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가위에 눌리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잠에서 깼다.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것만 같아 화장실로 달려 갔다.
옆구리가 꾹꾹 쑤시고 너무 아프다. 몇발작을 떼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비틀거렸다. 안방에서 화장실 거리는 불과 4미터 채 되지 않은 거리인데도 걷는게 힘들다.통증 때문에 배를 움켜 쥐고 주져 앉았다.
통증 때문에 겨우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았지만, 위장에서는 끊임 없이 토사물이 올라오고 머리도 아팠다.
온몸을 비틀어 대며 입에서 터져 나오는 통증을 애써 참으며, 변기에 쭈그리고 앉았다. 배는 계속 해서 아픈데도 졸음 때문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낮에 지방을 다녀온후 피곤이 쌓여, 지친 나머지 거실 바닥에 잠시엎드려 있다 잠깐 졸았다.
졸음 때문에 눈을 뜰수조차 없는데,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구토를 참을수가 없어 계속 헛구역질을 하다 그만 기진맥진
화장실 바닥에 고개를 떨구고 숨을 쉬었다. 통증은 숨을 쉴때 마다 더 심해지는데, 억지로 참아 보려 하지만, 참기 힘든 고통이 밀려온다. 평상시에는 죽도록 아프지 않을 경우가 아니면 먹지 않는 비상약인 진통제 2알 꺼내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평상시에도 크게 아프지 않으면 약을 덜 먹는 체질인데 결국은 두손 들고 약병을 찾고 말았다.
보통 약 효과는 10분이면 나타나는데 약 효과를 기다리기에는 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졸음이 쏟아져 온다. 다시 잠을 청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통증은 맹렬하게 찾아오고
이번에는 옆구리가 날카로운 송곳으로 콕콕 찌르듯이 아파왔다.
너무 아파 비명이 터졌다. 아무리 이를 악 물고 참으려 해도 배가 찢어질듯이 아프다.
그런데 식구들은 깊이 잠이 든 것인지 아무도 나의 비명을 듣지 못하고 잠에 빠진 것인지
집안은 고요속에 빠져 있다. 저절로 아악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혼자 숨죽이며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다
벽시계를 바라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그시간에 곤히 잠든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신음소리를 참으며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번에는 옆구리를 손으로 압박 하면서 통증을 참아 보려 안간힘을 썼다.
안간힘을 쓸수록 복부 양쪽이 찢어질듯이 아프다. 복통과 함께 메스꺼움이 계속 올라온다.
진정 하려 냉장고에서 찬물을 마셨지만 구토는 점점 심해지고 텅빈 위에서는
이제 더이상 토사물은 나오지 않고 쓴 물이 넘어온다.
무섭다. 이대로 죽는것인가.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거야
평상시라면 걱정거리가 아닌 것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는다.
침대에 잠시 앉았지만 이번에도 통증이 배를 가르듯이
쑤셔온다. 그리고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변기를 껴안고 토하고 나니 잠시 통증이 멎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옆구리 양쪽이 조금 전 보다 찢어질듯이.아프다.
무섭다.혹시 맹장일까 휴대폰을 검색 하다 그만 휴대폰을 떨어 트리고
말았다. 통증은 진통제를 먹어도 진정이 되지 않고 계속 나를 덮쳐 왔다.
순간 큰애를 낳을때의 하늘이 노랗던 생각이 머릿속을 휙 스치고 지나면서
이대로 집에 앉아 있다가는 죽을 것만 같다. 약 1시간 동안
방과 화장실을 오고 가면서 비명을 질렀다.
엉금 엉금 기어서 잠에 빠진 남편을 불렀다. 여보 일어나 봐
나.. 죽을것 같아 목소리는 고통에 일그러저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새벽 깊은 잠에 빠진 남편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잠결에 가위 눌린 것으로 착각 했는지 코를 골며 눈을 뜨지 못한다.
나 너무 아파 아마 맹장 같아
응급실 응급실 가보자 이번에는 눈을 뜨더니
오히려 남편이 놀라서 묻는다.
무슨 일이야? 새벽에 잠 안자고 뭐해
나 아프다고 죽을것 같아 정말이야 어서
병원좀 데려다줘 이러다 나 죽을것 같아
잠옷을 벗고 평상복에 대충 슬리퍼를
신고 남편이 운전 하는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고통은 한시도 쉬지 않고 몰려 오고
나는 배를 쥐고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다. 남편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많이 아파
조금만 참아 병원 가까우니까
집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도 안되는
종합병원이 그날은 자동차로30분 거리에 있는 병원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차를 주차하고 응급실 접수를 하는 남편 옆에서
서 있지도 못하고 배를 쥐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내 순서를 기다리는데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바닥에 엎드리듯 앉았다.
피를 흘리며 들것에 실려온 환자를 보는 순간 두 팔에 소름이 돋고
마치 못 볼것은 본 사람처럼 몸서리를 첬다.
순간 새빨간 피는 나를 어느 곳에 내려 놓고 만다.
무섭다. 응급실은 아프다고 우는 어린 환자와 나처럼 어른들이
어디서 다쳤는지 옷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흥건한 환자들이 보호자의 팔을 붙잡고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혹시 병윈에서 기다리다 죽는 것은 아닌지... 남편은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앉아 고통을 참는 나를 바라보다
간호사에게 사정 했다. 의사 선생님은
언제 뵐수 있어요. 하지만 간호사의 대답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판에 박힌 말을 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간호사가 내 이름 을 호명하기 까지는
지옥에 다녀온 것처럼 너무나 무서웠다. 순간 순간 통증은 산모가 아기를 낳는 통증 그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응급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죽음은 피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의사는 한참 검사를 하더니
요로결석인데 크기가 크면 개복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수술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끔찍했던 날카로운 매스의 느낌이 온몸을 핦고 간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는 여전히 나를 두렵게 한다 선생님
수술 하면 죽지는 않나요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온 말에 의사는
요로결석은 흔한 질병입니다.
걱정 마세요.
죽지 않아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 간호사가 준비한 커다란 링거를 꽂고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이번에도
아랫배 통증에 인상을 쓰며 침대에서 일어 났다.
내가 눈을 뜨자 누군가 엄마 하고
나를 불렀다. 아들이었다.
아들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들에게 못난 엄마 얼굴을 보이기 싫어 얼른
화장실로 달려 갔다. 화장실 거울에 비춰 본 나의 얼굴은 마치 귀신에 씌인듯 머리는 온통 헝크러져서
수세미처럼 엉켜 있고 두눈을 퀭한 것이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보인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의 건강한 얼굴을 보니
어제의 일들이 새벽의 일들이 마치 긴 꿈을 꾼듯이 스친다.
올해 대학 졸업반인 아들이 아빠 대신 나를 간호 하기 위해
아침에 병원을 찾은게 대견하고 고마웠다.
마침 회진을 한 간호사가 이제 퇴원 해도 된다는 말에, 침대에서 일어 서려는데 다리가 휘청거린다.
밤새 토하고 설사를 했더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수납 하고 병윈문을 나서는데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이 맑은 하늘에 구름 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집에 돌아와 커피 한잔에 빵을 먹고 나니 스르르 졸음이 쏟아진다.
한숨 자고 일어나 거실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뚫고
들어와 묵은 먼지를 떨어내듯이 털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냉장고를 열어서 냉수를
들이키면서 오늘 지금 이순간 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