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련된 남성’을 목격하게 되는 횟수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단순히 준수하게 생긴 남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에게 어울리게 꾸미는 것을 아는 남자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단어까지 유행하며 패션, 미용분야까지 남녀 구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일례로 화장하는 남성이 점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월 평균 13.3개의 화장품을 사용한다. 또한 응답자 절반 이상이 선크림을 발랐으며, 5명 중 1명이 비비크림을 사용중이었다. 이웃인 중국 남성들도 화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디어 조사기관 닐슨과 뷰티 스토어 왓슨스가 중국 21개 도시 65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가 '화장을 할 줄 알고 평소 화장을 한다'고 답했고, 43%는 "아직은 화장을 할 줄 모르지만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화장에 긍정적인 자세를 표했다.
남성도 40세 이후부터는 남성호르몬이 줄고 피부가 노화해 건조증, 검버섯 등이 잘 생긴다. 스킨, 로션, 자외선차단제를 꾸준히 바르 면 깨끗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조선일보DB
하긴 피부과 전문의인 필자도 전보다 미용치료 병원을 찾는 남성 환자들이 부쩍 많아진 것을 몸소 느낀다. 피부과는 여자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정말 요즘에는 남녀 환자의 비율도 비슷해졌다. 즉, 아름다운 피부에 대한 갈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남녀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그럼 피부과에 오는 남성들의 구체적인 사연이 궁금하실 터. 젊은 남성의 경우는 역시 깔끔한 인상을 중시해 이에 맞는 치료를 받는다. 요즘 20~30대 남성들은 여성 못지 않게 희고 깨끗한 얼굴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입 주변과 턱, 뺨 등 얼굴 제모에 관심이 많다. 또한 몇 해 전부터 '쿨비즈'가 유행하면서 따뜻해지면 겨드랑이나 다리 제모를 문의하는 남성들도 많고, 여름철은 가슴이나 복부 제모를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도 많다. 남성제모는 이처럼 여성과 구분 없이 모든 신체 부위로 확대되고 있다.
제모와 함께 남성환자 층에게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것이 바로 여드름과 여드름흉터다. 마찬가지로 깔끔한 인상 때문이다. 여성에 비해 피지선이 발달한 남성은 여드름이 잘 발생한다. 그러므로, 여드름의 주요 원인인 피지선을 줄이고 여드름균과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진피재생술로 여드름 함몰 흉터를 치료한 모습. /조선일보DB
특히 남성환자들은 여드름 관리에 소홀한 편. 무턱대고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여드름을 짜 흉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생긴 작은 흉터는 간단한 레이저 시술로, 깊고 넓게 패인 오래된 여드름흉터는 레이저 박피 및 비봉합펀치술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얼굴 곳곳에 남은 여드름흉터만 치료해도 말끔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젊은 남성들의 치료 욕구가 높다. 흉터치료의 경우 남성환자들의 수요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 깨끗한 피부를 선호하는 추세가 생기면서 자연히 늘어났다.
중장년층 남성들의 경우, 검버섯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통 검버섯은 30세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 50~60대에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검버섯은 색소질환보다는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져 빠른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된다. 즉, 발생과 동시에 병원에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 과거엔 주로 탄산가스 레이저를 사용해 치료, 회복 과정에서 붉은 기가 오래 남는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최근엔 그러한 단점을 개선한 젠틀맥스 레이저(Gentle Max Laser)를 활용해 색소침착이나 붉은기 등의 부작용 없이 간편하게 검버섯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한결 맑고 깨끗해진 인상은 일상도 함께 환하게 만든다. 필자는 이렇게 전 연령층의 남성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고, 보다 좋은 피부를 목표로 나선 것을 환영한다. 남성들도 이젠 스스로를 가꾸는 일의 즐거움을 즐겨야 되는 것이다.
─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부속 세브란스병원에서 피부과 전공의 과정을 거쳤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분당 차병원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의학레이저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피부미용외과학회의 정회원이자 연세스타피부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새로운 레이저가 나오거나 치료법이 발표되면 자신의 팔에 직접 시험까지 해보며 그 효과를 점검하며 연구에 매진한다. 2002년에는 화상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하여 화상환자 치료의 새장을 열었다. 중증 여드름흉터 등 각종 흉터 치료에 대한 노하우도 높다. 저서로는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