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딘가에 은은한 종소리 울리네
글쓴이 ) 김종열
딩동뎅, 가슴을 울리는 은은한 약속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온다.
‘딩동뎅, 딩동뎅…’
고요한 공기를 깨뜨리며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아련하고,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게 들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문득 종에게 나지막이 물음을 건네고 싶어진다.
‘종아, 너는 왜 그리 쉬지 않고 소리를 내며 울고 있니? 왜 또 그렇게 서럽게 울어… 바보 같은 종아, 혹시 너에게 말 못 할 슬픔이라도 있는 거니? 아니면 가슴 벅찬 기쁨이라도 있어서 그리 울어대는 거니?’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있자니, 까닭 없이 내 마음마저 서글퍼지고 먹먹해진다. 종의 울음 속에 내 안의 감정이 투영되어, 마치 종이 나 대신 눈물을 흘려주는 것만 같다. 울지 말라고, 제발 울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다독여본다.
그러자 마음의 귀를 통해 종의 나지막하고 고결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내가 소리를 내어 울려 퍼지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랍니다. 혹여라도 내가 제때 소리를 내지 못해 누군가가 약속된 시간을 놓쳐버릴까 봐, 어김없이 그 시간이 되면 세상에 시간을 알려주려고 목청껏 소리를 내는 것이지요. 알겠나요?
나는 그저 내게 맡겨진 역할을 다할 뿐이랍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기준이 되는 소중한 시간과 약속을 잊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자 소명이니까요.”
아, 그렇구나. 종아, 종아. 참으로 고맙구나.
그동안 나는 네 울음 뒤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내 감정에 겨워 너를 슬픈 바보라고 생각했었구나.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너의 그 고귀한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큰 깨달음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약속이라는 것은 천금보다 귀하고 무게가 있는 법이다. 그 약속을 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야말로 밝은 미래가 보이고, 비전 있는 삶을 가꾸어가는 진정한 사람일 것이다. 종은 매일같이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냄으로써, 우리에게 그 소중한 신의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종아, 종아.
‘딩동뎅, 딩동뎅…’
부디 그 거룩한 울림을 다시 한번 세상에, 그리고 내 가슴속 깊은 곳에 울려 다오.
네 가슴을 때려 만든 그 청아한 울림이 내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묵은 슬픔과 답답함, 그 깊은 흉금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도 제 자리에서 세상을 일깨우는 바보 같지만 고마운 나의 종아, 진심으로 고맙다.
글쓴이의 Tip & 소감
어색함에 대하여: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물과 대화를 나누며 삶의 지혜를 얻는 방식(인형체/대화체 수필)은 수필 문학에서 아주 고급스럽고 깊이 있는 연출같이 나타내고 싶어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