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1분은 세상의 돈을
다 주어도 사지 못한다.
한 소년이 고향에 살면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는 일로
하루 해를 보내곤 했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호수에 돌을 던지면서
고향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는 날 돌멩이를 던지는데
햇살에 돌멩이가 반짝 빛났습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살펴보자
그것은 금덩어리였습니다.
소년은 그동안 돌멩이가 아니라
금덩어리를 호수에 던진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라는 금덩어리였습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이 우화가 잊히지 않습니다.
제가 바로 그 소년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소년처럼 시간이라는 금덩어리를
돌덩어리인 줄 알고 아무 데나 내던지고 살아왔습니다.
도대체 시간 귀중한 줄 몰랐습니다.
20대 때는 시간이 가지 않아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지 않던 시간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자
급속도로 속력을 내기 시작해
10년이 1년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한번 흘러간 강물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듯이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그뿐입니다.
지나간 1분은 세상의
돈을 다 주어도 사지 못합니다.
누가 시간을 팔 수 있다면
제가 지닌 모든 것을
다 주고서라도 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누가 시간을 사고 팔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상거래가 가능하다 해도
오직 시간만은 상거래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그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질 뿐입니다.
시간이 바로 인간이며,
시간이 바로 인생입니다.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 빨리 없어집니다.
우리는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화장지를 다 써버린 줄 미처 모르고
당황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그 순간이 바로 우리의 목숨이 다한 순간입니다.
볼펜을 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써야 할 때
잉크가 떨어져 쓸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볼펜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립니다.
우리의 인생도 볼펜에 든 잉크처럼
정작 중요한 때에 시간이 다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고,
부싯돌의 불꽃처럼 짧은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마가 문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으며,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것입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이야말로
바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시간입니다.
우리의 일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하나 손꼽으라면 그것 또한 시간입니다.
시간은 어디에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시간에 이자를 붙여 대출해 주는
‘시간은행’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생은 시간입니다.
그것도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시간은 아닙니다.
그 물리적 시간을
절대적 시간으로 바꾸면
그 시간의 의미와 가치는 달라집니다.
자기만의 고유한 생명을 지닌 시간이 됩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결코 나를 위해 기다려주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렸다가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참으로 소중한 것은
그런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며,
기다려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에게
시간은 자신을 헌신합니다.
저는 지금부터라도
시간의 헌신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더 이상 무가치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금덩어리 같은 인생이라는 시간을
돌덩어리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단 1초의 시간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인생은 나에게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 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을 바로 나의 생명이며,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은
바로 나의 생명이
소멸해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탈무드에서는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시간은 멈추어 있을 뿐,
흘러가는 것은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은 이미 영원히 현재에 존재하고 있을 뿐,
다만 사라지는 것은 나의 인생일 뿐입니다.
- 정호승의 산문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