다.
[주-D025] 회척(淮尺) : 중국 내의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하던 자이다.
[주-D026] 악척(樂尺) : 악기(樂器)의 길이를 재는 자이다.
[주-D027] 삼미(三微) : 만물의 미약한 상태를 의미하며 삼정(三正)이라고도 부른다. 중국 고대의 역법에서 하(夏)나라, 은(殷)나라, 주(周)나라는 각각 음력 11월,12월,1월을 한 해의 첫 달[正]로 삼았는데, 양기(陽氣)나 음기(陰氣)가 막 성장하기 시작해서였다.
[주-D028] 약량(龠量) : 도량형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피리[龠]에 넣는 기장의 분량이다.
[주-D029] 동전 뒷면〔錢質〕 : 옛날 동전에서는 앞면에는 글자를 적고, 뒷면은 아무 표시 없이 두었다. 이 뒷면이 질(質)이며, 전막(錢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에 나오듯이 민간에서는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동전의 뒷면을 깎아서 별도의 동전을 주조하기도 하였다.
[주-D030] 한나라에서는 …… 분명하다 : 한(漢)나라의 화폐제도에 대해서는 《사기(史記)》 〈평준서(平準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주-D031] 방촌비(方寸匕) : 의서에서는 흔히 방촌시(方寸匙)라고도 한다. 원래 사방 1치[寸]인 약숟가락을 의미했으며, 가루가 흘러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분량을 가리켰다. 대체로 무게는 광물성 약재 가루는 2g 정도이고, 식물성 약재 가루는 1g 정도이다.
[주-D032] 도규비(刀圭匕) : 도규(刀圭)는 산제(散劑)의 용량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숟가락이다. 1도규비의 용량은 방촌비(方寸匕)의 1/10에 해당한다.
[주-D033] 풍인탕(風引湯) : 열기(熱氣)를 떨어뜨리고 반신마비[癱瘓]와 경간(驚癎)을 치료한다. 대황(大黃) 4냥, 건강(乾薑) 4냥, 용골(龍骨) 4냥, 계지(桂枝) 3냥, 감초(甘草) 2냥, 모려(牡蠣) 2냥, 한수석(寒水石) 6냥, 활석(滑石) 6냥, 적석지(赤石脂) 6냥, 백석지(白石脂) 6냥, 자석영(紫石英) 6냥, 석고(石膏) 6냥 등 55냥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