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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이다.
狐 : 여우 호(犭/5)
假 : 거짓 가(亻/9)
虎 : 범 호(虍/2)
威 : 위엄 위(女/6)
(유의어)
가호위(假虎威)
가호위호(假虎威狐)
차호위호(借虎威狐)
출전 :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
정작 권위가 있는 사람은 절대 분수에 넘치는 행동은 않는데 곁불을 쬐고 거들먹거리는 소인배들을 많이 본다. 여우는 이솝 이야기에서나 동양 고전에서나 교활의 대명사다. 호랑이를 꾀어 함께 숲을 어슬렁거리자 다른 동물들이 무서워 모두 피한다. 호랑이의 위세(虎威)를 빌린 여우(狐假)의 간교다. 假는 '거짓 가'이지만 '빌린다'는 뜻도 있다.
여우라는 동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꾀 많고 교활해서 시세를 잘 타는 사람들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솝우화 속의 여우나 동양의 고전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성격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나무 위에 고기 덩이를 물고 있던 까마귀를 칭찬해서 노래를 부르게 해 떨어진 고기 덩이를 물고 간 여우의 교활함에 웃음을 자아냈던 이야기는 어릴 적에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 이야기가 서양의 우화가 아닌 동양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들이 동양 고래의 고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여우와 관련된 고사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호가호위(狐假虎威)입니다. 호가호위는 여우가(狐) 호랑이의(虎) 위세를(危) 빌린다(假)는 뜻으로 실력도 없는 사람이 윗사람의 권세를 이용해서 허세와 세도를 부린다는 의미로 활용되는데, 우리 나라 근대 신소설인 안국선(安國善)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에서도 호가호위의 일화가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전한시대 학자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戰國策)은 왕 중심 이야기가 아닌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03년~221년, 수많은 제후국 전략가들의 정치, 군사, 외교 등 책략을 모아 놓은 흥미진진한 책이다. 여기 초책(楚策)에 간사한 여우가 덩치만 큰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위엄을 부리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남방의 대국 초(楚)나라 선왕(宣王)에게는 소해휼(昭奚恤)이라는 덕망 높은 장수가 있었다. 주변국들은 이 장군을 두려워하여 출정했다 하면 도주하기 바빴다. 왕이 볼 땐 크게 전략이 훌륭한 것 같지 않은데도 연전연승(連戰連勝)하는 것이 이상했다.
하루는 선왕이 신하들에게 "듣자하니, 위나라를 비롯하여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하고 물었다.
이때, 위나라 출신인 강을(江乙)이란 변사가 초나라 선왕 밑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왕족이자 명재상으로 명망 높은 소해휼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강을은 이야말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얼른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교활한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하기를 '나는 천제(天帝)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使者)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니 천벌을 받게 될 거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테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랬더니 과연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일개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초나라의 병력, 곧 임금님의 강한 군사력입니다."
강을은 이것이 바로 호랑이 위세를 빌린 여우의 간교라며 소해휼이 무서워서가 아닌 왕이 거느린 대군을 두려워하는 것이라 일깨워줬다. 조그만 권력에 취해서 그 이상으로 행세하여 주변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는지 항상 반성하고 또 주위도 큰 눈뜨고 지켜봐야 하겠다.
결국 초선왕은 소해휼이 자신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는 교활한 여우같은 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호랑이 같은 임금이 되고 만 것입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호가호위식(狐假虎威式)의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권력의 핵심에 있는 자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일도 문제지만, 특히 그러한 행각이 일어나는 것을 눈감고 있다거나 알지도 못하는 권력자라면 더욱 큰 문제일 것입니다.
아울러 힘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배경만을 믿고 거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주위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람들에게 겸손한 언동과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갖출 수 있도록 일깨워줄 수 있는 사회적 지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부자와 권력가의 출현은 불가피하고 또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또, 그들 곁에 둘러서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강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것 역시 인간사회의 어쩔 수 없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살이가 한 꺼풀 벗겨지고 나면 어김없이 드러나는 것은, 부자와 권력자 역시 돈과 권력이라는 호랑이를 뒷세우고 철없는 아이처럼 우쭐거리는 여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그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남의 힘을 빌려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더구나 조직과 개인을 수렁으로 이끄는 것은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식물의 칡 나무와 등나무의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칡 나무를 나타내는 갈(葛)자와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자를 합하면 갈등(葛藤)이란 말이 된다. 어원은 칡 나무는 시계방향 반대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 덩굴나무라서 같이 심으면 서로 얽힌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 언제나 사람들은 공생보다는 갈등이란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할 수가 없다.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들의 삶은 경우에 따라서는 측은지심을 가지게 한다. 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인생을 빛내려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세상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조직의 담당자들은 호가호위하는 주위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세상의 평가를 받게 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가꾸어 가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꽃도 시들면 향기를 낼 수가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호가호위(狐假虎威)
타인의 장점으로 자기의 단점을 보완하라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는데 여우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넌 감히 날 먹지 못해. 하느님이 내게 이 땅의 동물들을 다 다스리라고 하셨거든, 지금 네가 날 먹으면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는 거야,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앞서 갈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보렴. 모든 동물들이 날 보자마자 도망을 칠 테니까."
호랑이가 생각을 해보니 여우의 말이 꽤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목에 힘을 주고 걷는 여우의 뒤를 따라가 봤다. 과연 동물들은 여우를 보자마자 뿔뿔이 달아나기 바빴다. 호랑이는 그것들이 자기가 무서워서 도망친 것인 줄도 모르고 정말 여우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렸다(狐假虎威)는 이 우화는 여우가 호랑이의 장점으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여우는 기지(機智)는 있지만 위풍이 없어, 대신 호랑이의 위풍을 얻어 동물들을 달아나게 했다.
다른 예를 덧붙여보자. 요(堯) 임금은 총명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위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오획(烏獲)도 힘이 장사이긴 했지만 사른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3만 근의 무게를 들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깨달아야만 비로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자신의 단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단점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오획이 3만 근을 못 든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들게 하거나 맹분(孟賁), 하육(夏育)이 적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승리를 강권한다면, 통치자는 그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곤경에 빠뜨리게 된다.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통치자의 행위에는 또 한 가지 특별한 사항이 있다. 한 신하의 장점으로 다른 신하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각자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게 하면 모든 일이 평온하고 순조롭게 풀린다.
초패왕 항우(項羽)만큼 용맹한 사람은 역사에 없었다.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諸葛亮)만큼 탁월한 지략가는 동서고금에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일정한 성과는 거두었으되 성공한 사람으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모든 것을 혼자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잔인하게도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근대의 혁명가들을 보자. 레닌, 모택동,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등, 모든 이의 시각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이상과 혁명은 모두 미완성이거나 실패로 끝났다.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믿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지적될 수 있다. '나를 따르라'는 말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명대사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현실에서는 '함께 가자'가 옳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이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진정 능력 있는 통치자는 통치의 목적을 다른 사람의 능력을 통해 실현 시킨다. 너무 은밀하지 않게, 그러나 결코 드러나지도 않게 교묘한 술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만 믿고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통치자는 외롭다. 진정한 참모는 사라지고 태양 아래서 복면을 쓰고 있는 자들만 득실거리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치국(治國)의 근본은 치인(治人)에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가 10년에 이르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그 화가 100년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을 다스리지 못하면 세상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간신이었던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정을 저지르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는 난적도 애초에는 청운의 꿈을 품었던 인재였다. 그들이 왜 간신이 되고 난적이 되었겠는가. 통치자가 올바른 통치 이념을 설파하지 못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을 바로 세우고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며 기강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과 주변을 철저하게 단속했다면 감히 난적이나 간신이 활개 치지 못했을 것이다.
치세(治世)에 성공한 통치자는 치인에 성공한 사람이다. 치인에 성공한 통치자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있다. 이를 깨닫지 못하고 사람을 나누어 평가하려 한다면 귀한 사람을 잃고 쭉정이를 챙기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어 자신의 위엄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배경을 믿고 세도를 부리는 사람을 비유해 하는 말이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다반사다. 특히 권력의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세종때 문과에 급제해 벼슬을 누리다가 수양대군 편에 서서 공을 세우고 나중에 영의정 벼슬까지 된 홍윤성(洪允成)이라는 인물이 있다.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 재물도 많이 모으고 종을 많이 거느렸는데 이 종들이 주인의 위세를 등에 업고 갖은 행패를 다 부리는 것은 물론, 호가호위를 누리며 백성을 학대하고 함부로 죽여 원성이 높았다. 그러나 감히 나서서 막는 사람이 없었다.
이 무렵 포도부장으로 전림(田霖)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성품이 곧고 바를뿐 아니라 사리가 분명해 주변의 존경을 받아온 그는 홍윤성 대감집 하인들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 하루는 부하들과 더불어 출동을 해 하인들이 백성들에게 마구 횡포를 부리고 있는 현장을 덮쳤다.
그러나 막강한 주인의 위세를 믿고 기고만장한 하인들은 되레 큰소리를 치며 전림을 나무라고 협박했다. "감히 포도부장의 몸으로 홍대감 집 사람들의 몸에 손을 대다니 그대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가? 당장 포승을 풀고 우리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포도부장 자리를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각오를 하고 나선 전림은 눈썹 하나 꿈쩍 하지 않고 포승을 옥죄이며 하인들을 나무랐다. "홍대감도 나라의 법을 모르는바 아닐 터인즉 너희 같은 무리를 감싸며 어찌 국법을 어기겠는가?" 전림은 하인들을 포박해 이끌고 곧장 홍윤성의 집으로 향했다.
퇴청한 뒤 잠시 대청에서 쉬고 있던 영의정 홍윤성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포졸과 포박 당한 하인들을 보고 깜짝 놀라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이때 전림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관직을 밝히고 "이 자들이 하인이라는 미천한 신분을 잊고 대감의 힘을 빌어 호가호위하며 백성들에게 횡포를 일 삼기에 포박을 해왔습니다. 대감께서 엄히 단속치 않으면 분명 대감께 누를 끼칠 것입니다."하고 말했다.
홍윤성은 당당한 전림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지체가 높은 홍윤성이지만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전림의 말을 듣고 하인들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림의 기개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공직자들도 본받을 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신문 사회면, 혹은 정치면을 수없이 장식하는 각종 보조리도 따져보면 호위호가와 관련이 된 것들이 많다. "실세 아무개와 가까우니 도와주겠다" 혹은 "내가 고위층 아무개의 지근 거리에 있다. 나를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이런 한마디에 금품이 오가고 이권이 오가는 것이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세상이 바뀌고 권력이 수없이 바뀌어도 권력의 근처에는 언제나 생선에 꼬이는 파리떼처럼 말이다. 이런 무리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그 권력은 상처를 입게 되어 있다.
홍윤성은 전림의 충언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하인들을 단속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해 지자 그 소문을 들은 세조로부터 노여움을 사고 만다. 지난날의 공이 크다고 해서 홍윤성은 처벌을 겨우 면하지만 그의 수하에 있던 하인들은 10여명이나 처형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들이 호가호위 할 때는 주인을 잘 만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주인의 너무 높은 지체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가깝고 먼 근대사에서도 호가호위를 하다가 자멸의 길로 들어선 인물들의 사례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주변에 전림같은 인물이 많았더라면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바른말을 할 수 있는 공직자들의 용기와 그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책임 있는 분들의 지혜가 아쉽다.
▶️ 狐(여우 호)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을 나타내는 瓜(과, 호)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狐(호)는 ①여우(갯과의 포유류) ②여우털 옷 ③부엉이(올빼밋과의 새) ④의심(疑心)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암내로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호취(狐臭), 여우와 삵으로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 즉 소인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리(狐狸), 여우 귀신을 호귀(狐鬼), 궤의 밑바닥에 대는 말굽같이 생긴 쇳조각을 호번(狐蹯), 여색을 좋아하여 밝히는 일을 호수(狐綏), 여우의 굴을 호혈(狐穴), 여우의 넋을 호정(狐精), 여우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흰 털로 만든 갖옷을 호구(狐裘), 여우를 잡기 위하여 치는 그물을 호망(狐網), 호기롭고 열쌤 또는 호탕하고 영매함을 호매(狐邁), 한쪽 불알이 아프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병을 호산(狐疝), 여우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알씬거리어 아양을 떨고 아첨함을 호미(狐媚), 여우가 의심이 많다는 뜻으로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호의(狐擬), 임금 곁에 있는 소인을 비유하는 말을 성호(城狐), 승냥이와 여우를 시호(豺狐), 늙은 여우를 노호(老狐), 흰 여우를 백호(白狐), 작은 새끼 여우를 소호(小狐),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호백구(狐白裘), 암내로 겨드랑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호조기(狐臊氣), 여우와 쥐새끼 같은 무리라는 뜻으로 간사하고 못된 무리의 비유를 호서배(狐鼠輩),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구미호(九尾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운다는 뜻으로 동류의 불행을 슬퍼함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호사토읍(狐死兔泣),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을 호의불결(狐疑不決), 여우는 수놈 두 마리가 함께 살지 않는다는 뜻으로 두 영웅이 병립할 수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불이웅(狐不二雄), 위엄을 빌린 여우 곧 권력자에게 빌붙어 날뛰는 소인을 가위지호(假威之狐), 범의 탈을 쓴 여우 곧 권세를 부리는 간사한 사람을 가호지호(假虎之狐), 동호의 곧은 붓이란 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바르게 기록한다는 동호직필(董狐直筆), 두 다리의 여우라는 뜻으로 마음이 음흉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양각야호(兩脚野狐), 여우하고 여우의 모피를 벗길 모의를 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하고 의논하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狐謀皮) 등에 쓰인다.
▶️ 假(거짓 가, 멀 하, 이를 격)는 ❶형성문자로 仮(가)의 본자(本字), 徦(가)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叚(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叚(가; 언덕에 발판을 내어 손으로 잡고 한칸씩 오르는 모양)는 이 글자가 붙는 글의 뜻으로 오르다, 타다, 먼 곳에 가다라는 뜻이 있다. 또 손을 빌리는 데서 임시의 거짓의 뜻이 있다. 후에 사람인변(亻=人; 사람)部를 붙여 사람이 ~하다란 뜻을 나타내었으나, 곧 가의 뜻을 그대로 나타내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假자는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假자는 人(사람 인)자와 叚(빌 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叚자의 금문을 보면 구석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人자가 더해지면서 '물건을 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假자는 본래 물건을 빌려준다는 의미에서 '빌려주다'나 '임시'를 뜻했지만, 후에 진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假(가, 하, 격)는 (1)일부 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일시적(一時的)인, 시험적(試驗的)인, 임시적(臨時的)인, 잠정적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참(眞正) 것이 아닌 가짜, 거짓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거짓 ②가짜 ③임시(臨時) ④일시 ⑤가령(假令) ⑥이를테면 ⑦틈, 틈새 ⑧빌리다 ⑨빌려 주다 ⑩용서하다 ⑪너그럽다 ⑫아름답다 ⑬크다, 그리고 ⓐ멀다(하) 그리고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오다(격)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량을 대강 어림쳐서 나타내는 말을 가량(假量),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인정함을 가정(假定), 속마음과 달리 언행을 거짓으로 꾸밈을 가식(假飾), 객관적 실재성이 없는 주관적 환상을 가상(假象), 어떤 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설정된 명제를 가설(假說), 임시로 또는 거짓으로 일컬음을 가칭(假稱), 임시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가명(假名), 임시로 설치함을 가설(假設), 어떠한 일을 가정하고 말할 때 쓰는 말을 가령(假令), 임시로 빌리는 것을 가차(假借), 거짓으로 꾸며 분장함을 가분(假扮),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을 가상(假想),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몇 년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일을 이르는 말을 가아연수(假我年數),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장난삼아 한 것이 진정으로 한 것같이 된다는 말을 농가성진(弄假成眞), 하늘이 목숨을 빌려 주어 장생시키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가지년(天假之年),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적불가가(敵不可假),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말을 이가난진(以假亂眞) 등에 쓰인다.
▶️ 虎(범 호)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갑골문의 호(虎)자는 머리는 위로 향하고 꼬리는 아래로 향하며 몸에는 무늬가 있다. 중국인들은 호랑이의 머리에 왕(王)자가 크게 쓰여 있어서 호랑이가 바로 동물의 왕이라고 생각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虎자는 '호랑이'나 '용맹스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호랑이는 예나 지금이나 용맹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비의 영물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문자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虎자가 쓰인 글자 대부분은 '용맹함'이나 '두려움'이 반영되어 있다. 갑골문에 나온 虎자를 보면 호랑이의 몸집과 얼룩무늬가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획이 변형되면서 지금의 虎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虎자는 폰트에 따라 다리 부분이 儿자나 几자가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虎(호)는 虍(범호 엄)부수로 ①범, 호랑이 ②용맹스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범의 꼬리를 호미(虎尾), 용맹스러운 장수를 호장(虎將), 호랑이와 이리를 호랑(虎狼), 털이 붙은 범의 가죽이라는 호피(虎皮), 범에게 당하는 재앙을 호환(虎患), 범의 위세란 뜻으로 권세 있는 사람의 위력을 호위(虎威), 매우 용맹스러운 병사를 호병(虎兵), 범과 같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둘러 봄을 호시(虎視), 사나운 범을 맹호(猛虎), 큰 호랑이를 대호(大虎), 엎드려 앉은 범을 복호(伏虎), 다른 산에서 온 호랑이를 객호(客虎),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유를 비호(飛虎), 소금처럼 흰 눈으로 만든 호랑이를 염호(鹽虎), 범이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도 죽은 뒤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호사유피(虎死留皮), 범이 먹이를 노린다는 뜻으로 기회를 노리며 형세를 살핌을 비유하는 말을 호시탐탐(虎視眈眈), 용이 도사리고 범이 웅크리고 앉았다는 뜻으로 웅장한 산세를 이르는 말을 호거용반(虎踞龍盤), 범과 용이 맞잡고 친다는 뜻으로 영웅끼리 다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척용나(虎擲龍拏), 범에게 고기 달라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어림도 없는 일을 하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호전걸육(虎前乞肉), 구사 일생으로 살아 남은 목숨을 호구여생(虎口餘生), 잡았던 범의 꼬리를 놓기가 어렵다는 뜻에서 위험성이 있는 일을 비롯한 바에 그대로 나가기도 어렵고 그만두기도 어려움을 가리키는 말을 호미난방(虎尾難放), 범의 꼬리와 봄에 어는 얼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험한 지경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미춘빙(虎尾春氷),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의 새끼를 잡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큰 위험을 각오하지 않으면 큰 수확을 얻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혈호자(虎穴虎子),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함을 호시우보(虎視牛步), 매우 위험한 참언이라는 뜻으로 남을 궁지에 몰아넣는 고자질이나 헐뜯는 말을 이르는 말을 호구참언(虎口讒言),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비슷한 상대끼리 맹렬히 다투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용양호박(龍攘虎搏) 등에 쓰인다.
▶️ 威(위엄 위)는 ❶회의문자로 戉(월; 戌/술은 戉의 변형자)과 女(녀)의 합자이다. 옛날엔 한 집안의 권력을 잡고 있는 여자, 시어머니라는 뜻이 있고, 나중에 음을 빌어 '두려워하다, 으르다'의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威자는 '위엄'이나 '권위', '두려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威자는 女(여자 여)자와 戌(개 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戌자는 도끼날이 달린 고대의 무기를 그린 것이다. 威자는 이렇게 도끼 창을 그린 戌자 안에 女자가 그려져 있다. 이 모습은 마치 도끼 앞에 겁에 질린 여자가 연상되기도 한다. 威자는 본래 '시어머니'를 뜻했던 글자라는 해석이 있다. 威자가 '위엄'이나 '권위'라는 뜻으로 먼저 쓰였었는지 아니면 '시어머니'라는 뜻이 먼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도끼와 여자를 함께 그려 '위엄'을 뜻하게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威(위)는 ①위엄(威嚴), 권위(權威) ②세력(勢力), 힘, 권세(權勢) ③두려움 ④거동(擧動) ⑤공덕(功德) ⑥법칙(法則) ⑦형벌(刑罰) ⑧시어머니 ⑨쥐며느리(쥐며느릿과의 절지동물) ⑩존엄(尊嚴)하다 ⑪진동(振動)하다, 떨치다 ⑫두려워하다(=畏) ⑬구박(驅迫)하다, 해치다 ⑭으르다(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협박(脅迫)하다 ⑮험(險)하다, 가파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을 위협(威脅), 위광이 있어 엄숙함을 위엄(威嚴), 사람을 두렵게 하여 복종시키는 힘을 위세(威勢), 억누름으로 위력으로 내리 누름을 위압(威壓), 사람을 복정시키는 강한 강제력을 위력(威力), 위광과 신망 또는 위엄과 신용을 위신(威信), 무게가 있어 외경畏敬할 만한 거동으로 예법에 맞는 몸가짐을 위의(威儀), 위엄 있는 모습이나 형상을 위용(威容), 위엄이 있는 풍채나 모양을 위풍(威風), 권위로서 복종시킴을 위복(威服), 위력이나 기세를 드러내어 보임을 시위(示威), 맹렬한 위세를 맹위(猛威), 나라의 위력을 국위(國威), 범의 위세란 뜻으로 권세 있는 사람의 위력을 일컫는 말을 호위(虎威), 실상은 없이 겉으로만 꾸민 위세를 허위(虛威), 무서운 더위를 염위(炎威), 기세를 떨치는 심한 추위를 한위(寒威), 풍채가 위엄이 있어 당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풍당당(威風堂堂), 위엄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고 부드러움을 일컫는 말을 위이불맹(威而不猛), 여러 방법으로 위협함을 일컫는 말을 위지협지(威之脅之), 은혜와 위엄을 아울러 베풂을 일컫는 말을 은위병행(恩威竝行),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허세 부리는 여우라는 뜻으로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공갈하는 자를 이르는 말을 차호위호(借虎威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일컫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등에 쓰인다.